초봄 골프장에 등장한 은갈치·흑갈치 아시나요

[김수인의 ‘귀에 쏙쏙’ 골프 이야기] 봄철엔 잔디가 낮아 뒷땅치면 부상 위험 커 ‘6인치 이동허용’등으로 즐거운 플레이를 그린서 ‘퍼트 기브’를 주는 ‘갈치 이야기’

겨우내 갈고 닦은 실력을 맘껏 뽐내고 싶지만, 초봄에는 부상위험이 많은 만큼 아이엇 풀샷은 피해야 한다.
겨우내 갈고 닦은 실력을 맘껏 뽐내고 싶지만, 초봄에는 부상위험이 많은 만큼 아이엇 풀샷은 피해야 한다.

골프 마니아들은 2월부터 어깨가 들썩거려 추위를 무릅쓰고 출격을 강행합니다만 일반 골퍼의 50~60%는 3~4월에 시즌 오픈을 합니다. 겨우내 ‘골프 갈증’을 달래려면 일찍 스타트를 끊는 게 좋지만, 차가운 날씨에다 무엇보다 잔디 상태가 나빠 첫 라운드 일정을 가능한 한 늦추기 일쑤입니다. 겨우내 연습장을 들락거렸던 필자도 골프 치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서 3월 14일 대학 친구들과의 월례회 오픈에서 올해 첫 티샷을 날렸습니다.

그런데 라운드 1주일전 월례회 총무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아직 잔디가 올라오지 않아 페어웨이에서 샷할 때 부상 위험이 있다. 고무 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인별 한개씩 지급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잔디가 움도 트지 않아 티를 꽂고 치는 드라이버샷 이외의 우드, 아이언, 어프로치샷을 할 때 맨땅을 치게 되면 팔꿈치 엘보와 손목, 어깨 부상 위험이 커집니다. 잔디가 자라지 않았으니 정확한 공의 가격을 못해 뒷땅을 치게 되면 부상 우려도 많죠. 그래서 배려심이 강한 총무가 고무 티를 특별히 구입, 회원들에게 나눠준다는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 고무티 사용은 하지 않았습니다. 고무 티가 500원 동전만큼 둥글고 커서 공을 정확히 맞추는데 도움이 되지 않은 탓입니다. 공이 맨땅에 떨어지면 잔디가 약간 올라 있는 곳으로 옮겨 치거나 숏티를 대부분 사용했습니다.

일부 회원들은 숏티 사용마저 번거롭다며 공을 옮겨 치는 ‘터치 플레이’를 하지 않았는데 이는 3~4월엔 자제해야 됩니다. 어이없는 뒷땅 미스로 손목, 팔꿈치, 어깨를 다쳐 1~2개월 치료를 받는다면 이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습니다.

제가 속한 월례회처럼 총무가 부상 방지를 위해 배려하지 않는 모임이라면 라운드전 임시 룰을 적용하도록 건의하는게 좋겠죠? 다들 흔쾌히 수락을 할 겁니다.

어떤 경우에도 내기를 강행하는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기가 기량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되긴 하지만, 3~4월엔 캐디피나 식대를 마련하는 정도의 가벼운 내기로 부담을 줄여야 합니다. 초봄엔 아직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므로 무리하게 경쟁을 해서는 안됩니다. 돈 몇 만원을 따려고 기를 쓰며 플레이를 하다 가벼운 부상이라도 당하면 안타까운 일이죠. 그리고, ‘임시 룰’은 동반자 전원에게 적용되니 공평한 일이기도 합니다.

‘아이언 풀샷’은 5․16부터 10․26까지 가능

골프계에는 ‘5․16부터 10․26까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역사에 나오는 군사 사건에 빗댄 것인데요, 잔디가 파릇 파릇 올라와 ‘아이언 풀샷’이 가능한 기간을 일컫는 겁니다5월 16일부터 10월 26일까지가 아이언 풀샷해도 좋은 기간이라는 얘깁니다(한강 이남의 경우). 그러니까 5월 이전에는 정상적인 풀샷이 쉽지 않으므로 프로처럼 룰을 까다롭게 적용해서는 부상 위험이 따를 뿐 아니라 많은 이들의 목표인 ‘즐골(즐거운 골프)’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3~4월엔 편안하게 플레이를 해서 5월 중순 이후의 전성기에 대비한 워밍업을 해야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디보트나 잔디가 말라 있는 지역에 공이 떨어지면 ‘6인치(15cm) 룰’을 적용해 조금 옮겨 치도록 해야 합니다. 물론 공 앞쪽으로는 옮기지 말고 공 옆이나 뒤쪽에 드롭이나 플레이스를 해야 되겠죠.

기브(컨시드) 길이 재는 모습. 은갈치와 흑갈치 기준이 등장한다.
기브(컨시드) 길이 재는 모습. 은갈치와 흑갈치 기준이 등장한다.

두번째는 넉넉한 ‘퍼트 기브’입니다. 요즘 퍼트 기브를 줄 때 재미난 용어가 만들어졌습니다. ‘은갈치 혹은 흑갈치’란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그린에서 ‘OK’를 줄 때 홀컵과 공이 놓인 지점을 퍼터로 재서 퍼터의 쇠붙이 지점 이내에 공이 놓여 있다면 ‘은갈치 OK’가 됩니다. 쇠붙이가 은색이어서 갈치에 비유, 은갈치라고 부르는 겁니다.

‘흑갈치’는 은갈치보다 더 넉넉한 기브를 주는 것으로 퍼터의 손잡이 끝부분이 OK 거리입니다. 누가 지어냈는지 재치가 넘치는 비유입니다. 내기를 세게 하는 이들은 결사코 ‘은갈치’를 고집하지만 대부분 골퍼, 특히 65세이상 시니어나 여성들에게는 ‘흑갈치 기브’를 권장합니다.

즐거운 골프를 치러 와서 몇cm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되겠죠? 특히 3~4월엔 몸이 덜 풀린 상태여서 넉넉한 기브를 적용하면 다들 좋아할 겁니다. 5~10월엔 그린 상태와 날씨도 좋고 웬만큼 샷이 몸에 익었으므로 ‘은갈치 기브’로 전환해 치열한 스코어 싸움을 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수 있습니다.

숏 아이언을 직각으로 세워 퍼팅하듯 구사하는 러닝 어프로치. 라운딩전 연습 그린에서 간단히 익힐 수 있다.
숏 아이언을 직각으로 세워 퍼팅하듯 구사하는 러닝 어프로치. 라운딩전 연습 그린에서 간단히 익힐 수 있다.

러닝 어프로치, 5분 연습으로 익힐 수 있어

다음으로는 1년전 이 칼럼에서 강조했던 ‘러닝 어프로치의 중요성’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봄철엔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 미스 하나로 당일 스코어가 무너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방지하는 게 러닝 어프로치입니다.

러닝 어프로치는 숏 아이언을 직각으로 세워 퍼팅하듯이 툭 치는 샷입니다. 잔디가 없는 봄철의 비장의 무기죠. 그린 못미치는 엣지에 공이 떨어졌을 때, 5~10월엔 피칭 웨지로 홀컵을 공략하는 게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잔디가 덜 자란 3~4월엔 피칭 웨지로는 뒤땅 치기를 일삼기가 쉽습니다. 뒤땅을 치면 한타만 손해보는 것이 아니고 그린에 공을 못 올려 다시한번 실수를 저지르게 되죠. 그러면 엣지에서 홀컵까지 7~8m를 남기고도 두 세 번만에 홀아웃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인중에 10m를 남기고 피칭 웨지를 고집하다 무려 세 번만에 공을 온그린 시키는걸 봤습니다.

러닝 어프로치는 이런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해줍니다. 러닝 어프로치는 비교적 간단한 동작입니다. 숏 아이언을 직각으로 세워 퍼팅하듯이 툭 치는 것입니다. 운동 신경이 좋은 분이라면 연습없이 즉석에서 응용을 할 수 있습니다. 퍼터처럼 직각으로 세워 때리므로 방향은 거의 정확한데 거리 잡기가 문제입니다.

거리감은 당연히 백스윙으로 조절하는데, 누구든 쉽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연습장에서 5~10분만 테스트해도 감을 잡을 수 있고, 라운드전 연습 그린 근처에서 몇 번만 연습해 보면 실전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습니다.

3~4월 라운딩땐 넉넉한 룰 적용과 러닝 어프로치를 익히면 한 시즌이 즐거워집니다. 꼭 기억하세요!

글쓴이

김수인 골프 칼럼니스트

김수인 칼럼니스트는 매일경제,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에서 23년간 스포츠기자로 활동했다. 홍보회사 KPR 미디어본부장, PRN 부사장과 KT스포츠 커뮤니케이션 실장을 역임했다. 2013년 파이낸셜뉴스에 "김수인의 쏙쏙골프"를 시작으로 주간조선, 한국경제, 스타뉴스, 오피니언 타임스, 미디어빌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골프 자문위원으로 활동중. 저서는 "김수인의 쏙쏙골프"와 "파워 골프" 두 권이 있다. 생애 최저 74타(2013년 솔모로cc), 핸디캡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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