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룰 어떤 건 꼭 지키고, 또 무시할까

[김수인의 ‘귀에 쏙쏙’ 골프 이야기] ‘명랑’ 골퍼는 ‘200페이지 골프 북’ 몰라도 돼 내기 때는 ‘벙커 노터치’ 등 지켜야 다툼없어 6인치 룰 적용, 디보트 구제는 ‘미스샷’ 방지

벙커샷 하는 10년전의 타이거 우즈. 사진= 연합뉴스
벙커샷 하는 10년전의 타이거 우즈. 사진= 연합뉴스

애초에는 룰 없었다

‘명랑’ 골프를 즐기는 아마추어들은 까다로운 골프 규칙(룰)이 ‘남의 나라 이야기’다. 하지만 1타당 1천원이라도 내기를 하는 이들은 룰을 놓고 아웅다웅 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룰에 대해서 상세히 아는 아마추어가 드물다는 데 있다.

애초에 골프 룰은 없었다. 룰 없이도 골프는 유행하고 있었다. 골프의 발상지인 스코틀랜드, 그곳에 1457년 골프금지령이 선포됐다. 농민들이 골프를 하느라 활쏘기 훈련도 게을리 하고 일요일엔 성당도 빠진다는 이유에서다.

골프금지령부터 최초의 ‘성문’ 골프룰(1744년) 사이에는 300년 가까운 간격이 있다. 약 3세기 동안 룰 없이 골프가 플레이된 셈이다. 어떻게 룰 없는 골프가 가능했을까.

초창기 골프는 1대1 매치플레이였다. 많아야 2대2 매치플레이였다. 갈등은 둘이 해결할 수 있었다. 볼은 놓여 있는 그대로 쳤고, 칠 수 없다면 그 홀에서 졌다고 선언하면 됐다. 그러나 회원이 늘어나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1744년 최초의 룰 발표

1대1 매치플레이로는 한계가 있었고, 갈등이 늘어나자 합의된 룰이 필요해졌다. 한 골프 클럽에서 처음으로 클럽 챔피언을 뽑는 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서 13조(條)로 이루어진 골프 룰이 발표됐다. 이때가 1744년이다.

골프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스포츠가 되자 룰은 점점 늘어났다. 1744년 한 페이지짜리 세계 최초의 골프 룰북(Rule Book)은 2023년에는 200페이지 책이 되었다. 200배가 늘었다. 1744년 룰은 330개 단어로 짜여졌으나 2023년엔 7만3000여 단어로 이뤄졌다. 220배 늘어났다. 전세계 단일 룰이었으나 1952년 예외 조항이 8개가 생겼고 지난해는 148개로 늘어났다.

복잡해지는 골프 룰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을까. 골프 역사로 박사학위 논문을 쓴 전문가도, 룰을 꿰뚫고 있다는 경기위원에게도 헷갈리는 룰 문제가 끊임없이 생긴다. 12년째 골프 칼럼을 쓰는 필자도 룰에 궁금증이 있을 때는 대한골프협회에 문의를 한다.

룰이 복잡해질수록 골퍼들에게 ‘룰은 어렵다’는 인식을 주고 있고, 룰을 알려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 다시 말해, 룰이 복잡해지면 골퍼로부터 멀어진다. 200페이지가 넘는 룰북을 한번이라도 읽어본 이는 1만명중 한명이 있을까 말까다. 500쪽짜리 가이드북은 경기위원들만 읽게 될 것이다. 더구나 룰은 4년마다 개정된다. 미세하게는 3개월마다 바뀔 수도 있어 계속 업데이트해야 규칙에 정통할 수 있다.

골프를 친선 게임으로 즐기고 있는 ‘명랑’ 골퍼들에게는 2페이지의 에티켓과 8페이지 정도의 간단한 룰 요약본만 제공해도 충분하다. 그럴 때가 됐다. 하지만 필자를 포함한 전문가들의 건의에도 불구하고 대한골프협회는 ‘나몰라라’하고 있다.

로컬 룰, 개별 룰이 앞선다

내기를 하는 아마추어들이 꼭 알아야 할 룰 몇가지를 알아보자. 이에 앞서 알아야 할 것은 공식 룰보다 앞서는 게 각 골프장마다 별도로 규정하는 ‘로컬 룰’이다. 예를 두개 들어보자. 공식 룰은 화단에 공이 들어가면 ‘언플레이어블(Unplayable)’이 적용돼 1벌타를 받게 된다. 하지만 적지 않은 골프장은 이를 ‘무벌타’로 구제한다.

필자가 20년전 호주 골프장에서 직접 겪은 일이다. 티샷한 공이 페어웨이 중앙에 잘 떨어졌는데 다음 동반자가 티샷하려는 찰나, 페어웨이의 큰 나무에 있던 펠리컨이 갑자기 날아와 공을 물고 가버렸다. ‘새 알’로 착각한 것이다. 당연히 무벌타로 구제를 받아야 하지만 일부 골프장은 이를 ‘로스트’로 규정해 2벌타를 적용한다.

내기 골퍼들 사이에 다툼이 심한 것은 벙커에서다. 고의든 아니든 벙커 바닥에 클럽이 닿으면 ‘2벌타’다. 연습 스윙을 할 수는 있으나 클럽으로 모래 상태를 테스트하듯이 닿으면 안된다. 정리 안한 ‘남의 발자국’에 공이 떨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프로대회에서는 캐디가 모래를 정리하므로 다음 선수가 ‘남의 발자국’에 놓인 공을 치는 경우는 없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아마추어들은 귀찮다고 발자국을 남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는 구제되는 게 옳다. ‘벙커샷 미스 하나’로 18홀 라운드를 망치면 너무 억울하기 때문이다. 물론 라운딩전, 동반자들끼리 ‘양해 사항’으로 합의를 보는게 좋다.

공식 룰에 앞서는 게 로컬 룰이고, 로컬 룰에 앞서는 게 ‘개별 룰’이므로 ‘남의 발자국’뿐 아니라 동반자끼리 라운딩 전에 몇가지를 합의하는 게 좋다.

OB티에서 샷할 땐 티 꽂지 말아야

많은 골퍼들이 즐겨 사용하는 ‘6인치(15cm) 룰’이 있다. 디보트(샷으로 패인 잔디 자국)에 떨어진 공을 칠 때 정교한 샷이 아니면 미스가 나기 쉽다. 아마추어는 구사하기 어려운 샷중 하나다. 이럴 때는 15cm 이내, 좌우 혹은 후면의 좋은 곳으로 옮겨 치도록 배려하는 게 좋다. 내기를 하더라도 같은 조건이므로 ‘6인치 룰’은 가급적 채택하길 권한다.

다음으로, 카트 도로에 공이 떨어졌을때 공식 룰 상으로는 드라이버 한 클럽 이내 무벌타로 드롭한 후 플레이를 이어간다. 하지만 드라이버 한 클럽 이내는 평평한 곳이 거의 없으므로 ’드라이버 두세 개 거리’ 정도로 넉넉히 옮겨 칠수 있게 사전 합의를 보면 좋다(페어웨이로 옮기는건 가능한 자제해야).

나무나 바위 뒤에 공이 떨어지면 어떡해야 할까. 룰상으로는 공이 놓여진 그 상태에서 레이업으로 샷을 해야 한다. 싱글 핸디캐퍼나 내기를 세게 하는 이들은 이를 꼭 지킨다. 하지만 명랑 골퍼들은 드라이버 한두개 길이 이내 옮겨서 ‘무벌타’로 샷을 이어가도 무방하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명랑 골프라 해도 OB가 난 뒤 OB티에서 다시 샷을 할 때 티를 꽂고 해서는 안된다. 티샷은 말 그대로 티잉 그라운드에서만 하는 것이므로, 페어웨이에서의 티샷은 자제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우리끼리 마구잡이로 치면 어때?”라며 룰과 에티켓을 어기는 걸 당연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스포츠 종목마다 나름대로 지켜야 할 룰과 에티켓이 있으므로 가급적 이를 지키는게 ‘교양인’이다. 비싼 돈을 들여 장비와 옷을 구입해 잘 꾸며진 골프장 나들이를 하면서 ‘자치기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부끄러운 일이다.

공이 디보트에 빠졌을 땐, 6인치 룰을 적용하자.
공이 디보트에 빠졌을 땐, 6인치 룰을 적용하자.

꼭 지켜야 할 에티켓 사항 네가지를 알아보자.

1. 동반자가 어드레스에 들어가면 절대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서는 안된다(집중력 저하)

2. 동반자가 퍼팅할 때 퍼팅 라인에서 두세 걸음 비켜 서 있어야 한다(역시 집중력 떨어뜨림)

3. 미스 샷이 나왔다고 소리를 지르거나 클럽을 던지면 안된다.

4. 18홀 플레이 후에는 프로 선수들처럼 반드시 모자를 벗고 악수를 나눠야 한다(스코어가 안 좋다고 인사도 없이 가버리면 안됨)

“골프는 전통과 규칙을 지켜야 하는 존중과 스포츠맨십의 게임이다”. 20세기 최고의 골퍼로 통산 73승에 빛나는 잭 니클라우스(미국․84)의 명언을 가슴깊이 새겨보자.

*도움말; 최진하 전 KLPGA 투어 경기위원장

글쓴이

김수인 골프 칼럼니스트

김수인 칼럼니스트는 매일경제,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에서 23년간 스포츠기자로 활동했다. 홍보회사 KPR 미디어본부장, PRN 부사장과 KT스포츠 커뮤니케이션 실장을 역임했다. 2013년 파이낸셜뉴스에 "김수인의 쏙쏙골프"를 시작으로 주간조선, 한국경제, 스타뉴스, 오피니언 타임스, 미디어빌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골프 자문위원으로 활동중. 저서는 "김수인의 쏙쏙골프"와 "파워 골프" 두 권이 있다. 생애 최저 74타(2013년 솔모로cc), 핸디캡은 11.

댓글

    함께 읽을 글

    칼럼 전체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