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어 속이기, 미·영 골퍼가 들으면 기절초풍
[김수인의 ‘귀에 쏙쏙’ 골프 이야기] 국내 골퍼들 나이들수록 스코어 더 좋아져? 엉터리 기입하거나 느슨한 플레이 탓 골프 본고장 영국, ‘첫홀 올파’는 추방 대상!
골프 플랫폼 ‘스마트 스코어’가 지난해 12월 밝힌 국내 골프장 내장객들의 평균 스코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마추어 골퍼 전체 스코어가 90대 초반(91.5)인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여성 골퍼 평균 타수가 92.7타로 남성과 크게 차이 나지 않은 것도 수긍이 갔다. 지난해 국내 골프장에서 스코어를 남긴 340만명의 9600만 건의 데이터다.
하지만 50대가 평균 89.8타인 반면 60대는 87.0타, 70대가 85.9타라니! 나이가 들수록 스코어가 향상되는 것은 납득이 가질 않았다. 나이가 들면 퍼팅, 어프로치 등 숏게임 기술이 나아진다. 그러나 체력 저하로 드라이버나 우드, 유틸리티, 롱 아이언 등 비거리가 현저히 줄어들어 전반적으로 타수가 조금씩 나빠질 수밖에 없다.
65세 이상은 화이트 티보다 20m 안팎 짧은 시니어 티 사용으로 티샷 거리가 조정되지만 파4, 파5홀에서 사실상 파 온이 어려워 버디나 파를 잡기란 매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런데, 어떻게 연령이 올라갈수록 타수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날까? 한마디로 말하면, 구력이 길어질수록 동반자와의 경쟁보다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스코어를 실제보다 낮게 기재하는 경향 때문이다. 그래서 지나치게 느슨한 타수 기입이 스코어를 좋게 만드는 이유로 보인다. 왜냐하면 60, 70대가 평균적으로 80대 중반을 기록한다는 건, 필자의 31년 골프 경험상 스코어를 속이지 않으면 실현 불가능한 일인 탓이다.

지나치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유도가 문제
나이들수록 스코어 카드상 기록이 좋아지는 이유는 트리플 보기 이상을 저지르더라도 캐디에게 이야기해 더블 보기로 통일시키는 게 첫째 이유다. 즉 더블 보기보다 더 나쁜 스코어는 기록 않는 것이다. 이것 하나만으로 18홀에 4~5타는 줄어든다.
두 번째는 첫 홀과 마지막 홀에서 보기 이상을 저질러도 동반자 모두 ‘올 파’로 기입하는 나쁜 관례 때문이다. 필자는 명색이 골프 칼럼니스트라 거짓된 스코어를 용납할수 없어 캐디에게 개인적으로 부탁해 실제 타수를 기재한다.
세 번째는 멀리건 남발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위해서 못치는 사람에게 멀리건을 주는 건 시니어 입장에서는 권유 및 배려사항이기도 하다. 그러나 18홀에 1~2개에 그쳐야지 3개 이상을 남발하면 오히려 라운드 분위기를 해치고 ‘90대 초반 스코어’가 ‘80대 중반’으로 둔갑하게 된다.
네 번째는 무분별한 룰 위반이다. 디보트나 잔디 상태가 안 좋은 곳에 공이 떨어졌을때 프리 드로 룰(15cm 이내 자유롭게 공을 플레이스 하고 다음샷 진행)을 사전에 약속하는 건 부상을 염려하는 시니어들에게 적절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OB 말뚝 밖에 공이 떨어져 OB가 확실한데도 벌타없이 플레이한다든지, 카트 길에 공이 있을 때 구제를 받는다고 페어웨이 정중앙으로 옮겨 진행을 하는 건 ‘정직과 매너’를 중시하는 골프 정신을 훼손시키는 일이어서 삼가야 된다.
이처럼 룰을 너무 어기는 마구잡이 진행은 골프가 아니라 ‘자치기’다. 스코어를 10타 정도 줄여 오늘 80대 초중반을 기록했다고 기분이 좋아질까. 마음 한구석이 찜찜할 것이다. 만약 기분이 좋아졌다면 인생을 정직하게 살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것보다 90타를 넘기더라도 ‘룰과 매너’를 잘 지켰다면 나름대로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 그리고 오늘 못쳤더라도 잘못된 걸 복기해 다음 라운드에서 회복을 한다면 기량은 점점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골프 플랫폼의 다소 부풀린 스마트 스코어를 접하고 궁금한 점이 떠올랐다. 외국, 특히 골프 본고장인 영국에서는 일반 골퍼들은 어떻게 스코어를 기록할까? 필자는 미국, 뉴질랜드, 일본, 필리핀에서의 라운드 경험이 있지만 모두 한국인 교포들과의 어울림이어서 현지인들의 골프 습관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모 중소기업 임원으로 미국, 영국 주재원 생활을 한 후배에게 문의를 했다. 문의 결과 깜짝 놀랐다. 룰과 매너를 지키지 않으면 ‘달나라에서 온 사람’으로 취급당한다고 한다.
올해를 룰과 매너 잘 지키는 원년으로 삼아야
영국에선 프로와 마찬가지로 아마추어도 골프 규칙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플레이를 하면 나중에 그 골프장 출입이 금지된다고 한다. 한국처럼 퍼팅 컨시드(이른바 OK)가 없이 ‘Hole Out’이 기본이다. 타수를 속였다가는 지역 골프계에서 바로 추방된다. 한국처럼 첫홀과 마지막홀 ‘올파’는 현지인들이 상상도 못할 ‘무법 행위’다.
특히 영국에서는 클럽대항전과 친선경기때도 프로 대회와 마찬가지로 스코어 카드를 교환하며, 플레이하는 볼이 무엇인지도 상대방에게 반드시 알린다. 또 핸디캡 증명서(certification)가 있어야 타 지역 골프장 이용이 가능한데, 그 이유는 신청자의 골프 실력을 파악해 플레이 가능 여부를 골프장 측에서 판단하기 위해서다. 일부 골프장은 ‘증명서’가 없으면 예약을 아예 받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골프 문화와 골프장 상황이 다른 탓에 미국과 영국의 관습을 100% 따를 순 없다. 하지만 규칙과 매너를 웬만큼 지켜 명랑한 분위기를 이끌며 ‘필드의 신사, 숙녀’가 되도록 이번 시즌부터 노력해야겠다. ‘엉터리 스코어’를 밥먹듯이 하는 이라면 운전시 차선 위반을 수시로 하고, 회사 CEO라면 정확치 못한 경영숫자도 은근 슬쩍 넘어가지 않을까.
그리고, 스코어 속이기라면 다음 사례 정도는 돼야 ‘고수급’이라 할수 있다. 모 공영방송 저녁뉴스 앵커를 지낸 B씨는 몇 년전 지인들과 2팀으로 라운딩하게 됐다. B씨는 앞팀에 속했는데, 티업하기 전 장난끼가 발동돼 캐디에게 “우리 팀은 동반자 모두 매홀 한타씩을 줄여 기록해주세요~”라고 넌지시 부탁을 했다. 캐디는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고객의 요청을 거절할수 없어 그대로 실천했다.
5홀 종료후 그늘집엘 갔는데, 뒤이어 도착한 뒷팀 멤버중 한 명이 앞팀 스코어카드를 보고 기절초풍을 했다. 동반자 한명의 5홀 스코어가 ‘버디 3개에 파와 보기가 각각 하나’가 아닌가? 매홀 한타씩을 줄였으니 파가 버디로, 보기는 파로 둔갑한 것이다. 그늘집에서 합류해 앞팀 B씨의 설명을 듣고는 모두 배를 잡고 웃었다고 한다.
스코어를 속이려면 이 정도는 돼야 완전 유머가 되는 게 아닐까?^^ 아무튼 올해는 개인이든 단체든 ‘정확한 타수’를 기록하는 원년(元年)으로 삼아 누구에게든 떳떳이 스코어카드를 내밀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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