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임원 승진을 좌우하는 골프 매너
[김수인의 ‘귀에 쏙쏙’ 골프 이야기] 인사권자와 라운딩때 평가받는 골프 매너 멀리건 눈치껏, 분실구 잘 찾으며 ‘눈도장’ 고위직은 골프장서 면접시험...구직 성공도 하루전 급한 골프 초청도 흔쾌히 응해야
아니 벌써~, 한해가 저무는군요. 가는 세월 잡을 순 없지만 올 한해 특히 아쉽고 안타까운 일들이 많아 정말 세월의 다리를 꽉 잡고 싶은 심정입니다.
일상에서, 직장 생활에서 후회막급인 일이 많았지만 골프장에서의 라운딩을 돌이켜봐도 가슴칠 일이 한두 가지 아닐 겁니다. 물론 즐거웠던 일도 많았지만 후회스런 기억이 물컹물컹 떠올라 가슴을 아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윗사람 잘 모시는 골프
40~50대 회사 부장이나 임원이라면 골프장에서 고위임원이나 사장 등 상관을 잘 모시지 않았던 일이 가슴에 찔리기도 할 겁니다. 사장이 드라이버 샷으로 날린 공이 깊은 러프에 빠졌을 때 얼른 뛰어가 기어이 공을 찾아냈다면 사장이 ‘로스트 2벌타’를 당하지 않았을 건데요(물론 실제 벌타를 적용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요). 본인이 다음 샷을 잘 할 것에만 신경 쓴 나머지 그 수고를 아꼈던 일은, 뒤돌아 보면 좀 결례죠. 당사자야 체면상 2벌타를 받고 너털웃음을 지었겠지만.
또 사장이 친 공이 OB 라인 2㎝ 정도밖에 벗어나지 않아 ‘세이프’로 구제해 줄 수 있었는데, 큰 내기가 걸렸다고 동반자인 동료 임원과 기어이 OB를 적용시켜 분위기 썰렁하게 만든 일은 없으셨습니까.
그러고 보니 매너없던 직장 후배 A가 생각납니다. 사장이 파5홀에서 강렬한 샷으로 투온을 시켜 의기양양했는데, 동반자였던 그는 박수는 치지 않고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 동반자인 사장을 난감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또 회사 간부들끼리 단체 골프를 갔을 때, 당시 직급이 차장에 불과했던 A는 사장이하 모든 임원과 간부들이 샤워를 마치고 회식장소에 자리잡았는데, 맨 나중에 입장해 모두를 뜨악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급자일수록 샤워를 빨리하고 식사 자리에 먼저 착석, 임원들을 기다리는 게 보통의 매너니까요.
골프장에서 인성 드러나기도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회사 생활에서는 능력 못지않게 중요한 게 예의입니다. 회사 안에서의 예의는 물론이고, 회사 밖 골프장 같은 곳에서도 유효합니다. 회사원이라면 진급이나 승진이 꿈인데, 의외의 곳에서 ‘비매너’를 드러내면 임원 진급은 엄두도 못냅니다.
또 다른 케이스를 보죠. 지인인 B 임원은 초보자때 잘못 배운 탓인지, 티샷전 연습 스윙을 5번이나 하는 나쁜 버릇이 있었습니다. 친구들이나 동료들과의 라운딩 때는 큰 문제가 없었죠. 하지만 사장 같은 고위임원과 한 조에 편성됐을 때 탈이 났습니다.
저는 라운딩전 B에게 “사장이 싫어할 수 있으니까 연습 스윙은 한번만 하도록 해!”라고 단단히 주의를 줬습니다. 그러나 B는 평소와 다름없이 연습 스윙을 5번이나 한 뒤 드라이버샷을 하는 게 아닙니까. 제 표정은 일그러지고 말았죠.
사장은 첫 홀에서는 그냥 넘어갔지만 2번째 홀부터는 B의 5번이나 계속되는 연습 스윙을 보고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골프경력이 있는 분들은 동반자의 잦은 연습 스윙, 지연 플레이를 결코 달가와하지 않습니다. 저는 18홀 내내 안절부절할 수 밖에 없습니다. 도중에 B에게 “야, 한번만 해~”라고 살짝 귀띔을 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5번 연습’을 고집했습니다. 결과는?
사장은 라운딩 동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연말 임원 재임용때 B는 탈락해 집으로 가고 말았습니다. 회사 업무가 아닌 골프장 매너를 두고 A와 B가 인사불이익을 받았다면 당사자로서는 다소 억울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감정이 개입될 수 밖에 없는 조직생활에서는, 비매너가 좋은 효과를 낼 리는 없습니다.
골프장에서 ‘인사 면접’...위기이자 기회
이와 반대인 제 동창생 C의 예를 들어보죠. C는 모 회사에 사장으로 지원, 면접을 앞두고 회장으로부터 골프 초대를 받았습니다. 라운딩 도중 회장과의 대화때 예의바른 태도로 회장의 호감을 샀지만 골프 매너가 더 돋보였습니다.
공이 깊은 러프에 빠졌을 때, 재빨리 달려가 기어이 공을 찾아냈고 바위 뒤에 떨어진 공은 살짝 발로 차 벌타없이 다음 샷을 이어가도록 했습니다(규정상, 바위 뒤에 공 있을 때는 옆으로 빼내든지 1벌타를 먹고 드라이버 투 클럽이내 드롭해 다음 샷을 해야 됨). 또 드라이버샷이 OB가 났을 때는 “잘못된 그립 때문에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갔습니다. 오른손을 권총쥐는 그립으로 바꿔 다시해 보십시오~”. 회장이 멀리건을 받고 친 공은 똑바로 날아갔고, C의 ‘꿀팁’에 회장은 큰 만족을 드러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라운딩후 식사 때는 ‘소폭(소주+맥주 폭탄주)’을 여러 잔 시원하게 마셔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그는 별도 면접없이 사장으로 임용돼 4년간 잘 지내다 퇴사했습니다.
사장이 갑자기 골프 초대한다면
솔직히 회사 생활에서 임원은 사장의 비서(?) 아닙니까. 업무 외에도 이것저것 시중들 일이 적지 않습니다. 별안간의 골프 초청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겁니다. 금요일 오후, 다음날 친구들과의 모처럼 라운딩을 생각하며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김 전무, 내일 약속없지?” 저는 1초간 생각을 한 뒤 바로 답을 했습니다. “예, 없습니다!” 그리고는 친구들에게 전화로 싹싹 빌며 미리 약속했던 라운딩에서 빠질 수 밖에 없는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벌금으로 20만원을 송금한 것은 당연하고. 이 경우는 사장과 같이 운동하자던 멤버가 갑작스런 일이 생겨 펑크를 낸 건데 제일 만만한 저의 멱살을 잡은 셈이죠.
이보다 더한 케이스도 있습니다. 동창생 D는 어느 일요일 아침, 친구들과의 라운딩을 위해 골프백을 들고 아파트 현관문을 막 나가는 중이었습니다. 그때 회사의 회장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D사장, 오전에 바쁜 일 없지? 지금 바로 경기도 용인의 00골프장으로 오시게~”. D역시 바로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 빌다시피 양해를 구하며 며칠 후 근사한 술자리를 약속했습니다.
회사 간부, 임원들이라면 가끔 이런 황당한 일을 한두 번은 당하셨죠? 어떤 분들은 사장, 회장의 초청을 기다리고 있는 분들도 있죠. 만약 이런 급한 요청을 받고 “회장님(혹은 사장님), 실은 제 친구들하고 선약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면, 연말 인사가 다가올 때 불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골프 한번이 인사 고과를 바꾼다면 그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겁니다. 그야말로 ‘목구멍이 포도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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