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욕이 빚은 박찬호의 한홀 11타 참사!

[김수인의 ‘귀에 쏙쏙’ 골프 이야기] 비거리 욕심내다 연속 OB, 섹튜플 보기 ‘과욕은 금물’ 깨달으면 컷 통과 성공할 듯

호쾌한 드라이버 샷으로 공을 날리고 있는 아마추어 골퍼 박찬호. 사진= 연합뉴스
호쾌한 드라이버 샷으로 공을 날리고 있는 아마추어 골퍼 박찬호. 사진= 연합뉴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에 빛나는 박찬호(49)가 추천 선수 자격으로 출전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대회에서 좌절했다. 박찬호는 지난 5월 12일 경기도 여주의 페럼클럽에서 열린 우리금융 챔피언십 1라운드에 나섰다. 아마추어 신분인 박찬호는 주최측의 추천으로 참가했다.

박찬호의 프로 골프 무대 도전은 다섯번째였다. 이전 네 번의 도전에서 한번도 컷 통과를 못했던 박찬호는 이번에도 ‘미역국’을 먹었다. 박찬호를 절망에 빠뜨린 홀은 5번홀(파5)이었다. 586야드로 세팅된 이 홀에서 박찬호는 세 차례나 티샷 OB를 내는 등 계속된 실수로 규정 타수보다 6타를 더 친 11타를 적어냈다. 아마추어 골퍼들 사이에서는 규정타수의 두배를 쳤을 때 흔히 ‘양파’라고 지칭한다. 따라서 박찬호 스코어는 양파보다 1타를 넘긴 셈이다.

프로 골프대회에서는 홀 아웃할 때까지 진행된 모든 샷을 스코어카드에 기록하기 때문에 양파 이상의 타수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재미교포 케빈 나(39)는 2011년 4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발레로 텍사스오픈 1라운드 9번홀에서 무려 16타를 치는 악몽을 경험했다. 그는 라운드를 마친 후 “몇 타를 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골프 경기에서 규정 타수보다 4타를 더 적어내는 것은 쿼드러플 보기라 부른다. 쿼드러플 보기까지는 아마추어 골퍼들도 흔히 범하는 실수이기 때문에 대부분 이 용어의 뜻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를 넘어서면 양파로 통칭하기 때문에 공식 명칭은 낯설다.

5타를 더 쳤을 때는 퀸튜플 보기(Quintuple Bogey), 박찬호의 경우처럼 6타를 더 쳤을 때는 섹튜플 보기(Sextuple Bogey)다. 7~10타 초과는 각각 정해진 명칭이 있으나 그 이상은 세분화하기 어려워 모두 폴리드러플 보기(Polydruple Bogey)라고 부른다.

박찬호는 1라운드 합계 20오버파 92타로 최하위를 한데 이어 2라운드에서는 13오버파 85타로 출전 선수중 맨꼴찌를 기록해 컷 탈락했다. 박찬호는 세미 프로 테스트때 75타를 기록했고 수시로 70대 스코어를 치는 확실한 싱글 핸디캐퍼다. 그런데, 어떻게 보기 플레이어 수준으로 급전직하했을까.

그의 야구선수 시절로 돌아가보자. 박찬호는 한양대학교 2학년이던 1993년 대학야구리그에서 시속 160km의 ‘초(超) 강속구’를 던져 한국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한다. LA다저스 스카우트의 눈길도 사로잡아 1994년 전격적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대부분 프로 선수들, 80% 힘으로 드라이버샷

하지만 그는 공만 빨랐지 컨트롤은 엉망이어서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던질 줄 몰랐다. 다저스는 박찬호의 미래를 내다보고 2년간 마이너리그에서 투구폼을 간결하게 다듬어 팀의 에이스로 성장시켰다. 박찬호는 강속구보다 컨트롤 피처로 거듭나 성공시대를 연 것.

그런데 왜 골프에서는 마이너리그 훈련법을 잊은 것일까. 박찬호가 5연속 컷 통과에 실패한 이유는 비거리에 욕심을 과하게 낸 탓이다. 박찬호는 마음 먹으면 300m는 거뜬히 날린다. 세계 정상급의 투수였던 만큼 프로들보다 드라이버 거리를 더 내려다 OB를 내고 만것이다.

야구의 제구력과 마찬가지로 골프에서도 방향성이 중요하다. 160km의 강속구를 던져도 스트라이크존에 꽂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드라이버를 350m 날리면 뭣하나. 페어웨이 중앙이 아닌 OB지역으로 날리면 ‘실격’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비롯해 거의 모든 프로 선수들은 80% 안팎의 힘으로 드라이버샷을 한다. OB를 내지 않기 위해서다.

박찬호도 언젠가 ‘욕심은 금물’이라는 교훈을 깨닫는 순간, 프로대회 ‘컷 통과’라는 선물을 안게 될것이다. 아마추어 역시 ‘거리보다 방향’에 초점을 두는 지혜로운 전략을 구사해야 스코어가 손에 잡힌다.

글쓴이

김수인 골프 칼럼니스트

김수인 칼럼니스트는 매일경제,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에서 23년간 스포츠기자로 활동했다. 홍보회사 KPR 미디어본부장, PRN 부사장과 KT스포츠 커뮤니케이션 실장을 역임했다. 2013년 파이낸셜뉴스에 "김수인의 쏙쏙골프"를 시작으로 주간조선, 한국경제, 스타뉴스, 오피니언 타임스, 미디어빌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골프 자문위원으로 활동중. 저서는 "김수인의 쏙쏙골프"와 "파워 골프" 두 권이 있다. 생애 최저 74타(2013년 솔모로cc), 핸디캡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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