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선택한 ‘경기침체’...우리는 어떻게?
[김성재의 국제 정치경제학] 미 Fed, 경기침체로 인플레 잡으려해 초고강도 금리인상, 한국에 큰 충격 철저한 방어정책 통한 위험관리 나서야
금리 상승의 회오리 바람
돈을 빌리는 데 지불하는 대가인 금리(이자율)는 경제 전반에 걸쳐 전방위적인 효과를 미친다. 금리가 1%가 오르면 등록금을 내기 위해 100만원을 빌린 학생은 1만원을 더 내야 한다. 전세를 얻기 위해 1억원을 빌린 가계는 이자가 100만원이 늘어난다. 원자재를 사기 위해 10억원을 빌린 기업에는 1000만원의 비용이 고스란히 증가한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나랏빚이 2000조원이면 이자를 내기 위해서만 20조원만큼 정부지출이 증가한다.
이렇게 늘어난 이자비용은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줄인다. 기업의 이익도 줄어들고 정부의 순수입도 감소한다. 가계는 이자 상승분만큼 소비지출을 감소시킨다. 기업도 투자를 줄이고 정부도 각종 지출 프로그램을 축소한다. 이 효과들이 악순환을 이루면서 경제 활동을 위축시킨다. 금리가 급등하고 얼마 되지 않아 경기는 싸늘하게 식는다. 경기침체가 시작된다.
경기가 침체되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내기에도 빠듯한 한계기업은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다. 매출이 줄어 영업이익이 급속도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기업 부도가 줄을 잇는다. 대규모 해고 뉴스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린다. 기업의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이를 눈치챈 은행은 신속하게 자금 줄을 끊는다. 진행되던 각종 여신 건을 취소하고 동면에 들어간다.
기업의 이익이 줄어들면 정부의 세수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재정적자가 심화되고 국채 발행은 더 늘어난다. 가계도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서 신용도가 하락한다. 빚이 많을수록 신용도의 하락은 더 가속화된다. 신용도가 하락하면 부도 위험 프리미엄이 늘어나 금리는 더 올라간다. 기업이 발행한 채권도 마찬가지다. 기준금리에 붙는 가산금리가 올라가 수익률이 급등한다.
가계부채가 많은 나라의 국채도 심각한 후폭풍에 직면한다. 많은 가계가 늘어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부도의 위기에 직면한다. 가계가 부도의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전세를 월세로 바꾸거나 집을 팔아야 한다.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분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담보가치가 하락해 가계의 대출 상환 압박이 더 커진다. 깡통 아파트가 속출하고 집값 하락이 심화한다.
이런 위험을 반영해 국채에 가산금리를 더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채권 매도에 나선다. 금리가 오르고 채권값이 떨어진다. 이들은 채권을 매도한 돈을 달러로 바꿔 보다 안전한 미 국채로 이동한다. 달러 매수 압박이 커지면서 환율이 급등한다. 환율이 오르면 환차손을 걱정한 외국인 주식 투자자들도 매도 행렬에 가세한다. 이들도 본국으로 철수하면서 환율이 더 상승한다.
인플레, 공급때문이라 생각했지만
그러면 이처럼 거대한 회오리바람을 몰고 오는 금리 상승의 진원지는 어디일까?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다. 연준은 불과 수개월 전까지도 양적완화를 통해 채권을 사들였으나 최근 돌변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고 있다. 지난 3월에 0.25%, 5월에 0.50% 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6월에는 이례적으로 0.75%를 올렸다.
금년에만 벌써 1.5%를 올렸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금리를 올릴지 선뜻 예상하기 어렵다. 7월에 0.75%를 또 올리고 9월에도 같은 행보를 보인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가을초 기준금리가 3%에 달하게 된다. 물론 여기에서 금리인상이 끝날 것이라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거기에 부도 위험을 더한 가산금리는 훨씬 더 높을 것이다.
아주 오랜만에 두 자릿수 대출금리를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연준도 금리를 올리고 싶어 올리는 것은 아니다. 거의 반세기 만에 겪는 혹독한 물가 상승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다. 그래서 금리 인상의 진앙은 인플레이션이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여기에 대해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공급측 요인을 드는 이들이 많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이 붕괴되자 경제 전반에 총공급이 줄어들면서 물가가 자연스럽게 올랐다는 견해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공급망 붕괴가 가속화되었고 인플레이션도 보다 심각해졌다는 입장이다. 그러니 공급망 회복 이전에 금리를 올려봐야 경기만 죽인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이다. 만약 물가 상승이 순전히 공급측 요인에 의해 견인되었다면 경기도 따라서 위축되었어야 한다. 즉,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경기는 여전히 살아 있다. 공급측 요인뿐만 아니라 수요측 요인이 인플레이션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쉽게 말해, 어떤 제품의 공급이 부족해 비용이 상승했다 해도 살 사람이 없으면 가격을 올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경제 내 총수요 증가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합작품이다. 팬데믹 기간 정부와 중앙은행이 공조해 돈 풀기에 나섰고 이로 인해 자산 가격에 거품이 형성되면서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부풀어졌기 때문이다.
미 연준과 바이든이 노리는 것은
연준도 작년까지는 물가 상승이 공급측 요인이라고 보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공급망이 살아나면 아지랑이같이 사라질 ‘단기적 현상’이라고 봤다. 그러나 물가가 연준이 용인할 수 없는 수준으로 거침없이 오르자 이제는 수요측 요인이 매우 크다고 견해를 수정했다. 연준의 이런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금리 인상의 진앙이자 최종 게임의 키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가라앉지 않는 한, 연준은 금리 인상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연준이 금리 정책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경제 전반적으로 물가 상승이 둔화되는 것이 확인되어야 한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을 대세로 받아들이고 너도 나도 보조를 맞춰 물가를 올리기 시작하는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의 확산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비유하자면, 불쏘시개로 마른 잎을 태우던 작은 불이 큰 장작에 옮겨 붙어 쉽게 진화되기 어려운 상태에 진입했다는 얘기다. 연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말로는 물가가 내년이면 진정될 것이라 하지만 이대로 가면 점점 잡기가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대책을 써야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잠재우고 경제의 안정을 되찾을까?
연준은 결국 인플레이션은 경기침체로 잡을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린 듯하다. 립 서비스로는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경기의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상은 경기가 경착륙해야 물가가 잡힌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얘기다. 즉, 연준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와 강도로 금리를 올려 경기 경착륙을 유도해 물가부터 잡으려 하는 입장으로 보인다.
연준이 왜 이렇게 서두르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볼커 모멘트(Volcker moment)를 재창출하기 위해서다. 1980년대 초 금리를 20% 위로 올려 물가를 잡았던 폴 볼커 전 연준 총재의 전략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실업률이 10% 위로 오르는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었지만 감세와 각종 혜택으로 공급을 늘리면서 물가도 잡고 경기도 성장 궤도에 재진입시킬 수 있었다.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은 이러한 공급중시 정책(레이거노믹스)을 통해 압도적 표차로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고 화려한 공화당의 시대를 열어젖혔다. 트럼프의 재등장을 막고 다음 대선에서 이겨야 하는 바이든 대통령도 물가를 잡은 후 신 공급중시 정책을 통해 경기를 다시 살리려 하는 것이다. 그런 바이든의 정치 시계에 비추어 볼 때 연준의 서두름은 당연한 일이다.

실물과 이론 겸비한 인재로 위기대응해야
초 고강도의 빠른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두말할 것도 없이 ‘하나도 위험관리이고 둘도 위험관리’이다. 성장정책이 아니라 철저한 방어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천문학적인 가계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경제는 신인도 관리와 금융시스템의 건전성 확보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지금은 괜찮아 보일지라도 언제 추락할지 모른다.
정부는 위기관리 대응 체제를 갖추고 신속하고 철저한 시장 모니터링에 나서야 한다.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야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데 금융기관 당사자들은 중요하고 긴요한 정보는 대체로 숨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실물과 이론을 모두 겸비한 인재를 등용하는 것이 긴요하다. 연준만 해도 대부분의 고위직은 경제학 박사를 받고 교수를 하다 연준에서 경험을 쌓은 뒤 재무부에서 일하고 다시 연준으로 복귀해 정책을 수립한다.
가계와 기업이 급격하게 무너질 때, 양쪽 모두에서 부도가 급증할 때, 그리하여 은행의 건전성에도 적신호가 나타날 때, 어떻게 할지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런 현상이 이미 벌어졌을 때는 늦다. 그때는 국가 신인도의 추락으로 엄청난 국부의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확률에 근거해 위험 대비 가치(VaR, Value at Risk)를 예상하고 미래에 대응해야 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개입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으면 어떨까 하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모든 일에 비밀이란 있을 수 없다. 터키와 같이 정부가 압력을 넣어 통화정책의 자율성을 무력화시키면 그 결과는 당연히 국제 신인도의 추락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환율은 더 급등할 것이다. 한은이 금리인상을 스스로 포기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보다 안전하고 고금리인 미 국채를 쫓아 우리 시장을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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