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사옥 매각은 옳은 정책이 아니다

[최성호의 사람 사는 건축] ‘호화청사’ 언론보도, 현실 모르는 지적 건축면적, 개인면적 호화 수준 아냐 외국인이 ‘사옥 쇼핑’하면 국부유출

윤석열 대통령은 공기업 호화청사 매각 지시와 관련, 직원 1인당 평균면적을 대통령 집무실과 비교하라는 발언도 했다. 당선자 시절 대통령 집무실 이전계획을 발표하는 윤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공기업 호화청사 매각 지시와 관련, 직원 1인당 평균면적을 대통령 집무실과 비교하라는 발언도 했다. 당선자 시절 대통령 집무실 이전계획을 발표하는 윤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한 잘못된 지시

윤석열 대통령이 공기업을 겨냥해 “호화 청사부터 팔아서 비용을 아끼라”고 했다. 그리고 연봉이 높은 임원진은 받았던 대우를 스스로 반납하고, 과도한 복지제도 역시 축소해야 한다고도 했다. 경제가 어려워질 것을 예상해서 공기업에게 고통분담차원 규모를 줄이라는 말이다. 취지는 이해하나 임직원 임금은 그렇다쳐도 사옥 매각 지시가 장기적 관점에서 옳은 방향인지는 의문이다.

40년 건축설계를 전문으로 해온 필자가 봤을 때, 이런 공기업 건물이 ‘호화 청사’인지 의문이 든다. 대통령이 지적한 호화청사는 대부분 공기업을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신축한 지 몇년 되지 않은 건물들이다. ‘공기업 지방이전’이라는 정부 정책에 따라 지어진 것이다. 그것을 호화라고 하는 것자체가 정부의 자기모순이다. 그리고 일부 언론(JTBC 방송)에서 대표적인 예로 한국가스공사 사옥을 소개했다. 가스공사가 사옥면적이 이전 사옥에 비해 4배이고, 공사비도 2700억원이나 들여 축구장과 수영장을 갖춘 호화시설이라 보도했다.

따져보자. 수영장 등 체육시설은 따로 얘기하기로 하고, 면적이 4배라는 주장은 오해할 소지가 충분하다. 가스공사 건물을 착공할 당시 2013년3월19일 국토해양부 발표를 보면 이 사옥은 지하 2층, 지상 11층, 연면적 6만4754㎡(1만9587평) 규모이고 공사비는 1300억원이었다. 그 언론이 보도한 것의 반의 반도 안된다. 착공때 정부발표가 잘못됐단 말인가?

공사비는 평당 660만원으로 일반적인 사무실 건물 수준이다. 참고로 2012년 아파트 표준건축비가 평당 583만원인데, 아파트 건물보다 사무소 건물 공사비가 더 비싸다는 것을 감안하면 호화건물을 지은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

이전 가스공사 사옥인 분당사옥과 비교해보자. 분당사옥은 지하 2층, 지상 8층 연면적 3만5089㎡(1만614평)이었다. 이 때보다 1.85배 커졌으니 호화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분당사옥 부지면적이 1만6726㎡인데 비해 대구의 신사옥 부지 면적이 6만4892㎡니 4배 커졌다는 건 부지면적을 비교한 것일 뿐이다. 부지면적 4배인 것이 사옥 연면적 4배로 둔갑해 호화청사라는 오명을 듣게 된 것이다.

건축면적 기준이 개편된 현실을 안다면

공기업의 청사를 그렇게 마음대로 늘려서 지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는 정부청사관리규정이라는 게 있다. 이 규정은 정부조직법에 따른 중앙행정기관에 적용되지만 공공기관도 이 법에 준해 건물을 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화청사’라고 언론으로부터 지적받은 한국가스공사 건물도 이 규정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을 것이다.

이 법령 시행규칙 별표 1에는 직급별 배당 면적이 있는데, 이 규정은 1973년에 제정된 ‘건설공사표준화 계획단’에서 제정한 사무실 면적기준에서 출발한다. 이후 1981년에 총리령으로 현실적인 문제를 반영한 정부청사관리시행규칙이 제정됐다. 여기에는 장·차관 이하 모든 공무원의 소요면적을 정해놓고 있다. 즉 개인당 순수업무 면적이다. 일반직원은 1981년도에 1인당 5㎡이었다가 1995년에 계장급까지 모두 7㎡로 통일됐다. 이후 행정신도시가 건설되면서 과거 규정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정부는 적정공간에 대한 연구용역을 시행해 2013년에<업무 시설 적정공간면적 설계기준 개발 연구>라는 보고서가 나왔지만 적용되진 않았다. 이때 보고서에서는 8.5㎡를 제안하고 있었다.

건물은 시대환경에 따라 규모가 변한다. 직원 1인당 소요 면적이 5㎡에서 7㎡로 넓어졌고, 그것도 좁아 연구용역에서는 8.5㎡를 제안한 것이다. 컴퓨터 모니터도 커지고, 대수도 한개에서 두세개로 늘어나고, 팩스와 복사기를 겸하는 복합기도 등장해 사무실내 여러 곳에 설치하는 시대다. 한국가스공사 청사는 이런 변화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으며, 또 다른 이유로 직원수가 늘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최근 언론에 보도된 ‘직원 1인당 사용면적이 50㎡가 넘는 호화청사가 많다는 보도는, 순수 업무면적이 아닌, 총 사용면적을 기준으로 해 부풀린 것으로 추측된다.)

요즘 새로 신축된 공공청사 내부. 사진은 질병관리청 상황실.
요즘 새로 신축된 공공청사 내부. 사진은 질병관리청 상황실.

그 외에 최근 업무환경 변화에 따라 부대시설 역시 개선되고 있는 점도 청사 규모 확대의 배경이다. 화장실도 고급화되고 기구 숫자도 늘어나 기구 당 점유면적이 늘고 있다. 공용면적 역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 전용면적의 50%가 넘는 경우도 많다. 여기에 위기관리 기능을 강화하면서 이전보다 큰 상황실을 갖출 수 밖에 없고, 직원 복지시설로 실내수영장 등을 갖추면 그 면적 역시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건물이 커졌다고 호화청사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 대통령실을 기준으로 ‘직원 1인당 평균 면적’을 따져보라고 한 모양이다. 지금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하는 전 국방부 건물은 오래 전에 지어진 건물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신축하는 건물과 비교하면 로비, 복도, 화장실 등 모든 시설이 열악하다. 그리고 갑자기 이전하면서 억지로 꿰맞춘 사무실이다. 오히려 지금 대통령 부속실 환경을 더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런 사무실 환경을 기준으로 다른 사무실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한마디로 ‘라떼’ 라고 불리는 꼰대적 사고다. 제대로 비교하려면 순수하게 사무실 면적으로 비교해야 한다.

참고로 <업무시설 적정공간면적 설계기준 개발 연구> 보고서에서는 모 청사가 7㎡ 기준에 맞춰 1인당 실사용 면적을 6.97㎡로 계획해 건축됐지만, 업무공용공간을 제외하면 개인공간이 협소해지고 완충공간이 없어 일상업무에서 나는 소음이 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필자가 설계 일에 종사해온 40년 동안 사무실 건물 설계 기준은 계속 바뀌었다. 그럼에도 과거에 얽매어 기준을 정하고 있다. 그리고 복지시설도 우리사회 수준이 높아지면서 점점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우리는 구글과 같은 외국 기업이 갖춘 사무실 환경이나 복지환경을 부러워하지 않는가.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기업에서 같이 내려가지 않으려는 직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복지확대 차원에서 인센티브를 준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또 이들 시설을 주변의 주민들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공공기관 임직원 수, 부채규모 증감을 보여주는 경영 정보. .
공공기관 임직원 수, 부채규모 증감을 보여주는 경영 정보. .

건물 매각이 도움되나...이익보는 곳이 외국인이라면?

사옥을 팔아 일시적으로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과연 옳은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사기업이라면 당장 부도를 막기 위해서 그렇게라도 할 수 있다. 그런데 공기업은 다른 측면이 있다. 설사 지금 팔아서 현금을 손에 쥐었다고 해도 이것으로 20, 30년 임대료를 내다간 다 사라질 것이다. IMF국가위기처럼 국가 전체가 지불부족 능력에 이르기 전까지는 공기업에서 사옥을 파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지난 2019년 영등포역사 민자사업이 종료돼 새로운 주인을 놓고 입찰을 한 적이 있었는데, 기존 사용자인 롯데에 다시 낙찰됐다. 롯데가 재낙찰 전 민자역사를 관리하고 있을 때 한국철도공사는 지분을 25% 가지고서 최근 10년 동안 1346억원을 배당받았다. 그러니 30년 동안 민간사업자인 롯데는 얼마나 많은 이익(임대료 수익 등)을 봤는지 짐작할 만하다. 물론 여기에 백화점 운영으로 얻은 수익은 별개다. 이런 것을 고려하면 자사건물을 가지고 있는 것이 엄청난 이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중히 검토해야 할 문제는 몇 가지가 더 있다.

첫번째는 부동산 가치상승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포기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로 앞으로도 토지부족에 허덕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시간이 지나가면 부동산은 가치가 상승한다. 대기업들이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도 부동산 가치 상승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부동산 가격은 주변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승한다. 만일 이대로 매각했다간 다시 사옥을 지을 필요가 생겼을 때에 매각한 비용의 몇 배를 지불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지방으로 이전한 공기업이 사옥을 판다고 해도, 다시 임직원들이 들어가야 할 업무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혁신도시는 이전한 공기업을 중심으로 도시계획을 했다. 해당 공기업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 혁신 도시는 기반이 무너진다. 때문에 혁신도시 안에서 새로운 입주 건물을 찾아야 하는데 그만한 건물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공기업이 나갔을 때 그 건물에 입주할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가도 문제다.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청사를 살 수 있는 수요자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결국 매각은 하되 그 건물을 그대로 임대해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하루아침에 건물주에서 세입자로 전락하고 만다.

세 번째로 이 사옥을 누가 살 것인가도 생각해봐야 한다. 작게는 수 백 억원에서, 많게는 수 천 억원에 이르는 부동산을 살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기업 아니면 국내 및 외국계 부동산펀드와 투기자본이다. 매물이 한꺼번에 대량으로 나오면 가격하락은 불 보듯 뻔해 헐값 매각이 될 수 밖에 없다. 매수자만 배불리는 식인데다 매수자가 외국투기자본일 경우는 되팔고 떠나면 국부유출로 이어진다. IMF 위기때 이런 경험은 수도 없이 많이 겪었다. 지금 또 그런 우를 범하려 하는가.

이런 ‘공기업 호화청사 매각’ 얘기가 나온 배경에는 부실경영으로 적자가 늘었다는 윤 정부의 평가가 있다고 한다. 이 글에서 언급한 가스공사의 적자는 가스공사의 책임이라기보다는 과거 정부에서 있었던 실정 때문이다. 그러니 엄밀히 말하면 공기업이 책임져야 할 문제가 아닌 정부가 책임져야 할 문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350개 공공기관 부채는 2017년 493조 2000억원에서 지난해 583조원으로 89조 8000억원(18.2%) 증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통계를 보면 적자는 늘어났지만 부채비율은 오히려 낮아졌다. 즉 부채 증가만 가지고 일방적으로 방만했다고 할 수 없다.

공기업 구조조정 신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경제학자도 아니고, 경제를 전공한 사람도 아니지만 한마디 덧붙이고자 한다. 지금 대통령의 공기업 구조조정 발언은 위험천만하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예견되는 경제 상황을 예측할 때 공기업 구조조정은 실업자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 사회는 패자부활전이 없다. 불황이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공기업에서 구조조정당한 사람들을 받아들이겠는가. 이들이 다시 회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그가 가장으로 있는 가족도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럴 때일수록 공기업이 단기고용이라도 늘려 민간 기업의 실업자를 흡수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아닌가.

글쓴이

최성호 건축가

필자인 최성호는 오랫동안 한옥과 한국문화를 공부해온 건축설계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건축사다.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다. 필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s://blog.naver.com/seongho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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