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활용방안 역시 졸속이다

[최성호의 사람 사는 건축] 아이디어는 빈곤, 외국비교도 안맞아 전문가 논의 흔적도 안보여...배경 의혹 후임자가 다시 돌아갈 여지 남겨둬야

일반 관광객들이 줄지어 관람하고 있는 청와대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일반 관광객들이 줄지어 관람하고 있는 청와대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일방통행식 청와대 활용방안 수립과정

지난 7월 21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한 내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 보고에서 핵심추진과제로 5가지를 제시했는데 그중 제일 먼저 보고된 것이 청와대 활용방안에 대한 것이었다. 청와대 활용방안은 대통령실을 이전한다고 결정할 때부터 이미 대통령의 관심사였을 터, 제일 먼저 언급한 것이다. 이 청와대 활용 방안은 “(제1단계) 국민의 품으로-(제2단계) 살아 숨 쉬는 청와대로 만들겠습니다”라는 제목 하에 만들어져 있는데 첫 시작부터 “역사적 결단인 개방된 청와대”라고 한 말이 남사스럽다. 지금이 왕조시대도 아니고 권위주의 정부시대도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22일 윤석열 정부 장·차관 국정과제 워크숍에서 윤 대통령은 “정부 의사결정도 이념이 아닌, 실용과 과학 중심으로 객관적 사실과 데이터에 기초해 이뤄져야 하고 늘 국민과 소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대통령실 용산이전과 청와대 개방 이후 일련의 작업은 앞서 말한 것과는 달리 모두 일방적이었다.

대통령실 이전은 그렇다쳐도, 이후 일련의 과정에서도 국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한 적이 한 번 없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에 대해서는 ‘제왕적 대통령제’라 비판했지만 정작 지금 자신의 모습이 바로 제왕적 대통령의 모습 그 자체다. 윤 대통령은 자기 의견이 곧 국민 의견이고, 대통령 지시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무엇보다 이것을 결단력이라고 착각하는 인상이다.

더욱이 이번 보고를 보면, 앞으로 후임자도 다시는 청와대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대못 박기’를 하려는 것 같다는 세간의 평가가 그냥 나온 게 아니구나 싶다. 그런데 돌아보자. 윤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명목으로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긴 것도 대통령의 결단이라면, 반대로 다시 청와대로 돌아가겠다고 하는 것도 차기 대통령의 결단이다. 집무실 용산이전으로 발생한 교통통제, 경호·보안 문제 등 지금까지 제기된 제반 문제들을 고려하면 차기 대통령이 다시 돌아가겠다고 할 수도 있다. 차기 대통령이 그런 결심을 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은 왜 안 되는가 하는 생각이다. 과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베르사유궁, 바티칸 성당과는 다르다

그리고 문체부의 활용방안만이 과연 정답일까? 문체부는 우선 세 가지를 언급하고 있다. 첫 번째는 기존 건물은 전시공간으로 재구성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로 통치의 중심이었던 청와대 역사를 콘텐츠로 만들어 전시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기존 야외공간과 야외공간에 있는 문화재의 활용이다.

현재 청와대는 본관, 관저, 영빈관, 기자회견장으로 쓰인 춘추관 그리고 비서실인 여민관으로 구성돼 있다. 보고서에는 여민관의 활용방안에 대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대통령 역사 문화공간을 만든다는 계획이 있으니 여민관은 역대 대통령 역사관으로 꾸밀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여민관은 계획에 없으니 차치한다고 하더라도 이외 모든 건물은 원형보전을 원칙으로 천편일률적으로 전시공간으로 계획했다.

영빈관 홀을 실내악연주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한다고 했지만 그것은 억지로 끼워 넣은 것 뿐이고 본관은 상설전시관, 관저도 미술관, 영빈관은 기획전시장, 춘추관 역시 시민소통공간이라고 하지만 내용으로 보면 미술전시관이다. 한마디로 무엇으로 활용할 것인가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 사진=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 사진= 연합뉴스

문체부의 보고서 내용에는 지나치게 과장된 것들도 눈에 띈다. 프랑스의 그랑 팔레와 베르사유 궁을 언급한 것부터 어울리지 않는다. 유럽 궁의 전시문화는 회화 컬렉션을 과시용으로 걸어 놓은 것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출발점이 다르다. 그리고 베르사유 궁이나 바티칸 성당 등은 전시공간이라기 보다는 건물자체가 천정화, 벽화 등과 함께 계획된 건물로 미술과 건축이 어우러진 건물이다. 호박에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본관에 미술품을 걸어 놓는다고 베르사유 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궁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미술관으로 활용한 루브르 미술관이 문체부 보고서와 개념이 맞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파리 그랑 팔레는 대규모 전시장이다. 청와대 건물 어느 것도 그랑 팔레와 격이 맞지 않는다.

청와대 역사를 고려까지 가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눈에 거슬리는 것은 청와대 역사의 한계를 현대사에 국한시켰다는 것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한성은 고려시대 남경이었던 곳이고, 현 청와대 자리는 고려시대 이궁이 있었던 자리다. 조선이 개국하고 경복궁을 지으면서 이궁은 훼손됐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이곳은 경복궁의 후원이었고, 고종 때는 연무장으로 사용되던 곳이다. 그러므로 역사로만 따져도 고려 500년 조선 500년을 합쳐 천년을 아우르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현대사로만 국한해 역사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청와대 역사를 너무 제한해버린 것이 아닌가.

이렇게 현대사로 국한시킨 것은 시대 범위를 넓힐 경우 복잡한 문제가 개입되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문화재 발굴조사는 필수다. 이미 일제 강점기 총독부를 거치고 청와대에 여러 건물을 지으면서 지하매몰부분이 많이 훼손됐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고려 이궁 터와 조선시대 후원, 그리고 조선 말 연무대로 사용했던 흔적을 찾아내려면 발굴조사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럴 경우 부지하세월이다. 발굴조사까지 하게 되면 청와대 개조가 현 정부 임기내 끝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런 것을 감안한 계획이 아닌가 추측한다. 청와대 개조를 임기 내 끝내는 것이 목표라 하더라도, 청와대 천년 역사에서 어떤 부분부터 보여 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그런 논의가 없었던 것 같다.

대통령 역사문화공간을 꾸미는데 구 본관의 모형 복원을 추진한다는 내용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미 헐어버린 건물을 모형이란 미명하에 다지 지으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쨌든 모형이라고 하니 어떤 수준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보고서를 보면 예전자리에 그 모습대로 모형을 만들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모형이라는 것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음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건물 모형을 그 자리에 원래 크기대로 만들 필요는 도대체 뭘까. 차라리 1/500 가량의 축척으로 조선시대 연무장으로 사용하던 때부터 일제총독부 그리고 새로 본관이 생긴 지금까지 시간이 흐르면서 변한 청와대 모형을 여러 개 만들어 한 공간에 전시하는 것은 어떨까. 혹은 시대별로 변화한 배치도를 시대 순으로 전시하는 것이 청와대의 변화된 모습을 이해시키는데 효과적이지 않을까.

미술전시관으로 한정한 결정적 이유는

필자는 이번 문체부 방안에서 나타난 가장 문제점으로 모든 건물을 미술전시관으로 한정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예술분야도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미술은 여러 분야 중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꼭 예술 분야로만 한정할 필요도 없다. 어쨌든 새로 공간이 생겼다면 여러 예술 분야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를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통해 제안받거나, 아니면 활용방안에 대한 제안을 경쟁을 통해 선정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좋은 안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보고서 수준은 한 두 사람이 며칠 내에 만들어 졸속으로 결정한 티가 완연하다. 한마디로 시간이 흘러 동력을 잃기 전에 빨리 청와대에 대못을 박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윤 정부는 취임초기부터 국가부채를 줄이겠다고 했다. 그리고 22일 열렸던 장·차관 워크숍에서도 윤 대통령은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과 공공기관 개혁 역시 피해갈 수 없다”고 했다. 그렇게 지출을 줄이겠다는 정부가 대통령 자신이 생활할 공관을 고치는데 497억원을 들이고, 청와대를 활용한다고 또 엄청난 돈을 들이려 한다.

앞으로 대통령실 이전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 얼마나 더 생길지 모른다. 진정한 절약은 당장 고쳐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불요불급한 것은 그대로 놔두는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오르는 물가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더 오를지 걱정이 태산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그리 급하지 않은 청와대 개조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이 대통령 부인의 관심사항이기 때문은 아닌가. 대통령 부인은 과거 ‘코바나 컨텐츠’라는 전시기획사를 운영했다. 당연히 전시기획업무에 전문가라고 자임할 것이고 이런 분야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그러니 청와대를 개조하는데도 관심이 있을 수 있다. 문체부가 대통령 부인 취향에 맞춰 알아서 미술전시를 주로 하는 청와대 개조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길 바란다.

글쓴이

최성호 건축가

필자인 최성호는 오랫동안 한옥과 한국문화를 공부해온 건축설계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건축사다.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다. 필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s://blog.naver.com/seongho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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