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덥고 너무나 무기력한 유럽
[최수정의 유럽외교전] 에너지정책 실패의 부메랑 에너지위기, 식량위기, 안보위기 겹쳐 이상기후까지 발생...’대책없는 유럽’
불타오르는 유럽의 여름. 현재 유럽은 사상초유의 폭염과 씨름하고 있다. 남부 유럽은 날마다 영상 섭씨 40도를 넘었다는 뉴스가 나온다. 물론 베를린도 37도, 38도까지 올라가는 날들이 종종 있다. 영상 37도의 날씨에는 실외활동을 삼가고 가능한 한 실내에 머물러야 한다. 다행인 것은 유럽의 경우 고온건조한 날씨 특성상 그늘에 있을 때는 땡볕에 데워진 공기가 그늘로 바로 전달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남부유럽은 이번 폭서로 1700여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이것이 지난주 뉴스였으니 이번 주에도 꺾이지 않는 더위로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지난 18일 구테흐즈 유엔사무총장은 기후변화대응에 대한 논의의 진전이 필요함을 강조하며 “공동대응이냐, 집단자살이냐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기후변화에 책임지는 자세를 강조하며 화석연료 의존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 올해 10월부터 갈탄 화력발전에 투입 예정
분명 숄츠 총리의 지적이 옳다. 독일의 지적은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독일의 목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화석연료인 석탄, 석유, 그리고 천연가스로부터의 탈피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측면에서 이를 부인할 나라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유럽은 화석연료로부터의 탈피가 아닌 회귀로 정책방향을 선회해야 할 입장이다. 그나마 깨끗한 연료인 천연가스조차 제대로 공급할 수 없는 전쟁상황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로부터의 천연가스 의존도가 50% 이상인 독일의 타격은 어느 나라보다 크다. 독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노르트스트림2의 가동을 포기했으며 노르트스트림1마저 그 공급량이 40% 이하로 줄었다. 올해 겨울 난방을 위해 최악의 탄소배출 연료인 갈탄마저 화력발전용으로 사용하기로 한 상태이다. 민간 사무용 건물의 에너지 절약을 위해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임대건물의 겨울철 난방 의무(낮 20도, 밤 18도)도 일시 중단한다고 했다. 독일의 최대 에너지 기업인 유니퍼는 정부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상태다. 러시아산 가스 대체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정부가 지원해주기로 한 것이다.
이번 가을, 겨울을 잘 넘기면 유럽의 에너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인가? 모르겠다. 지금 유럽인들은 걱정이 크다. 계속 더워지고 있는 유럽은 이제 여름에도 많은 에너지 사용이 필요한 나라로 변하고 있다. 겨울에만 감당하면 되던 난방비 외에 여름용 냉방비용이 추가되는 셈이다. 결국 기후변화는 에너지대란과 직결되어 있다.
지금도 독일인들이 받아든 전기요금은 작년에 비해 30% 인상된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이것보다 더 심각하다. 필자의 집주인은 며칠전 청구된 전기요금이 3배가 넘는다며 올해 연말 추가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세입자에게 사전 공지를 보내왔다. 올해 연말 얼마나 많은 전기세를 추가로 내야할지 지금부터 머리가 아찔하다.

유럽중앙은행, 기준금리 0.5% 인상 ‘빅스텝’ 결정
유럽은 코로나19 대응 이후 덮친 인플레이션과 함께 에너지대란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 상황에서 미국이 취하고 있는 금리인상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붙는 상황이 되었다. 세계 각국은 모두 자국의 인플레이션 압박을 낮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상외로 크고 빨랐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중앙은행은 7월 21일 0.5%의 기준금리 인상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유럽중앙은행은 계속해서 금리를 올리지 않거나 올리더라도 소폭 인상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유로화 방어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0.5% 라는 빅스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2011년 남부유럽의 재정위기를 불러온 금리인상을 떠올리게 한다. 10년이 지난 이후 유럽은 다시 금리를 올리게 되었고, 이것은 “다시 남부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 악몽을 되살릴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10년전과 지금의 상황을 비교해보면 지금이 더 암울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2011년에는 코로나 사태와 같은 전지구적 역병의 위기가 없었다. 유럽이 아무리 자영업자들을 보호한다고 하지만 독일만 해도 코로나 사태이후 많은 가게들이 폐업하고 있다. 10년전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것과 같은 대규모 전쟁은 없었다. 2008년 크림반도 탈취 시에도 이런 무력침공은 없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글로벌한 악재를 겪는 것은 비단 유럽인들만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럽은 식량과 에너지를 모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심각하게 의존하고 있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 공급망은 무너져내렸다. 세계 제 2차대전 이후의 전후상황과 같은 경제초토화 상황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에 불어오는 트리플 악재
그런데 유럽은 미래에 대한 대응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특히 에너지 공급을 러시아에게 전폭적으로 의존한 정책은 치명적이었다. 이것은 오늘날의 유럽을 다른 지역인들보다 더 큰 피해를 입는 지역이 되도록 하는 악재가 되었다. 생필품 가격의 상승과 함께 급등한 에너지가격이 유럽 가정을 강타한 가운데 이웃 국가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후위기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는 에너지위기, 식량위기, 그리고 안보위기가 한꺼번에 유럽을 덮치고 있다.
과도한 친러시아 정책의 안일함이 가져온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는 전쟁이 장기화되면 될수록 계속 증가할 것이다. 남부유럽은 재정위기를 겪게 될 것이고, 동유럽은 유럽연합과 나토에 대한 신뢰를 내려놓게 될 것이다. 독일 베를린 정가에서 밀어붙인 친러정책의 피해가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외교에는 적도, 아군도 없다고 했던가? 결국 정치나 경제, 어느 것도 과도한 의존성은 독이 될 수 있다.
유럽의 트리플 악재, 에너지정책실패의 부메랑
폴란드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독일에게 그렇게 경고를 했음에도 그것을 무시했던 독일의 안일한 외교정책과 정책결정자들은 분명히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다. 유럽의 이 총체적 위기를 보면서 무엇을 교훈삼아야 할 것인가?
내부 정책분석가들의 경고를 무시한 정치당략적 판단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유럽이 코로나 사태의 인플레이션 위기만 겪어도 될 상황에 에너지위기와 식량위기, 그리고 안보위기를 한꺼번에 떠안게 된 배경에는 대러시아 정책의 실패가 있다.
유럽연합 내부, 특히 독일 내부에서도 노르트스트림2의 정치적 취약성에 대해 다각적으로 독일 정부에 경고를 했다. 이것이 러시아에 준 시그널은 “유럽은 독안에 든 쥐”일 뿐인 것이었다. 그럼에도 독일 정치권에서 이것을 무시한 것이다. 앞으로 유럽은 과거 100년간의 독일 중심에서 또다른 중심 또는 각자도생의 모습으로 살게 될 것이다. 너무나 더운 유럽의 여름도 문제지만 선택가능한 정책수단이 너무나 빈약한 유럽의 현실은 더더욱 힘겨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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