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멀어진 골디락스...미국, 금리 5%까지 올려야

[김성재의 국제 정치경제학] 골디락스 대신 스테그플레이션 걱정할 판 중립금리는 5~6%대...이까지 올려 충격줘야 인플레 심리 꺾어야 원자재 급락할 것

미국 시카고의 수퍼마켓. 사진=연합뉴스
미국 시카고의 수퍼마켓. 사진=연합뉴스

앞으로 두달 지켜보자는 파월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엄마 곰, 아빠 곰, 아기 곰. 어린아이들과 함께 손뼉 치며 불러봤던 동요다. 그런데 이 동요의 원작 동화에는 주인공인 금발머리 아가씨가 등장한다. 그녀의 이름은 골디락스(Goldie Locks)다. 그녀는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수프를 골라 마시고, 딱딱하지도 너무 푹신하지도 않은 침대를 골라 잠을 잤다. 과열되지도 침체되지도 않은 경제마냥.

경제를 골디락스의 이상적 상태로 견인해야 할 책임은 중앙은행에 있다. 그런데 지난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장에 선 제롬 파월 의장의 모습에서는 카리스마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기자의 질문에 끌려 다니기 일쑤였고 논리에는 일관성이 없었다. 인플레이션 전쟁에서 지고 있는 사령관의 초라함이 묻어났다.

답답함을 느낀 기자들이 향후 물가와 경기 침체 여부, 그리고 금리 인상에 대해 긴 시간 질문을 쏟아냈지만 파월의 답변은 딱 부러지지 않았다. 9월 FOMC 회의까지는 두 달이라는 시간이 남았으니 그때까지 발표되는 경제지표를 면밀히 분석해보고 정책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원론적 얘기만 반복했다. 물가를 잡아야 장기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뻔한 얘기를 첨가했을 뿐이다.

그러면서 그날 회의에서 빅스텝으로 금리를 올렸으니 이제 기준금리가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지 않고 경제의 안정적 성장이 가능한 ‘중립금리’ 안팎에 있음을 시사했다. 시장은 이를 연준이 곧 긴축정책을 그만둘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주가는 모처럼만에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고 채권 금리는 눈에 띄게 하락했다. 비트코인도 랠리에 동참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 사진=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 사진= 연합뉴스

기준금리가 ‘중립금리’에 왔다고?

여기서 큰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과연 기준금리가 중립금리에 가까이 간 것일까? 중립금리는 두 가지의 조건이 충족될 때 관찰된다. 첫째로, 한 나라의 경제가 완전고용상태에서 산출해내는 잠재적 총생산(potential GDP)의 장기추세에 근접해 있어야 한다. 둘째로, 물가 상승률이 연준의 목표 인플레이션율인 2% 안팎으로 안정되어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장기균형 실질금리 수준이 바로 r-스타(r*)라 불리는 중립금리이다. 여기서 키 포인트는 시장에서 관찰되는 명목금리가 아니라 실질금리라는 것이며 단기적으로 등락이 심한 시중금리가 아니라 장기균형 금리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중립금리가 실제로 시장에서 목격되는 일은 흔치 않다. 현재 금리가 중립금리에 가까운가 아닌가 추정할 뿐이다.

최근 연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코로나 팬데믹 이전 미국의 중립금리는 1% 내외의 실질금리 수준으로 보인다. 중립금리는 장기 균형 경제성장률에 근거하므로 단기적으로 크게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의 중립금리도 1% 안팎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9%의 인플레이션율을 감안할 경우, 명목금리로 측정되는 현재의 중립금리는 10%가 되어야 한다.

물가상승률을 가장 보수적으로 잡아 4.8%의 근원물가지수(PCE) 상승률을 적용하더라도 기준금리가 6% 안팎이 되어야 중립금리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이는 기준금리 계산의 원칙을 제시한 존 테일러 교수의 ‘테일러 준칙’에 근거해 계산한 결과에도 어느 정도 부합한다. 무엇보다 최악의 인플레이션 위협이 상존하는 현재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수준이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파월 의장은 왜 중립금리가 현재 기준금리인 2.5% 안팎이라 말했을까? 그것은 인플레이션이 팬데믹 이전과 같이 2% 아래로 안정될 것이라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1% 내외의 실질금리는 달성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것은 파월이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듯하다는 사실이다.

미국 물가 2%에서 안정될까

과연 물가는 조만간 2% 안팎으로 안정될까? 물가가 그렇게 안정되려면 공급측 요인과 수요측 요인에서 물가 불안 요소가 완전히 해소되어야 한다. 공급측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료되어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이 회복되고 유가와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안정될 것이 요구된다. 수요측에서는 자산시장에서 거품이 해소되고 소비와 투자활동이 감소해야 한다.

그런데 러시아를 비롯한 주변의 이해 당사국들이 경제적 관점이 아니라 지정학적 이해관계의 관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끌고 가면서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희소한 광물 자원의 전략화와 기후 변화로 인한 농작물 생산 감소도 공급측 비용의 정상화를 가로막고 있다.

수요 측에서 물가 안정의 조건이 충족되려면 경기가 크게 둔화될 것이 요구된다. 연준은 경기의 경착륙을 통해 이 조건을 달성하고자 했다. 그런데 최근 백악관이 “2분기 연속으로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해도 침체라 볼 수 없다”는 성명을 내놓으면서 연준의 입장이 모호해진 듯하다. 파월 의장도 경기침체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시장과 백악관이 듣고 싶은 말을 했다.

파월 의장의 이러한 행보는 1970년대 통화정책의 정확한 방향을 잃고 오락가락(stop-go)하면서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는 데 일조했던 아더 번즈(Arthur Burns) 전 연준 의장을 연상시킨다. 그는 물가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는데도 경기가 침체될 조짐을 보이자 성급하게 금리를 내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근절하는데 실패했다.

그런 와중에 경기는 더 큰 침체로 빠져들었고 주가도 잠깐 반등하는 듯했다가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나스닥 지수는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1973년초 이후 경기침체가 깊어진 이듬해 가을까지 60% 가까이 하락했다. 버티던 주가를 끌어내린 것은 실업률의 상승이었다. 1974년 봄 5.1%로 안정되었던 실업률은 그 해 가을 6%를 넘어섰다.

’경기침체’는 시작됐다고 봐야

파월 의장은 실업률이 완전고용에 가까운 3.6%를 보이고 있으므로 경기침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과연 그럴까? 과거 경기침체를 부른 것은 대부분 물가였다. 그것도 유가 급등 이후에 나타난 인플레이션이었다. 비용 상승과 금리 인상이 겹치면서 경기가 침체되었다. 즉, 실업률이 낮아 경기침체가 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으로 경기침체가 오자 실업률이 높아졌다.

또 한 가지 많은 사람이 경기침체(recession)에 대하여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경기침체는 경제의 생산이 극히 침체된 상태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경기가 정점(peak)을 지나 GDP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줄어들기 시작하면 바로 경기침체가 시작된다. 그래서 경기침체가 시작되는 시점에는 실업률이 크게 낮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파월도 이 사실을 착각하고 있다.

물론 경기침체를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기관은 전미경제연구소(NBER)이다. 통상적으로 2분기 연속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 경기침체로 본다. 그러나 NBER은 다른 지표도 감안해 경기침체 여부를 판단한다. 그런데 이 기관이 경기침체를 공식 선언할 때에는 불황이 피부로 느껴질 때일 것이다. 그때에는 주가도 하락 랠리를 재개해 상당 폭 하락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금년 상반기 미국 경제가 두 분기 연속으로 역성장을 보였으므로 경기침체는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 엄연한 사실을 부인하면서 연준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일수록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경기는 점점 더 깊은 침체의 늪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연준이 그렇게 희망하던 완만한 경기침체, 즉 연착륙과 물가 안정의 동시 달성이라는 골디락스 상태와는 정반대 결과인 고물가 속 경기 침체, 즉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물론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 정책 담당자들이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시나리오다.

미 연준, 기준금리 5%까지 올려야

높은 물가 상승에다 실업이 만성화하면서 경제주체들이 겪는 고통이 배가되기 때문이다. 이는 바로 집권당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으로 표출된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만연했던 1970년대 중반 이후 재임한 대통령은 한 명도 예외 없이 집권 연장에 실패했다. 반면, 스태그플레이션을 해결했던 레이건은 엄청난 압승으로 선거에 승리하고 재선에도 성공했다.

최악은 연준이 당장의 경기침체를 우려해 오락가락 정책 행보를 지속해 1970년대와 같이 스태그플레이션이 몇 년간 지속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바이든도 1970년대 대통령들과 같은 운명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새로운 대통령이 나타나 파월을 해임하고 폴 볼커 전 연준 의장과 같이 강력한 지도력을 갖춘 신임 의장을 임명하고서야 물가가 잡힐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대가는 혹독할 것이다. 높은 수준의 물가와 살인적 실업률 그리고 고금리가 경제를 덮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즉, 금발의 아가씨는 차가운 수프를 억지로 마시고 딱딱한 침대에서 잠을 청해야 한다. 그렇다면 연준은 어떻게 해야 할까? 경기침체를 기정 사실화하고 중립 수준인 5% 위로 기준금리를 신속하게 올려야 한다.

그렇게 충격을 가해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잡히고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우크라이나 전쟁도 실마리가 잡힐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는 물가 오름세가 비로소 꺾일 것이다.

글쓴이

김성재 미 가드너웹대 교수

김성재 미 가드너웹 대학교 교수(경영학)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종금사와 예금보험공사에서 12년 간 근무했다. 학업을 재개해 코넬대와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경영학(파이낸스)를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2년부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가드너웹 대학교에서 경영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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