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구(誤球) 플레이할 때, 양심에 안 찔리던가요?
[김수인의 ‘귀에 쏙쏙’ 골프 이야기] 신데렐라 윤이나, KLPGA 퇴출 위기 아마추어들, 룰 지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혜성처럼 등장해 인기몰이에 나섰던 ‘새내기’ 윤이나(19)의 ‘오구(誤球) 플레이’ 파장이 크다. 윤이나는 지난달 17일 끝난 에버콜라겐 퀸즈 크라운대회에서 최장 316야드(약 289m)의 호쾌한 티샷을 날리며 데뷔 첫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직후 언론의 집중 공세에다 팬카페 회원 급증, 1주뒤 투어에서는 장타에 열광한 갤러리들의 현장 샤우팅으로 가히 ‘윤이나 신드롬’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보다 한달전인 6월 16일 DB 그룹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 15번 홀에서 오구 플레이를 했다고 지난달 25일 털어놔, 골프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윤이나는 러프에 떨어진 볼을 쳤는데 그린에 올라가 보니 자신의 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챘지만 그대로 경기를 이어갔다고 고백했다. 잘못을 뉘우친 윤이나는 “협회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달게 받겠다. 반성하는 뜻에서 당분간 대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구 플레이의 벌칙은
골프 규칙에 따르면 오구 플레이를 했을때 이를 바로 알리면 2벌타를 받는다. 하지만 다음 홀로 넘어가 플레이를 이어가면 실격 처리된다. 윤이나는 당시 2라운드까지 경기한 뒤 컷 탈락했다.
대한골프협회와 KLPGA는 조만간 징계를 결정짓는데, 징계의 경중(輕重)에 상관없이 ‘골프 정신을 훼손한 선수’로 추락한 윤이나는 선수생활을 시작하자마자 퇴출위기에 몰리게 됐다.
‘알까기’로 LPGA 퇴출된 선수, 국내서도 부진
프로 선수라면 누구나 오구 플레이가 선수 생명에 치명타가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2벌타’를 받으면 때에 따라 선두권에서 탈락할 수 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비양심적인 행위를 저지르곤 한다. 또다른 오구 플레이로, 선수들은 로스트볼(분실구) 상황에서 ‘악마의 유혹’을 느낄 때가 있다고 한다.
골프는 심판이 없는 유일한 스포츠인 탓에 남몰래 속임수를 쓰기도 한다. 숲속에 들어간 공을 찾기 어려울 때 아무도 보지 않는 틈을 타 주머니에서 새 공을 꺼내 마치 공을 찾은 척 다음 샷을 이어간다. 이른바 ‘알까기’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지만 몇년전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잘 나가던 한국의 A선수가 알까기로 퇴출됐다. A는 나무 사이로 들어간 공을 찾지 못하자 주머니에서 공을 슬쩍 꺼내 다음 샷을 했다. 하지만 근처에 있던 경기위원이 이를 적발했다. 경기위원은 A에게 “알까기를 한 사실을 폭로하면 엄청난 망신을 당하게 된다. 만약 당신이 LPGA 투어를 영원히 떠나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A는 강제 귀국을 당했다. 주위에 이 사실을 감추고 KLPGA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지만 충격 탓인지 몇년 째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고 있다.
알까기는 ‘내 마음대로 골프’를 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단골 메뉴다. 트럼프는 최근 열린 프로대회에 초청받아 골프를 하는 중 잘못 친 공을 수시로 바꿔치기했다. 이를 목격한 뉴욕타임스 등 기자들이 기사로 폭로했는데 트럼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역대 대통령중 나만큼 잘 치는 사람은 없다”며 떠벌려 미국 골퍼들의 빈축을 샀다.
과거 1세대 한국 재벌그룹 회장들 중 일부도 대놓고 알까기를 저질렀다. 회장이 소유한 골프장엔 좌우 OB 지역에 직원이 대기했다. 만약 회장이 OB 말뚝 너머 공을 날리면 그 직원은 잽싸게 달려가 준비한 공으로 알까기를 해 ‘2벌타 OB’를 방지했다고 한다. 요즘 재벌 3~4세는 골프를 제대로 배운 신세대인 만큼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는 모습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누구든 평생 몇 번은 오구 플레이나 알까기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초보자때 룰을 잘 몰라 ‘죄의식’없이 룰 위반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많다.
물론 아마추어야 까다로운 룰을 모두 잘 지킬 필요는 없다. 디보트에 빠진 공을 벌타없이 옮겨치고, 바위 뒤나 카트 도로에 떨어진 공을 페어웨이로 던져서 편안하게 다음 샷을 이어간다. 하지만 오구 플레이나 알까기는 단 한번의 실수로 자신의 명예에 먹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사업상 운동을 할 때는 더욱 더 유의를 해야 한다. 오래 다져진 우정에 금이 갈수도 있다. ‘윤이나 사고’는 누구든 룰이나 매너를 웬만큼 알아야 하고, 또 지켜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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