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우승과 스코어를 좌우한다
[김수인의 ‘귀에 쏙쏙’ 골프 이야기] 강인한 DNA 릴리아 부, 메이저대회 우승 성격 급한 찰리 헐, 부담감에 우승권 탈락 여유 있는 스윙 리듬, ‘장타+방향성’ 비결
지난 14일 잉글랜드 월턴 히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 대회인 AIG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
홈 그라운드의 찰리 헐(27·잉글랜드)과 릴리아 부(26·미국)가 9언더파로 챔피언조를 이루며 우승을 다퉜습니다. 공동 3위인 김효주(28)와 앤젤 인(미국)이 1타차로 바짝 추격했지만 매스컴과 팬들의 관심은 온통 헐과 부의 2파전에 쏠렸죠.
그런데, 필자는 일찌감치 릴리아 부의 우승을 점쳤습니다. 왜냐하면 TV 중계화면으로 보긴 했지만 부는 침착한 모습인 반면, 헐은 고국 팬들의 응원과 격려가 부담스러운지 다소 긴장된 얼굴이었습니다.
최종 라운딩 결과 14언더파의 부가 헐을 6타차로 크게 앞서 올시즌 메이저대회 2승에 난생 처음 세계 랭킹 1위로 우뚝 올라섰습니다. 두 선수를 자세하게 분석해볼까요.

부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나고 자랐으며 부모는 베트남 출신입니다. 1982년 보트 한 척에 의지해 가족들과 공산 치하 베트남을 탈출한 외할아버지가 미 해군 군함에 기적적으로 구조된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있죠. 부는 2019년 LPGA 투어에 데뷔했으나 이듬해 2부 투어로 떨어져 골프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답니다. “최선을 다하라”는 외할아버지 유언을 되새기며 2021년 2부 투어 3승을 거둬 지난해 1부 투어에 복귀, 오늘날의 영광을 이뤘습니다.
부는 외할아버지로부터 강인한 정신력의 DNA를 물려 받은 게 틀림없어 보입니다. 베트남에서 목숨을 건 탈출, 거기에다 ‘보트 피플’은 그야말로 태평양의 망망대해에서 낙엽 한잎 같은 배에 생명을 걸고 온가족이 사투를 벌인 것 아닙니까. 부는 보트피플이 아니었지만, 어머니나 외할아버지로부터 목숨을 건 항해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자랐겠습니까.
일반인들이야 상상도 하기 어렵지만, 우승 상금 135만 달러(약 18억원)가 걸린 메이저 대회에서 5시간 가까운 18홀의 격전을 벌인다는 것은 망망대해에서 노(櫓) 하나에 생명을 의존하며 아슬아슬하게 나아가는 것과 다름이 없죠. 그런 면에서 영국 중산층 집안에서 곱게 자란 헐과는 정신력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헐을 자세히 들여다 보죠. 2013년 프로에 데뷔한 헐은 10년간 3승에 그치고 있습니다. 최정상급의 장타력을 갖추고도 헐은 왜 메이저대회 우승없이 LPGA 투어에서 세 번의 승리만 거두고 있을까요.
바로 급한 성격 탓입니다. 중계화면에서 잘 보셨겠지만 헐의 스윙은, 드라이버든 유틸리티든 아이언이든 엄청나게 빠릅니다. 스윙이 빠르면 드라이버 비거리가 다른 선수보다 20~30m 더 나가지만, 정교함이 생명인 어프로치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게 문제입니다.
40~110m의 어프로치는 웨지로 부드럽게 쳐서 홀컵 3~4m에 붙여야 버디를 성공시킬 수 있는데, 헐은 공을 홀컵에서 5m이상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아 버디를 잡기 어려웠고 우승에서 멀어졌습니다.
헐은 스윙을 급하게 할 뿐 아니라 성격도 급하답니다. 말도 매우 빠르게 합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우리 속담이 있잖습니까. 스포츠에서도 여유있게 플레이를 해야 우승에 한걸음 다가서게 됩니다.
마음 비워야 인심얻고 내기 승자될 수 있어
아마추어들은 찰리 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먼저, 헐처럼 스윙이 빠른 분들은 시즌 중이긴 하지만 약간의 수정을 해 방향성을 높여야겠습니다. 빠른 스윙은, 정확히 공을 맞힐 때에는 비거리가 10~20% 늘어납니다. 하지만 대부분 아마추어들은 공의 중심을 타격하지 못해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공이 휘거나 ‘쪼로’(공이 멀리 나가지 못하는 경우)를 내기 십상입니다.
저는 초보자때 지인으로부터 좋은 팁을 받아 급한 스윙의 습관을 들이지 않게 됐습니다. 지인이 말한 팁은, 어드레스에서 백스윙 톱으로 갈 때 속으로 “세월이~”를 되뇌었다가 톱에서 다운 스윙으로 내려올 때는 “좀먹나~”라고 여유있는 리듬을 갖추는 겁니다. 물론 공을 맞히는 순간엔 헤드 스피드를 높여 비거리를 늘려야 합니다.
다음으로 홈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이 헐에게는 득(得)이 아니라 독(毒)이 됐습니다. 팬들의 격려는 알게 모르게 헐에게 큰 부담이 됐죠. “반드시 우승해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는 지나친 욕심이 정교한 샷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욕심을 버리고 한타, 한타에 집중했다면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을텐데 말이죠.
헐은 부담감 때문인지 초반인 3, 4번홀(이상 파4)에서 연속 보기를 저질러 우승 대열에서 탈락한 셈이 됐습니다.
아마추어 분들도 자주 경험하셨죠. 호적수들과의 라운딩 때는 “내가 오늘을 얼마나 별렀는데? 혼 좀 나봐라~”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을 때가 많았을 겁니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잖습니까. 욕심을 버리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한 수 배운다는 겸허한 자세로 플레이를 이어가면 상대방이 오히려 주눅이 들어 망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하는 말인데, “내가 못치면 동반자 3명이 즐거워진다”고 마음을 비우면 인심도 얻고 내기의 승자가 될수도 있습니다. 간혹 오늘의 라운드에 목숨을 걸다시피하는 이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참 딱한 경우죠.
오늘 하루 골프치고 끝낼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오늘 친구에게 졌다면 1주일 열심히 연습해서 ‘복수’를 하고 다음에 또 친구가 잘해 자극을 받는다면 ‘경쟁의 힘’으로 자신의 골프가 발전하는거 아닙니까.
다시 말씀드리면 절대로 성급한 마음 가짐을 버리고, “오늘 지면 내일 이기면 된다”는 담담한 자세로 라운딩에 임해야 ‘필드의 신사, 숙녀’가 될수 있습니다. 덩달아 골프의 품격도 올라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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