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 입고 우승한 박민지...무더위 땐 ‘반바지’

[김수인의 ‘귀에 쏙쏙’ 골프 이야기] 박민지, 긴바지 아닌 치마 입고 ‘역전 우승’ 긴바지보다 체감 온도 2도 정도 낮춰줘 잠 설친 다음날 라운딩. 꼭 강한 버팅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대회 우승을 차지한 박민지 프로가 최종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대회 우승을 차지한 박민지 프로가 최종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

필자는 KLPGA ‘대세’인 박민지(25)와 특이한 인연이 있습니다. 그는 대학교 후배인데다 골프 칼럼니스트로서 그에 관한 기사와 칼럼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 김옥화씨와도 인연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1984년 LA 올림픽때 여자 핸드볼 국가 대표선수로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스포츠스타죠.

LA올림픽에 다녀와서는 일본 실업팀으로 진출했는데, 1990~91년 당시 스포츠서울 체육2부 기자이던 필자는 핸드볼을 담당하며 어머니의 기사를 몇 번 쓴 바 있습니다. 어머니와 딸, 그러니까 ‘모녀 2대’에 걸쳐 취재를 하기는 대한민국 체육언론인 사이에 유례가 없을 것입니다. ‘스포츠 스타 2대’를 취재하려면 60세 넘어서까지 기자생활을 하거나 칼럼니스트로 활동해야 한다는 시간적 제약이 있으니 특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웬만큼 알려진 사실이지만 어머니는 박민지에게 자신의 핸드볼 DNA를 물려주기 위해 초등학교 3년때 핸드볼을 가르쳤습니다. 어머니는 심하다 싶을 만큼 어린 박민지에게 강도높은 체력훈련을 시켰는데 딸이 너무 힘들어 하자 초등 5년때 골프선수로 바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게 ‘신의 한수’였죠.

박민지가 크지 않은 체격(키 160cm)에도 장타를 펑펑 날리고, 연장전 우승을 따내는 악바리 근성을 지닌 배경에는 어머니의 이런 혹독한 훈육이 있습니다.

저는 어머니에게 가끔 카톡을 보내기도 하는데, 3개월전에는 “민지가 팬이 많고 매스컴을 많이 타는데, 아래위로 늘 칙칙한 색깔의 옷을 입는 건 보기 안좋아요. 밝은 색으로 바꾸면 좋을것 같습니다. 또 항상 바지를 입는데, 앞으로 날이 더워지면 짧은 치마를 입는 건 어떤가요?”라는 문자를 보낸 적도 있습니다.

필자의 조언을 받아들인 덕분인지, 박민지는 이후 흰색 혹은 밝은 색의 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대회에 나갔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 23일 개막된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대회, 박민지는 치마를 입고 나와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6월 25일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리 슈잉(중국)이 10언더파로 단독 선수를 기록했고 박민지는 2타 뒤진 8언더파였습니다. 과연 박민지가 리 슈잉을 제치고 역전 우승을 차지할지가 큰 관심거리였는데, 저는 과감하게 박민지의 우승을 점쳤습니다. 필자가 현장에 가지 않아서 두사람의 컨디션을 알 수 없었지만, 옷차림을 보고 박민지의 시즌 2승이자 통산 18승을 확신한 겁니다.

이날 경기도 포천힐스 골프장은 낮 최고 32도를 기록할 정도였는데 골프장 잔디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더하면 체감 온도는 35도를 훌쩍 넘었습니다. 그러니까 더위가 승패의 최고 변수였고, 옷차림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시원한 차림이어야 경쾌한 스윙을 유지할수 있고 타수를 낮출 수 있는 탓입니다.

그런데 리 슈잉은 흰 바지에 빨간 티셔츠를 입었고, 박민지는 청색 계통의 치마에 하얀 티셔츠를 착용했습니다. 치마와 바지는 체감 온도가 2도 정도 차이나고, 빨간색은 흰색보다 태양열을 더 많이 흡수하니 1도 정도 차이가 납니다.

리 슈잉보다 3도 정도의 더위를 덜 느끼는 박민지의 스윙이 경쾌한 것은 보나마나였습니다. 결국 박민지는 최종일 5타를 줄여 13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고, 리 슈잉은 이븐파에 그쳐 공동 6위에 그쳤습니다.

리 슈잉은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잠을 설쳐 컨디션이 안좋았을 수도 있었지만, 이날 승부에서는 옷차림이 스코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새삼 확인됐습니다.

아마추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성의 경우, 반바지를 착용하는게 긴바지를 입는 것보다 훨씬 좋은 스윙 컨디션을 유지할수 있습니다. 어떤 이는 반바지가 경망스러워 보인다고 긴바지를 고집하기도 하는데, 운동하는데 체면 따질 필요가 있을까요. 보기에도 시원하니 한여름엔 반바지 착용을 강추합니다.

여성분들은 누가 이야기를 안해도 미니스커트를 대부분 입으니 굳이 어드바이스를 드릴 필요가 없죠.

오전 7시 전후 티오프이거나, 낮 12시이후 티오프일 경우 오후 5시가 넘으면 나이드신 분들은 다소 찬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럴 땐 골프백에 팔 토시를 준비해 착용하면 적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자기 전 찬물 샤워나 찬 맥주는 숙면에 방해

여름엔 옷 차림말고도 유의해야 할 게 적절한 수면입니다. 밤중에도 날씨가 더워 잠을 잘 잘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유의사항을 세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자기 전에 덥다고 찬물 샤워를 하면 안됩니다. 찬물은 뇌를 각성시켜 깊이 자는 걸 방해합니다. 가급적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잠을 잘 자려고 시원한 맥주를 취침 전에 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삼가야 합니다. 찬 맥주는 역시 뇌를 각성시키고 이뇨작용을 해 밤중에 화장실로 가도록 만듭니다. 음주를 자제하고 미지근한 보리차를 드시길 바랍니다.

세 번째는, 잠을 많이 자야 컨디션이 좋아진다고 라운딩 전날 7~8시간 수면을 고집해서는 안됩니다. 더운 날씨로 어차피 잠을 깊이 들 수 없으므로 졸릴 때까지 참았다가 잠자리에 들면 5시간 안팎의 숙면을 취할 수가 있습니다. 5시간만 잘 자도 컨디션 유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므로 오래 자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지 마십시오.

한가지 더 어드바이스를 드리면, 아무리 조심하고 준비를 잘해도 여름날엔 적정한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힘듭니다. 피로하거나 긴장이 쌓이면 우리 몸에서는 젖산이 분비됩니다. 이 젖산은 근육을 뒤틀리게 해 샷을 망가뜨리거나 소심한 퍼팅을 유발합니다.

프로대회에서 자주 볼수 있는 광경인데, 최종일 우승 경쟁자들이 8m를 남기고 3퍼트를 저질러 선두권에서 탈락하는 경우입니다. 근육이 뒤틀리면 위축이 돼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모자라는 퍼팅을 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므로 전날 잠을 못자거나 피곤한 상태가 계속됐다면, 퍼팅을 다소 과감하게 하시길 권합니다. 의도적으로 강한 퍼팅을 구사하면 짧아서 못넣는 실수는 방지할 수 있으니까요.

골프장 우스갯소리가 있잖습니까. “골프 300년 역사에 (퍼팅이)짧아서 들어간 적은 한번도 없다!”는 것 말입니다. 너무 강하게 퍼팅해서도 안되지만 반드시 홀컵을 지나갈 정도로 강약을 조절하시길 바랍니다.

글쓴이

김수인 골프 칼럼니스트

김수인 칼럼니스트는 매일경제,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에서 23년간 스포츠기자로 활동했다. 홍보회사 KPR 미디어본부장, PRN 부사장과 KT스포츠 커뮤니케이션 실장을 역임했다. 2013년 파이낸셜뉴스에 "김수인의 쏙쏙골프"를 시작으로 주간조선, 한국경제, 스타뉴스, 오피니언 타임스, 미디어빌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골프 자문위원으로 활동중. 저서는 "김수인의 쏙쏙골프"와 "파워 골프" 두 권이 있다. 생애 최저 74타(2013년 솔모로cc), 핸디캡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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