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계에 부는 캐디 ‘입 단속’ 바람

[김수인의 ‘귀에 쏙쏙’ 골프 이야기] ‘윤이나 오구(誤球)’ 발단은 캐디라는 설(說) 맷 쿠차, 우승뒤 캐디에 5천불 지급 ‘구설수’

맷 쿠차(오른쪽)와 캐디 데이비드 오티스. 사진=AFP/연합뉴스
맷 쿠차(오른쪽)와 캐디 데이비드 오티스. 사진=AFP/연합뉴스

캐디의 연봉과 보너스는

프로골퍼 윤이나(19)의 ‘오구(誤球) 플레이’는 사회적으로도 메시지를 던진다. 이번 사건은 골퍼와 캐디의 ‘갑을 관계’를 재조명해주고 있다. 골퍼는 캐디의 생계를 책임지는 셈이니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다. 캐디는 골퍼를 사석에서는 ‘보스’라 부르기도 한다.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소속 골퍼와 캐디는 계약서를 통해 급여와 보너스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있다. 선수는 시즌에 앞서 1년안에 몇 경기를 함께 할지 캐디에게 제안하는데 한 시즌 꾸준히 활동할 경우 30경기 기준 3500만~4000만원을 지급한다. 우승시엔 상금의 10% 정도를 보너스로 준다. 톱 10에 들 경우는 7%를 받기도 하며 계약에 따라 컷 통과 보너스 3%가 주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캐디들은 대부분 생계형이므로 우승 보너스 액수에 민감하다.

캐디 입장에서는 자신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도움으로 우승을 했다고 믿으므로 ‘플러스 알파’를 은근히 바라기도 한다. 특히 데뷔 첫 우승때는 더욱 그러하다. 골퍼 입장에서는 계약에 근거해 적절히 지급했으므로 이의가 있을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가끔은 감정 싸움이 일어난다.

PGA(미국남자프로골프) 이야기이긴 하지만, 톱 랭커 맷 쿠차(44․미국)는 2018~2019시즌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우승, 129만6000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캐디인 데이비드 오티스에게 5000달러를 지급했다가 ‘짠돌이’라며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당시 쿠차는 오티즈가 임시 캐디라 주급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티즈는 우승 보너스로 주급외 보너스를 주기로 계약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PGA 투어의 우승 보너스도 10%인데, 임시 캐디라는 이유로 상금의 0.4%인 5000달러만 지급한 것은 잘못이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결국 쿠차는 오티즈에게 사과하고 본래 그가 받아야 할 5만 달러(약 6500만원)를 전액 지불했다.

선두권 달릴때 부정행위 유혹에

‘윤이나 오구 플레이’의 발단은 캐디의 발설로 알려졌다. 윤이나의 캐디는 지난달 17일 생애 첫 우승(에버콜라겐 퀸즈대회) 직후 해임됐다. 그리고 윤이나는 8일뒤인 25일 언론을 통해 ‘오구 플레이 사실’을 털어놨다. 그러므로 17일과 25일 사이 여러 가지 가설이 추측될 수 있다.

우승 보너스 지급과 관련된 불만? 혹은 해임된데 대한 앙심? 이 과정에서 19세의 순진한 윤이나가 개입됐을 리는 없고 윤이나 부모, 매니지먼트사와 캐디의 갈등이 불거졌을 수 있다.

하여간 요즘 골프계에는 캐디 단속령이 은근히 퍼지고 있다. 캐디는 선수의 모든 플레이를 지켜 보므로 만약의 실수때 캐디의 입을 단속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분실구때 남의 공을 자기 것인 양 주워서 플레이하는 ‘오구 플레이’는 2벌타를 받는다. 해당 홀이 지난후 부정 행위가 밝혀지면 실격 처리를 받아 바로 집으로 가야 된다. 우승 경쟁을 벌일 때는 2벌타가 치명적이다. 선두권에 있는 선수는 티샷을 잘못 날렸을때 ‘이심전심’으로 캐디와 함께 부정행위의 유혹에 빠질수가 있다.

미국의 골프 잡지인 ‘골프 매거진’이 2011년 PGA투어 활동 캐디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54%가 경기중 선수들의 부정행위를 봤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조사에 참여한 한 캐디는 “공이 러프에 빠졌는데 (선수가) 3번 우드를 꺼내 공 뒤의 풀을 다져서 치기 좋게 한 뒤 9번 아이언으로 샷을 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는 ‘코스는 있는 그대로를 플레이해야 한다’는 규칙을 위반한 것이다.

골퍼와 캐디의 관계는 CEO와 운전 기사의 관계로도 비유될 수 있다. 운전 기사는 CEO의 업무 비밀뿐 아니라 사생활까지도 꿰차고 있으므로 기사를 잘못 관리하면 CEO 지위가 하루 아침에 날아갈 수도 있다. 이처럼 CEO는 늘 운전기사의 눈과 귀를 유의해야 하므로 정규 수당외 시의적절하게 보너스를 주기도 한다. 이병철 전 삼성그룹회장은 전속 기사를 ‘이사대우’로 승진시켜 기사의 입을 철저히 막았다고 한다.

하여간 배신자는 가까운 곳에 있으므로 ‘윤이나 오구 플레이’를 계기로 누구든 주위 사람과의 관계 개선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겠다.

글쓴이

김수인 골프 칼럼니스트

김수인 칼럼니스트는 매일경제,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에서 23년간 스포츠기자로 활동했다. 홍보회사 KPR 미디어본부장, PRN 부사장과 KT스포츠 커뮤니케이션 실장을 역임했다. 2013년 파이낸셜뉴스에 "김수인의 쏙쏙골프"를 시작으로 주간조선, 한국경제, 스타뉴스, 오피니언 타임스, 미디어빌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골프 자문위원으로 활동중. 저서는 "김수인의 쏙쏙골프"와 "파워 골프" 두 권이 있다. 생애 최저 74타(2013년 솔모로cc), 핸디캡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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