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더 늦기전에 사과하고 용서 구해야

[최충웅의 종횡무진 시사칼럼] 21세기판 ‘벌거벗은 임금님’ 꼴 언론에까지 재갈 물리려 하다니 윤 대통령, 정직하게 직접 사과하길

해외순방을 마치고 26일 출근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언론들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해외순방을 마치고 26일 출근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언론들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사과 대신 ‘진상규명’ 나서겠다니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단 48초 환담한 직후 돌아서서 나오다 불쑥 튀어나온 ‘비속어’를 둘러싸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26일 귀국 후 첫 출근길 문답에서 비속어 논란은 사실과 다르고, 한·미 동맹을 훼손하며, 관련 보도에 대해 사과는커녕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영상기자단은 이날 ‘정당한 취재에 대한 왜곡을 멈추십시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대통령실 출입 영상기자단은 ‘대통령 비속어 발언’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어떠한 왜곡과 짜깁기도 없었음을 밝힌다”고 했다. 영상기자단은 “시끄러운 현장이라 당시 이런 발언이 있는 것을 취재한 영상기자들도 처음엔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오히려 (대통령실) 대외협력실에서 해당 영상을 확인해보자고 했기에 내용을 인지할 수 있었다”면서 “영상을 확인한 대외협력실은 이를 보도되지 않게끔 ‘어떻게 해줄 수 없냐?’라고 요청했지만, 영상기자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영상기자단은 “(영상이 보도 가능한) 엠바고 해제 2시간 전 이미 해당 영상은 한국으로 송출되었고, 풀 단에 속한 방송사 관계자라면 누구나 영상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MBC 뿐만 아니라 KBS SBS 등 방송매체는 문제의 영상을 보도하면서 “국회(미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냐?”라고 공통 자막을 내보냈다. 사건이 터진 지 무려 15시간이나 지날 때까지 대통령실은 유구무언하다가 뒤늦게 김은혜 홍보수석이 ‘총알받이’로 나서 변명하자 이번 사태는 일파만파로 더욱 커졌다.

김 수석은 “이 XX들”이 지칭하는 것은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 국회이며, “바이든”이라는 말은 “날리면”이라고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배현진 국민의 힘 전 최고의원은 “‘국회의원 이 사람들이 승인 안해주고 아 말리믄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아주 잘 들린다”고 주장했다.

점입가경으로, 여권은 이번 사건을 처음으로 보도한 MBC가 민주당과 유착해, 대통령의 발언을 짜깁기하고 왜곡했다고 주장하며 정쟁으로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MBC 보도가 나가기 전에, 이미 비속어 동영상이 퍼져 있었고, 민주당은 이걸 인용해 보도에 앞서 발언했다고 밝히고 있다. 급기야는, 여권은 아예 ‘이 XX’라는 말조차 한 적이 없다고 딱 잡아떼고, MBC에 대해 형사 고발과 손해배상 청구, 방통심의위 제소 등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압박했다. 이와 관련, 기자협회, 전국노동조합 등 언론 유관단체들은 잇따라 항의성명을 내고 노골적인 언론 탄압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전세계 언론의 비웃음 살 일 말기를

촬영한 화면과 함께 그대로 들려줘도, 아니 잡음을 모두 제거하고 틀어줘도 이성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변명으로 덧칠하는 것은 ‘억지 춘향’ 격이다. 이번 사건은 그야말로 21세기판 ‘벌거숭이 임금님’ 이야기가 되어 시중에서 혀를 끌끌 차는 블랙 코메디로 회자되고 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설득력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이번 사태가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어물쩍 지나갈 수 있을까? 혹시, 아직도 국민들을 ‘핫바지’ 내지는 ‘개돼지’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얘기를 눈 감고 아웅하는 듯한 인상을 주니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도 비웃음을 사고 있다.

누가 뭐라 해도 이번 사태의 진원지이자 화근은 다름아닌 윤 대통령 자신이다.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위기에 몰려 스스로 사임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바로 거짓말 때문이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윤 후보의 공약(公約)은 메아리없는 공약(空約)이 된 지 오래다. 윤 대통령 체제가 출범한 지 겨우 넉 달여밖에 안 지난 마당에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가 20~30%대의 바닥에서 기고 있는 것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의 튀는 돌출 언행에 참고 참아왔던 국민들은 이제 더 이상 적당히 눈 감아주고 덮어주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끝까지 사과하지 않고 뭉그적거리다가는 앞으로 대통령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국민들은 곧이 듣지 않을 것이다. 불과 0.73% 포인트의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된 윤 대통령은 절대 권력에 취하지 말고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오직 국민만을 염두에 두고 여야 협치를 통해 국가를 이끌어도 눈앞의 도전을 이겨내기가 벅찰 정도로 나라 안팎 정세는 요동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부터 최근 유엔연설에 이르기까지 시종일관 강조해온 그 ‘자유’는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거짓말할 자유까지 갖지만, 언론이 진실을 보도할 수 있는 기본적 자유를 가지면 가차없이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인가?

비뚤어진 국정운영 바로잡는데 힘써야

대통령이 ‘내로남불’을 자각하지 못하면 주변 참모들이나 여당 지도층이 이를 바로잡아주지 않고, ‘지록위마(指鹿爲馬)’하면서 ‘윤비어천가’만 불러댄다면 나라 꼴이 어찌 되겠는가? 비록 근소한 차이이기는 하지만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상 보장된 임기동안 국정을 잘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것이 국민 대다수의 염원이다.

그러나, 한 두 번도 아니고 이런 일이 거듭될수록 국민들의 실망감은 더 커지고 저항은 갈수록 드세질 것이다. 이미 윤 대통령 퇴진운동이 광화문을 비롯해서 전국적으로 울려퍼지기 시작했음을 직시하기 바란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어엎기도 한다’는 말이 결코 빈말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뚤어진 국정의 방향을 바로잡고 이 총체적인 난국을 잘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이실직고하고 국민들의 용서를 구하기 바란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정직이 최상의 방책’이라는 영어 속담을 상기하라!

글쓴이

최충웅 칼럼니스트

최충웅 칼럼니스트는 경향신문 걸프전 종군특파원을 지냈다. 문화일보 재직중 북ㆍ중 국경 기아현장 밀착취재로 한국기자협회가 주는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전 언론노조연맹(언노련) 초대 편집위원,전 코리아헤럴드/헤럴드경제 기자협회 분회장, 노조 설립 및 공정보도위원장, 부위원장도 지냈다. 현재는 바른언론실천연대(언실련) 및 새언론포럼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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