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선거 결과, 우리가 심기일전해야 할 이유

[최충웅의 종횡무진 시사칼럼] 한국 전기차, IRA 차별 해소될까 대북문제, 미국 강경하게 나올까 한국, 진짜 긴장하며 대미외교 펼쳐야

중간선거 유세에 적극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중간선거 유세에 적극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지난 8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의 윤곽이 거의 드러났다. 공화당은 하원을, 민주당은 상원을 각각 장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화당이 하원에서 다수당이 된 것은 2018년 이후 4년만이다.

당초 공화당이 양원에서 모두 압승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공화당 압승을 예고했던 ‘거대한 붉은 파도’는 잔물결에 그쳤다. 바이든 행정부가 일단 조기 레임덕은 피한 셈이다. 하지만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견제로 남은 2년 임기 동안 국정 동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의 하원은 달라질까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경제 및 외교안보 측면에서 우리나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산 전기차 차별 조항이라고 알려진 전기차법(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큰 타격을 입을 한국 정부와 기업은 물론, 나날이 긴장이 고조되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에도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이 하원에서 과반 의석인 218석보다 6석이 많은 224석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상원은 총 100석 의석 가운데 민주당과 공화당이 아주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상원 총 100석 중 48석을, 공화당은 47석을 확보한 가운데 조지아주와 네바다주 등에서 초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민주당이 상원을 유지하는 절묘한 균형이다.

민주당이 하원 과반수를 공화당에 내주게 된 것은 치솟는 인플레이션으로 허덕이고 있는 경제 상황이 가장 큰 이유다. 40여년만에 가장 높은 물가상승, 잇따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 경기침체 예상에 따른 실업 증가 우려 등이 민심 이반에 큰 작용을 한 것이다.

유권자들은 경제 상황을 감안해 정권을 심판하는 한편, 낙태와 민주주의 이슈 등에 대해선 공화당에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까지는 민주당이 대통령과 상·하원을 장악한 소위 3관왕이었다. 하지만 예산편성권과 입법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진 하원의 주도권이 공화당으로 넘어갔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는 향후 남은 2년 임기 동안 여소야대 정국에서 공화당이 지배하는 하원의 견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바이든 정책은 어떻게 바뀔까

CNN 출구조사에서 미국 유권자들의 3분의 2는 조바이든 대통령의 재출마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은 재선 도전을 공언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로 그 꿈은 사실상 물 건너 간 셈이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15일 대선 출마 공식 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선이 확정된 공화당 상·하원 후보 중 210명 이상이 지난 대선에서 선거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친트럼프계로 분류된다. 하지만 공언한 압승에 실패한데다 반트럼프 후보들의 선전으로 트럼프의 기세는 한 풀 꺾였다.

미국에서 상원은 조약체결·비준동의권, 고위공무원임명동의권, 탄핵심판권 등을 가지고, 하원은 예산법안 우선심의권, 탄핵소추권 등을 행사한다. 공화당이 하원을 지배함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 총기규제, 인프라 투자, 낙태허용, 아동 복지 등 바이든 대통령이 주력해온 정책들은 동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반면, 이민과 예산 등 공화당의 관심 사안들이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적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되는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삭감될 가능성이 크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정책들 중에서 특히, 한국 자동차업계가 개정을 요구하는 IRA와 각종 기후변화 정책 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 결과와 관련, 국내 업체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전기차·배터리 공급망 확대를 골자로 한 IRA와 ▲미국 내 설비 투자 시 최대 25%의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반도체와 과학법 등이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성격을 띤 IRA나 반도체법 등이 철회되거나 대폭 수정될 가능성은 적다. 양당 모두 ‘미국 우선주의’에 대해 사실상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화당은 미국 기업들도 IRA의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해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해왔다. IRA 법안이 처리될 당시 공화당 의원들은 한 명도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다. 또 전기차 배터리 요건 문제를 살피는 청문회를 열겠다고도 했다.

따라서 IRA의 하위 시행령을 통해 전기차 보조금 요건이 완화될 여지는 클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차별을 사전 인지하고도 전혀 손을 쓰지 못했다. 정부는 관련업계와 긴밀한 협조체제로 다시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식으로 실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공화당은 인플레 압력을 줄이기 위해 정부의 재정지출을 삭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럴 경우, 물가상승 압력이 둔화되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Fed가 숨가쁜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의 압박에서 벗어나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Fed는 최근 4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이라는 초유의 조처를 취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가 15년만에 처음으로 4.00%대로 급상승했다.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미국 금리가 오르면서 한국과의 금리 차도 1%포인트 이상 벌어지게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유가증권시장 등에서 해외자본 유출 등에 따른 우리 경제의 피해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선거후 미 정부의 재정지출이 줄어들 경우 강달러가 다소 완화될 지, 해외자본 유출이 줄어들지 이에 대한 정부의 점검이 필요하다.

한국, IRA· 대북문제 긴장 늦추지 말아야

한편, 공화당의 하원 선거 승리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공화당은 대 중국 정책, 특히 대만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보다 더 강경한 입장인 만큼 우리는 미중 패권국 사이에 끼여 ‘넛크래커’ 신세에 빠질 우려가 크다.

한국의 대만 방어 동참 요구가 더 거세질 수도 있다. 주한미군은 물론 한국군의 지원에 대해서도 협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사전 차단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미중 관계가 지금보다 개선될 지도 주목된다.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빅 이벤트’가 끝난만큼 미국과 중국 지도부가 대화노력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핵과 인권 등 북한 문제는 민주당과 공화당 간 큰 차이 없이 초당적인 합의가 이뤄지는 사안인 만큼 극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대북 문제에 대해 더 강경한 목소리를 내온 공화당이 북한 인권 문제 등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에 더 강력한 대응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올 들어 지난 10개월간 ICBM을 포함한 각종 미사일 발사와 공중 무력시위, 포사격 등을 통해 전례없이 연일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제7차 핵실험도 언제든지 가능해진 상황이다. 미국의 주목을 끌기 위해 한반도 상황을 극단으로 몰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두고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논의를 포함해 오히려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할 전망이다. 이런 만큼 한국 입장에선 대북정책에 대한 상호 조율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 정부는 최고조에 달한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누그러뜨리려는 노력을 한시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글쓴이

최충웅 칼럼니스트

최충웅 칼럼니스트는 경향신문 걸프전 종군특파원을 지냈다. 문화일보 재직중 북ㆍ중 국경 기아현장 밀착취재로 한국기자협회가 주는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국제문제 전문기자를 거쳐 국회 국방위 정책보좌관으로 근무한 적도 있다. 현재는 바른언론실천연대(언실련) 및 새언론포럼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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