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하고 위험한 “전술핵 재배치” 주장
[최충웅의 종횡무진 시사칼럼] 한반도 핵전쟁터로 만들고 싶은가 국민의 불안감 조장하는 포퓰리즘 경거망동 말고 남북대화 재개 이끌어야
북한의 핵 위협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특히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북한은 전략핵은 물론 전술핵의 사용 가능성까지 명문화하며 노골적으로 우리 안보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부산지역 한 여당 국회의원은 전술핵 재배치를 관철시키겠다는 공약으로 당대표 경선에 나섰다.
북한 전술핵운용부대, 남한 겨냥 ‘위협’
전술핵은 전략핵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파괴력이 크고 사용 범위가 넓으면 전략핵, 상대적으로 파괴력이 작으면 전술핵이라고 한다. 통상 전략핵은 도시나 산업시설 등 전쟁수행 능력 자체를 파괴하는 수백 킬로톤(㏏)에서 메가톤(Mt) 위력의 핵무기를 말한다. 이에 비해 전술핵은 제한된 지역의 군사적 목표를 공격하는 10kt 이하 위력의 핵무기를 일컫는 용어다. 전략핵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같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나 전략폭격기를 이용하는데 비해 전술핵은 전투기, 단거리 미사일, 야포, 지뢰 등에 장착할 수 있고 핵배낭 형태로 병사가 운반할 수도 있다.
북한은 지난달 초 정권수립일(9월 9일)을 앞두고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하여 핵무력 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했다. 이 법령은 핵을 방어용이 아닌 선제공격용으로 쓰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9월 25일 이후 10차례에 걸쳐 각종 미사일을 쏘아올렸다. 또 노동당 창건 77주년인 지난 10월 10일 이들 탄도미사일 발사가 ‘전술핵운용부대’의 훈련이었다고 보도하며 ‘핵 전쟁’ 위협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어 제7차 핵실험도 임박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로써 핵개발 목적이 미국을 겨냥한 것이지 동족인 남한을 향한 게 아니라는 과거 북한의 주장도 이제는 더이상 먹히지 않는다.
북한이 핵무기에 올인하고 있는 것은 1970년대 말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카터 행정부의 주한미군 철수 방침에 대한 자위책으로 핵을 개발하려고 했던 상황과 입장이 뒤바뀐 측면이 있다. 재래식 군사전력 면에서 북한이 우위를 선점하고 있던 그 당시, 남한으로서는 비대칭 전력인 핵을 개발함으로써 북한의 침공위기에 대응하려고 했던 것이다. 즉 건드리면 너 죽고 나 죽자는 ‘고슴도치’식 방어전략이었다.
한국은 이미 재래식 무기 수출액이 세계 5위권을 넘보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하는 재래식 전력 면에서 이미 남한을 따라잡기 힘들다고 판단한 북한으로서는 역으로 비대칭 핵전략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궁지에 몰린 것이다.
북한은 겉으로는 한미일을 상대로 핵과 미사일 도발로 막가파식으로 공갈협박을 하고 있지만, 대대적인 대북 경제봉쇄의 후유증으로 인해 갈수록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북한으로서는 살아남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어적 자구책으로서 핵 개발에 올인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책임지지 못할 발언들, 포퓰리즘 수준
정진석 국민의 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 정부 시절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 결단의 순간이 왔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7차 핵실험 시 미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겠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대목이다. ‘이에는 이, 핵에는 핵’으로 맞대응하자는 초강경책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국 정부와 전술핵 재배치를 논의했느냐는 질문엔 확답을 회피한 채 “미국과 폭넓게 대화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반면 한덕수 총리는 18일 한국의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 다소 신중론을 피력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하고 있다가 철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다시 가져온다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를 단념한다는 의미의 다른 표현이 된다”며 “우리(정부)는 아직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전술핵 재배치 문제가 생각만큼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대북 비핵화 협상 원칙인 ‘한반도 비핵화’와도 정면으로 어긋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전술핵 재배치는 중국, 러시아의 반발을 부르고, 일본, 대만 등 동북아 핵 도미노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30년간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은 북한에 비핵화 이행과 준수를 요구하는 준거의 틀이 되어 왔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 규탄 및 제재 결의 때에도 중요한 논리적 근거였는데 이를 일순간 뒤엎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전술핵 재배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핵우산을 강화하거나 핵공유를 적극 추진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핵우산에 들어가면 핵을 가지지 않은 국가도 동맹에 의존해 핵 공격을 막을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핵을 보유하지 않아도 핵 억제력을 갖게 되니 세계 각국의 핵무기 개발 경쟁을 막을 수 있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동맹국이 핵 공격을 받았을 때, 과연 핵보유국이 핵전쟁에 휘말릴 위험을 무릅쓰고 핵 공격에 나설지는 어느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1일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고 밝혔다. 또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도 18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핵 확장억제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그 누구도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강조하는 한편, 전술핵 재배치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다.
핵공유는 괌의 미군 기지에 배치된 전술핵을 유사시 한국군과 공동으로 운용할 수 있게끔 한국군의 전투기나 폭격기가 참여하는 가운데 한미 합동 훈련을 하는 것이다. 또 핵무기를 탑재한 미 항공모함 전단이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등을 한반도 주변 해역에 상시, 순환 배치하는 방안 등도 제시된다.
이 방안은 지난 2016년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당시 박근혜 정부가 요청한 전례가 있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전략 자산의 발이 묶인다는 것과 국방비 부담을 이유로 이 요청에 난색을 표했다. 결국 협의 끝에 ‘(상시, 순환배치 대신) 지속적으로 수시로 투입한다’는 문구로 그 톤을 완화하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았던 적이 있다.

미국의 세계전략, 한반도 비핵화 변함없어
전술핵이든, 핵우산이든, 아니면 핵공유든 한국이 요청하더라도 그 결정적인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 미국은 세계 전략 차원에서 그 문제를 결정할 뿐이다. 만약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할 경우,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강대국들도 자극할 수 있는 초민감 사안이다. 전술핵 배치가 동북아 핵무기 경쟁의 신호탄이 되어 이 지역에 치열한 핵군비 경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은 한민족의 앞날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자국의 국익에만 혈안이 되어 한 치도 양보하지 않으려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 결과 파국으로 치달으면 한반도만 핵 전쟁터로 변해 폐허가 되고 남북한 국민들은 모두 파멸의 나락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의 핵 불장난을 사전에 강력히 억제하기 위해서 한미 양국은 더욱 긴밀히 협력하고 조율하면서 유사시 핵우산 아래 ‘인계철선’같은 확실한 안전장치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정치인들은 냉철한 고민없이 선제타격이니 전술핵 재배치니 하는 무책임한 언동으로 공포감을 더욱 부추기는 일을 당장 멈춰야 할 것이다. 여야 정치 지도자 누구를 막론하고 포퓰리즘에 입각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미끼로 경거망동하며 여론을 선동하거나 호도하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 등 한반도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모든 방책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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