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前대통령 사면복권이 웬말인가

[최충웅의 종횡무진 시사칼럼] 사법 정의에 반하고 국민 통합 저해할 것 수사지휘한 윤대통령, 자가당착에 빠져

이명박 전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전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사면논의

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연말 단행할 것이 유력시 되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복권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친MB계 인물들을 대거 중용하고 있는 윤 대통령은 국민 통합 차원에서 15년의 잔여 형기가 남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그같은 조치를 단행할 전망이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다.

윤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으로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청할 때부터 이는 이미 예견됐다. 거센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물타기’로 잔여 형기가 5개월 남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사면하되 복권은 시키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물타기’ 의도마저 제대로 통할 것 같지 않다.

시민단체와 법조계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해 뇌물을 수수해 징역 17년형을 선고받은 이명박에 대한 사면은 가당치 않다”며 “당시 수사를 지휘하던 윤석열 당선자가 이명박의 사면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한다. 또 “이명박 사면은 국민 통합이 아니라 법과 원칙 적용에 예외를 두는 것이자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결정”이라며 “사면 논의는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김남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개혁입법특별위원장)는 “사면복권은 군사독재에 저항하다 처벌받은 사람 등 과거 사법제도 운용이 잘못됐거나 우리 사회의 발전과 통합을 위해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부패 사건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도 “대통령의 사면권에 대한 헌법상 권한은 존중하지만 법률적으로 일정 부분 제한할 필요 있다”며 “권력형 비위 내지 사회적 지탄을 받는 범죄에 대해서는 단호히 사면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범법행위 종합세트’를 열어보면

이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저지른 부정부패, 노조탄압, 선거부정 등을 총망라하자면, 사면·복권은 커녕 인간적으로도 도저히 용서하기 힘든 파렴치한 ‘범법행위 종합세트’라 아니할 수 없다.

검찰은 2007년 대선 경선 후보였던 이 전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사건과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수사하고도 편파적인 봐주기로 무혐의 결론을 냈다가 2018년 정권이 바뀌자 이를 다시 뒤집었다.

이 전 대통령은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뇌물·횡령죄로 징역 17년형을 받고 지난 6월 28일 형집행정지로 일시 석방됐다가 지난 9월 석방 기간이 3개월 연장됐다. 사면이 없다면 재수감된다.

그는 징역형과 함께 벌금 130억 원, 추징금 57억 8천여만 원을 선고받았다. 자신은 실소유주가 아니라고 끝까지 잡아뗐지만 자동차 부품회사인 다스 회삿돈 약 349억원을 횡령했다. 또 다스가 BBK에 투자한 140억 원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미국 내 소송 비용을 삼성전자가 대신 내준 119억여원을 포함해 모두 163억원가량의 뇌물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국정원 특수활동비 4억원의 국고손실을 끼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통해 10만달러의 뇌물까지 챙겼다.

이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저지른 ▲용산 재개발 참사 사건 ▲쌍용차 노조 농성 폭력진압 사건 ▲민주노총·전교조 등 노조파괴 사건 등도 국민 여론이 그에게 등을 돌리게 된 이유들 중 대표적인 것이다.

용산· 쌍용차 사태 책임도 지지않아

2009년 1월 20일 서울 용산 재개발 현장에 경찰특공대를 무리하게 투입해 농성자 5명, 경찰 1명 등 6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한 것과 관련해 그는 엄중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어 같은 해 5월 22일 쌍용차 노동자들이 대규모 해고에 반대하며 77일간 공장점거 파업을 벌이자 이명박 정부는 경찰력을 대거 투입해 무자비한 진압을 자행했다. 게다가 뻔뻔하게도 경찰은 파업 이후 헬기 등 진압 장비 수리 비용 등을 명목으로 손해배상까지 청구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소송한 지 13년만인 지난달 30일 대법원이 “무자비한 진압에 맞선 노동자들의 저항이 ‘정당방위’였다”며 파기 환송했다. 하지만, 그동안 대규모 정리해고와 살인적인 진압, 막대한 금액의 손해배상 가압류로 인한 고통 탓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세상을 떠난 노동자와 가족이 31명에 이를 정도로 그 피해는 막대하다.

이명박 정부는 이어 국가정보원과 고용노동부 등을 동원해 민주노총, 전교조, 전국공무원노조, 금속노조, 서울교통공사노조 등을 강제로 와해시키려고 파괴공작을 펼쳤다. 법원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징역형을 각각 확정한 데 이어 국가가 배상 책임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반성과 사과없이 국민들 울분 키워

이 전 대통령은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과 실정(失政)에 대해 반성과 사과는커녕 법정 최후진술에서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을 제일 싫어하고 가장 경계하며 살아온 저에게 너무나 치욕적인 일”이라며 격하게 반발해 국민들의 울분을 샀다.

징역형 17년 중에서 2년도 채 복역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에 대한 사면·복권을 단행하고는 일반 국민들에게 법치주의 운운 한다면 형평성 차원에서 이를 과연 받아들이겠는가?

더군다나, 윤 대통령은 2018년 이 전 대통령 기소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수사를 진두지휘한 당사자다. 이제 와서 반성도 사죄도 없는 그를 사면하자고 하는 것은 자가당착에 다름 아니다.

이 전 대통령이 사면·복권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나쁜 선례처럼 뻔뻔스럽게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그에 대한 사면·복권은 국민 통합을 촉진하기보다는 오히려 분열을 초래할 것이다.

글쓴이

최충웅 칼럼니스트

최충웅 칼럼니스트는 경향신문 걸프전 종군특파원을 지냈다. 문화일보 재직 중 북ㆍ중 국경 기아현장 밀착취재로 한국기자협회가 주는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사회부 사건/행정팀장, 국제문제 전문기자를 거쳐 국회 국방위 정책보좌관으로 근무한 적도 있다. 지금은 <바른언론실천연대> <새언론포럼>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댓글

    함께 읽을 글

    칼럼 전체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