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자유’ 보장 않는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최충웅의 종횡무진 시사칼럼] ‘더탐사’ 강진구 대표 영장 기각을 환영하며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금언 새겨야 윤 정부, 언론 탄압 아닌 민생 해결에 총력을
법원이 어제(22일) 밤 지난해 말에 이어 또다시 <시민언론 더탐사>의 강진구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는 최고 권력자의 맘에 안드는 특정 언론 매체에 대해 콕 집어 재갈을 물리려는 검경의 공권력 남용에 대해 일대 경종을 울린 것으로 평가된다.
법원 구속영장 기각의 의미
<더탐사>의 취재 행위가 취재 윤리 측면에서 다소 과한 부분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이를 빌미로 취재진 구속까지 시도하는 수사 기관의 행태는 비판언론에 대한 입막음 시도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검경은 지난 16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차량을 따라다녔을 뿐만 아니라 ‘청담동 술자리’ 의혹까지 제기해 한 장관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강 대표에 대해 두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영장 청구 사유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스토킹처벌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 혐의다.
<더탐사>는 지난해 10월 유튜브 채널에서 한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 30여명과 함께 청담동 고급 술집에서 심야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김건희 여사 팬카페 ‘건사랑’과 보수단체 ‘새희망결사단’이 강 대표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수사에 착수한 검경은 당시 술자리에 동석했다고 주장한 첼리스트와 그의 주장을 <더탐사>에 제보한 전 남친, 이를 보도한 매체 관계자 등을 조사했다. 검경은 “전 남친을 속이려고 거짓말했다”는 첼리스트의 진술과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술자리 참석자로 지목된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의 위치 정보 등을 토대로 <더탐사>의 의혹 보도가 근거 없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검경은 <더탐사> 취재진이 한 장관을 따라다닌 행위가 스토킹에 해당한다고 영장청구를 했다가 지난해 말 기각됐지만 이를 재청구 사유에 또다시 끼워넣었다. <더탐사> 취재진은 지난해 8∼9월 한 장관의 퇴근길을 세 차례 자동차로 따라갔다가 한 장관으로부터 스토킹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법원은 <더탐사>가 한 장관 차량을 따라다닌 행위는 언론의 권력 감시에 해당해 스토킹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강 대표는 어제(22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전에 “기자가 고위공직자를 감시·비판하는 취재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까지 두 번씩이나 청구되는 일은 전례가 없다. 지금이 2023년이 맞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아직 진상 규명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검찰 역시 이것이 허위사실이라고 본 이유를 영장에서 밝히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절대권력이 되고자 하는가
베트남 참전의 구실로 조작된 ‘통킹만 사건’,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 빌 클린턴 대통령의 ‘르윈스키 섹스 스캔들’, 허위의 대량 살상 무기를 핑계로 한 ‘이라크 침공 사건’ 등은 왜 언론의 자유가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미국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건들에 대한 은폐 의혹이 처음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을 때 당사자들은 이를 강력히 부인했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관련 기자들을 형사 고소나 고발을 한 적은 없었다. 탐사전문 기자들의 끈질긴 추적 끝에 나중에 은폐 의혹들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언론의 자유가 철저히 보장되지 않고서는 결코 파헤쳐질 수 없는 일이었다.
반면에 ‘눈엣가시’같은 강 대표에 대한 잇따른 구속영장 청구 뒷 배경에는 절대 권력자의 심기를 거스르는 비판언론을 일체 용납하지 않겠다는 ‘빅 브라더’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경이 윗분 눈치를 보느라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래 권력의 치부를 비판하는 특정 언론사들을 본보기로 삼아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재갈을 물리려고 혈안이 되어 왔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신년사에서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에서 비롯된 MBC에 대한 전방위 압박, YTN 민영화 추진, TBS에 대한 서울시 출연금 지원 중단 조례안 통과, 건설자본의 손아귀에 들어간 뒤 그 위상이 끝모르게 추락하고 있는 서울신문까지 우리의 언론 상황은 참담하기 짝이 없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브레이크 없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는 방송사들을 대상으로 온갖 압박을 가해 친여 매체로 돌려놓으려고 하는 음모론이 심심찮게 회자되고 있다. 이는 언론의 자유는 물론 민주주의의 토대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독재적인 발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취재윤리와 법적 대응은 구분해야
권력자들의 속성은 비판 언론을 길들이거나 심지어 없애버리고 싶어하는 게 다반사다. 그러나 미국 건국의 주역이자 미국 3대 대통령을 지낸 토마스 제퍼슨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선택하겠다”고 할 정도였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이 권력을 자유롭게 감시하고 비판하는 권능을 부여받는 것은, 언론이 숭고하고 완벽한 존재이기 때문이 아니다”면서 “언론 보도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고쳐 쓴 학술 논문과 달리 본질적으로 불완전하고 정제되지 않은 대중적 소통이다”고 강조한다.
윤 교수는 “이 난장 같은 소통 행위가 치열한 경쟁을 통해 깊고 정확한 ‘팩트’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권력 심층의 내밀한 일들을 사회에 알리고, 여론을 형성하며, 민주주의의 발전을 견인한다”고 지적한다.
다수의 법학자들도 청담동 술자리 사건이나 한 장관의 집으로 쳐들어간 사건과 관련해서, 취재 과정에서 다소 무리하거나 경솔한 점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윤리의 영역이며, 검찰이 공권력의 과잉 대응으로 나설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속담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강 대표가 탐사보도를 통해 나름대로 근거를 가지고 의혹을 제기하게 만든 진원지는 다름 아닌 최고 공직자들 자신이다. 그가 시종일관 주장하듯이, 윤 대통령과 한 장관 등이 정말 떳떳하다면 공권력 남용 카드 대신에 납득할 수 있는 알리바이를 공표해서 반박하면 될 일이다.
러ㆍ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가 양대 진영으로 갈라져 서로 으르렁거리고, 북핵과 미사일 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코로나 후유증으로 나라 안팎 경제는 급속도로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같이 중차대한 시기에 윤석열 정부는 언론 탄압에 앞장설 게 아니라 국가안보와 민생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영국 정치가 존 에머리치 액튼 경은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격언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이 격언은 이후 역사에 등장한 여러 권력자들에 의해 사실로 증명되어 왔다. 이 격언의 덫에 빠지지 않으려면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보도의 자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민주주의 핵심가치로 35번이나 강조한 ‘자유’ 가운데 가장 필요한 부분이 바로 언론의 자유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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