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탐사’ 구속영장 기각을 환영하며

[최충웅의 종횡무진 시사칼럼] 더탐사에 수차례 입수수색 끝 영장까지 법원 ‘비판언론에 재갈 물리려선 안돼’ 제시 한동훈·검찰, 공직자 감시의 정당성 인정해야

유튜브 매체 ‘더탐사’의 강진구 공동대표(가운데)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유튜브 매체 ‘더탐사’의 강진구 공동대표(가운데)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장관의 자택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그 과정을 생중계한 유튜브 매체 <시민언론 더탐사>의 강진구 기자와 최영민 PD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30일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김세용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새벽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잇따른 언론 상대 소송전

이 결정은 정권의 맘에 들지 않는 언론사에 대해 툭하면 민·형사상 소송을 들이대며 족쇄를 채우려는 ‘검찰공화국’의 공권력 남용에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더군다나 윤석열 정권이 ‘욕설 자막’ 보도로 눈엣가시인 MBC를 필두로 KBS, YTN, TBS 등을 대상으로 민·형사 소송 뿐만 아니라 예산지원 삭감, 민영화 압박 등을 통해 노골적으로 ‘길들이기’에 나서면서 이들 언론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팽배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의 수장인 법무장관이 주거침입 혐의 등과 관련해 직접 고소·고발을 남발한 데 이어 경찰이 속전속결로 <더탐사>사무실과 자택을 여러 차례 무차별 압수수색한 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언론의 자유에 대한 큰 우려를 자아냈다.

따라서 이번 법원의 결정은 고위 공직자가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언론을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 응징하려는 모습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평가된다. 결정문은 공직자에게 ‘모기를 보고 칼을 빼내드는(견문발검·見蚊拔劍)’ 전횡을 삼가고 언론의 감시와 비판을 최대한 감내해야 한다는 주문인 셈이다.

취재윤리 벗어난 점 있더라도 과도한 제재 안돼

<더탐사>가 취재과정에서 취재대상의 가족을 배려하지 못한 채 취재윤리를 일부 벗어난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를 핑계로 취재진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것은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과도한 공권력 행사로 본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언론에 대한 제재를 손해배상 등 민사소송 방식 위주로 하고 인신구속 등 형사처벌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통례다.

<더탐사>와 한 장관 사이의 악연의 고리는 얼키고설키며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 매체는 지난 7월 서울 강남의 술집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이 김앤장 변호사 30여명과 함께 심야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와 관련, 한 장관은 사실무근이라고 강하게 반박하고 <더탐사> 취재진 뿐만 아니라 해당 의혹을 국회에서 제기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상대로 형사고소와 함께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한 장관은 정작 수 개월이 지나도록 술자리 당일의 알리바이를 분명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후 <더탐사> 취재진은 후속 밀착취재를 위해 지난 8~9월 3차례에 걸쳐 밤 시간에 퇴근하는 한 장관의 관용 차량을 따라다녔다. 한 장관은 자신의 관용차를 미행한 혐의(스토킹처벌법 위반)로 <더탐사> 취재진을 재차 고소했다.

지난 10일 검찰이 강 기자 등을 상대로 잠정조치 청구를 하자 법원은 차량을 따라다닌 데 대해서는 “언론 취재 자유와 언론의 권력감시 기능의 중요성은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기각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한 장관 집 앞에서 이뤄진 유튜브 생중계는 스토킹 행위로 볼 가능성이 높다며 스토킹 범죄를 중단하라는 서면경고와 함께 내년 2월 9일까지 강 기자 등이 한 장관 집 100m 이내에 접근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 사진=연합뉴스

대통령까지 가이드라인 제시하다니

그런데도 서울경찰청은 지난 7일, 23일, 26일 세 차례에 걸쳐 <더탐사> 사무실과 취재진의 자택 등을 전격 압수수색한 데 이어, 27일 강 기자 등 2명을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곧바로 검찰은 이들의 영장을 청구했다. <더 탐사> 측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12월까지 적게는 3차례, 많게는 6차례에 걸쳐 입주자명부, 등록차량, 차량출입기록 등을 경찰이 수집해 갔고,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없이 다른 개인정보도 수집해갔다. 이는 기자 개인 뿐 아니라 일반 국민에 대한 사찰로도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더탐사> 취재진에 대해 내린 사전 지침도 논란이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법무장관 자택을 무단 침입하면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느냐”며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어떤 고통이 따르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압박했다. 문 앞에서 1분 30초가량 서성이다 돌아간 것에 대해, 대통령이 사실상 검경에 엄중한 지시를 내린 것이다.

검찰은 그동안 <더탐사> 취재진의 한 장관 자택 방문보다 훨씬 정도가 심한 친여 보수매체의 취재 행위에 대해서는 불기소하거나 가벼운 벌금형 등으로 관대한 처분을 내려왔다.

조국 전 장관 자택 앞에서 취재에 열 올리고 있는 기자들. 사진=연합뉴스
조국 전 장관 자택 앞에서 취재에 열 올리고 있는 기자들. 사진=연합뉴스

‘조국 딸’ 취재횡포엔 관대하기만

TV조선 취재기자 2명은 지난 2019년 9월 두 차례 걸쳐 조국 전 법무장관의 딸 조민 씨의 주거지가 있는 오피스텔 1층 보안문을 무단으로 통과해 조 씨가 혼자 사는 집 앞에서 문을 열어달라며 계속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는 등 소란을 피웠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 무려 2년 9개월이나 지나서야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조 씨는 이들이 심지어 지하주차장에서 자신의 아반테 차 문을 붙잡고 닫지 못하게 막는 과정에서 다리에 상처가 났다며 폭행치상 혐의로도 고소했으나, 검찰은 무혐의로 처리했다.

또 지난 2018년 4월 ‘드루킹’이 운영하는 출판사에 TV조선 기자가 밤에 무단으로 들어가 현장에 있던 태블릿PC, 휴대폰, USB 등을 훔쳐 나왔을 때는 기소조차 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 형량이 무거운 야간주거 침입절도 혐의였는데도, 검찰은 “취재를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보인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반면 반여 비판매체에 대해서는 자의적으로 그야말로 고무줄 같은 ‘이중잣대’를 적용해 가혹하리만큼 기소했다. 유튜브 매체인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가 2020년 8월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는 아파트 단지내 주차장에 들어가 인터뷰를 시도했다는 이유로 공동주거침입죄로 기소하고 법정에서 무려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이 기자는 지난 4월 1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으며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한편 <더탐사>가 지난 8월부터 10여 차례나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언론 사상 전례 없는 ‘박해’를 받는데도 소위 메이저 언론들은 강 건너 불 보듯 권력의 눈치만 슬슬 보았다. 이러니 ‘기레기’, ‘기더기’라는 손가락질을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글쓴이

최충웅 칼럼니스트

최충웅 칼럼니스트는 경향신문 걸프전 종군특파원을 지냈다. 문화일보 재직 중 북ㆍ중 국경 기아현장 밀착취재로 한국기자협회가 주는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사회부 사건/행정팀장, 국제문제 전문기자를 거쳐 국회 국방위 정책보좌관으로 근무한 적도 있다. 지금은 <바른언론,실천연대> <새언론포럼>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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