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은영 월드’에서 살고 있나?

[이현민의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오은영, ‘선한 영향력’ 내세워 다작 출연 갈수록 더 자극적·선정적...의도 ‘퇴색’ 방송계도 ‘심리상담’ 프로에 책임의식을

TV방송에 출연한 오은영 박사. 사진= 연합뉴스
TV방송에 출연한 오은영 박사. 사진= 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오은영 박사를 모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육아의 신, 엄마들의 육아 멘토로 유명했던 그녀인데, 이제는 남녀노소 오은영 박사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명실상부 국민들의 정신건강 지킴이가 되었다. 아이들의 올바른 양육을 위한 부모들의 멘토, 아이들의 마음을 살펴주는 마음 치료사, 성인들의 트라우마 전문의까지 전방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얼마 전 오은영 박사에 대한 높은 관심과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른바 ‘오은영 패션’에 대한 일이다. 이는 오은영 박사의 일거수 일투족, 심지어 패션에까지 전국민적인 관심이 쏟아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녀의 인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관련 기사가 연일 이어졌는데, 그 중에서 상당수의 의견이 그녀의 활동에 대한 평가를 담고 있었다. (패션과는 별개로) 그녀에게 상담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 예약을 시도하지만, 예약 전화조차 연결하기 힘든 것은 물론 그녀의 고가 상담료에 만날 엄두를 내기조차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그녀의 선한 영향력, 빛바래지고 있나

그녀는 이제 명실상부 국내에서 가장 바쁜 방송인 중 한 명이 되었다. 일주일에 그녀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만 5가지 이상이고, CF, 유튜브 채널, 강연, 신문 칼럼과 각종 인터뷰까지 수없이 많은 채널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다.

오은영 박사는 이에 대해 높은 비용과 제한된 시간 등으로 자신을 만날 수 없는 많은 이들을 위해 다양한 방송 활동을 하며 이른바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일반인 사연자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상황과 사연 혹은 문제를 제시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보여줌으로써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이들이 스스로를 고민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정말 수많은 채널에서 다양한 사연을 통해 오은영 매직이 전파를 타고 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사연의 자극성과 선정성은 더욱 높아지는 추세이다. 자극성이 높아질수록 그녀의 ‘선한 영향력’은 점점 퇴색하는 느낌이 든다. 왜일까?

광고 섭외 1순위가 된 오은영 박사, TV CF광고를 비롯하여 바이럴, 배너, 지면 및 표지 광고까지 생활 곳곳에서 오은영 박사를 만날 수 있다. 광고 섭외 1순위는 당연히 제품에 대한 신뢰를 높여주고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인물일텐데, 오 박사가 그러한 조건들을 모두 충족하는 상징적 인물이 된 것이다.

하지만 마케팅의 일환이 된 그녀의 행보가 그리 달갑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제품 자체에 대한 신뢰도를 오은영 개인의 업적과 권위를 앞세워 광고하기 때문이다. 오은영이 추천하면 무조건 좋아!식의 광고성 멘트는 구매자의 객관적인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제품에 대한 설명보다는 오은영의 추천이 광고의 전부인 것처럼 비춰진다. 구매자는 오히려 혼란스럽다.

자극적인, 더 자극적인 방송?...사례자 비난도

방송계도 이러한 오은영 박사의 파워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방송 형식이나 내용이 비슷한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좀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사연을 찾는 것을 경쟁이라도 하듯, 회를 거듭할수록 자극적 사연의 일반인 사례자들이 오 박사를 찾는다. 문제는 이들이 일반인, 비(非)연예인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아동 사례자들의 문제는 그들이 현실 사회로 돌아갔을 때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방송 전파를 탄 사연들은 다시 자극적인 부분만 편집되어 유튜브 등 다른 매체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전체적인 내용을 보지 않은 시청자들은 자극적인 사연만 보고 사례자들을 비난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일례로 몇몇 유튜브 클립은 수많은 악플로 인해 댓글창을 아예 닫아놓은 것도 있다. 문제의 확대 재생산이다. 이처럼 오은영 매직의 분명한 빛과 그림자는 시청자는 물론이고 출연자들에게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사연자들이 하나의 ‘문제적 사연’으로 소비되고 끝나버리는 듯한 인상도 주고있어 더욱 우려스럽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사진=연합뉴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사진=연합뉴스

방송계, 백종원 사례 반복 말아야

최근 ‘오은영 월드’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놀랍다. 그녀 덕분에 많은 이들이 힐링하고,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의 방향성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의 행보가 수 년전 백종원의 행보와 닮아있고, 그녀를 활용하는 방송계도 이른바 ‘백종원 활용법’과 유사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그들의 솔루션 제공이 마치 ‘무조건적인 해결책’으로 비쳐지고, 이를 제대로 따라 하지 못하는 사연자는 개인의 의지 부족 등으로 귀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리 방송 프로그램의 인기는 현대인들의 팍팍한 삶을 대변하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스트레스 속에서 오은영 박사의 존재는 어쩌면 마음의 커다란 위안이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의 행보와 조언, 방송활동이 ‘심리 상담의 교과서’처럼 비쳐지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개개인의 사연은 획일화될 수 없고, 모두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방송은 일반인 사연자들이 지속적 자극으로 무한 소비되지 않도록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오은영 박사와의 그 어려운 만남으로 얻은 치유가 다른 방식으로 퇴색되지 않도록 말이다.

글쓴이

이현민 대중문화평론가

이현민은 대중문화평론가, 한중 콘텐츠 연구자로 로앤컬쳐 대표를 맡고 있다. 중국 북경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공기관 정책연구원으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대중문화 연구의 이론과 실제를 적용하고 있다. 현재는 대학에 출강하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대중문화, 이슈로 답하다>, <입체적 한중 대중문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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