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잔 후유증은 이틀 후 나타난다

[김수인의 ‘귀에 쏙쏙’ 골프 이야기] 생체의학 이해하면 컨디션 유지에 도움 라운딩 하루 전날은 못자도 큰 문제 없어

한때 세계 1위까지 올랐던 조던 스피스가 그린에서 퍼트라인을 살피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한때 세계 1위까지 올랐던 조던 스피스가 그린에서 퍼트라인을 살피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생체의학(의학, 생물학)은 생물학적 및 생리학적 원리를 임상 실습에 적용하는 의학의 한 분야이다. 이 분야는 특히 생물학과 생리학에 많은 관련이 있으며 건강과 생물학 관련 분야에서 다른 범주와 관련이 많다.

특히 스포츠와의 관련은 매우 깊다. 야구, 축구, 농구, 골프 등 스포츠 분야 관계자들은 생체의학의 도움을 받으며 선수들의 기량 향상과 부상 예방, 치료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면, 아마추어 골퍼들과의 연관 관계는 어떨까. 특수한 의학 분야이므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될까. 결코 그렇지 않다. 기량 향상과 라운드 당일 스코어 관리에 밀접한 상관 관계가 있다.

간단하게 하나만 알아보자. ‘잠이 보약’이라는 건강 금언(金言)은 누구나 알고 있다. 잠을 잘 자야 다음날 라운딩에서 좋은 컨디션으로 좋은 스코어를 내므로 ‘깊은 잠’을 자기 위해 저마다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생체의학적 관점에서 모르는 게 하나 있다. “잠을 못잔 후유증은 이틀 후(48시간 뒤)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날 잠을 잘 못잤다고 다음날 스윙에 큰 문제는 없다. 라운딩 이틀전 잠을 설쳤다면 이틀 후 라운딩에서 샷이 크게 흔들릴수 있다. 아니, 어김없이 흔들리게 된다.

프로 대회에서 1라운드에서 신인들이 가끔 단독 선두로 나서는 이변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 신인은 대부분 2라운드 부진으로 리더보드에서 사라지고 결국 중하위권으로 마감하는 것을 자주 본다. 왜 그럴까?

프로도 1R 선두나가다 2R 부진하는 경우 많아

신인(데뷔 2~3년차 포함)들은 1라운드 전날 긴장되고 마음이 설레여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그런데, 1라운드는 잘 치고 2라운드는 죽을 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건 바로 생체의학에서 말하는 ‘이틀후 후유증’탓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프로들이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나흘내내 잠을 잘 자야 한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자. 박인비(34)는 2013년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7월 22일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에서 우승, 2주후 영국에서 개최되는 브리티시 여자오픈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브리티시 오픈만 제패하면 아시아 선수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연도에 상관없이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것)’의 대기록을 달성할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의 스폰서 업체가 기업 홍보를 위해 박인비의 일시 귀국을 진행했다. 스폰서의 권유를 뿌리칠수 없었던 박인비는 ‘미국⟶한국⟶영국’을 거치는 무리한 일정 탓에 시차적응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브리티시 오픈에서 2라운드 종료후 선두와 무려 8타차로 벌어져 우승권에서 탈락했다.

박인비는 2015년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지만 2년전의 실패는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아마추어 골퍼의 예를 보자. 후배 A는 80대 초중반의 실력이지만 특유의 장타를 앞세워 가끔 70대를 기록해 동반자들의 기를 죽이기도 했다. 5년전 어느 토요일, A와 오전 7시께 라운딩을 했다. 그런데 라운딩전 만난 A의 얼굴이 푸석푸석하지 않은가. 이유를 물었더니 “밤새 포커를 하고 조금전 골프장에 도착했다”며 겸연쩍어 한다. 한숨도 못자 얼굴이 푸석해진것이다.

동반자 3명은 “오늘 A의 돈은 보는 사람이 임자구먼~”이라며 미소를 띄웠다. 하지만 웬걸! A는 동반자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버디 2개 포함, 79타를 치며 ‘내기 싹쓸이’를 했다. 그런데 A는 “내일 아침에도 라운딩있는데...”라며 걱정했다.

다음날 오후, 라운딩이 끝난 A에게 전화했다. “어떻게 됐어?” A의 목소리는 풀이 죽어 있었다. “100타를 쳤습니다~” 밤샘 포커의 후유증이 이틀후 어김없이 나타난 것이다.

필자의 며칠전 경우를 들어보자. ‘잠에 관한 생체의학’을 잘 알고 있는 필자는 늘 이틀전 수면에 유의한다. 그런데, 라운딩 이틀전에 속상한 일이 여러 개 생겼다. 자연히 잠을 설쳤다. 그렇지만 속상한 일이 해결돼 하루 전엔 6시간을 푹 잤다. 결과는?

전반 9홀은 39타로 펄펄 날았지만, 후반 9홀은 48타로 완전 기가 죽었다. 그러니까, 하루전 숙면으로 전반 컨디션은 좋았으나 이틀전 잠 못잔 후유증으로 후반은 망친 것이다. 잠에 관한 생체의학의 표본 사례가 된 것.

물론, 바쁜 생활을 하다보면 잠이라는게 마음 먹은 대로 취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틀전 숙면’을 깊이 인식해 잠 조절을 잘하면, 소속된 동호회의 대회 입상이나 ‘평생 라이벌’과의 라운딩때 좋은 결과를 거둘수 있다.

글쓴이

김수인 골프 칼럼니스트

김수인 칼럼니스트는 매일경제,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에서 23년간 스포츠기자로 활동했다. 홍보회사 KPR 미디어본부장, PRN 부사장과 KT스포츠 커뮤니케이션 실장을 역임했다. 2013년 파이낸셜뉴스에 "김수인의 쏙쏙골프"를 시작으로 주간조선, 한국경제, 스타뉴스, 오피니언 타임스, 미디어빌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골프 자문위원으로 활동중. 저서는 "김수인의 쏙쏙골프"와 "파워 골프" 두 권이 있다. 생애 최저 74타(2013년 솔모로cc), 핸디캡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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