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대신 닭’ 파크골프 이용객이 늘어난다

[김수인의 ‘귀에 쏙쏙’ 골프 이야기] 남녀 노소, 부담없이 즐겨 골프장 급증 4명이 1만원에 이용, 스윙 요령 쉬워 3천만원 상금대회도...지자체 유치경쟁

화천 파크골프장에서 플레이 하고 있는 파크골프 애호가들. 사진=연합뉴스
화천 파크골프장에서 플레이 하고 있는 파크골프 애호가들. 사진=연합뉴스

‘파크 골프’를 아시나요. 파크 골프는 파크와 골프를 합친 개념으로 골프장보다는 작은 공간에서 남녀 노소, 장애인 등 누구나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재편성한 커뮤니케이션 스포츠다.

물론 정규 골프가 훨씬 재미있지만, 가족과 함께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어 최근 이용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를 피해 골프에 전격 입문했던 2030의 골린이(골프+어린이)들, 이들은 비싼 비용에 1~2년만 골프를 즐기다 파크 골프로 전향하고 있다.

또 은퇴 세대인 6070들도 천정부지로 뛰는 그린피를 감당 못해 ‘꿩대신 닭’으로 파크 골프장을 찾고 있다. 요즘 파크 골프장은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발디딜 틈 없이’ 붐비고 있다.

필자는 지난 18일 유행의 대세를 확인하기 위해 경기도 가평파크골프장을 찾았다. 오전 9시 개장에 맞춰 가면 대기를 길게 해야 한다 해서 오전 8시 30분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없어 바로 골프를 시작했다.

파크 골프채는 드라이버와 퍼터를 합쳐 놓은 좀 짧은 골프채 느낌, 공은 골프공보다 훨씬 크고 약간 묵직한 탱탱볼 느낌이다.

초보자는 연습장에서 몇차례 스윙 요령을 익히면 바로 실전 모드가 가능한데 필자는 골프 구력 30년이므로 지인으로부터 간단한 스윙 비결을 듣고 곧장 1번홀부터 시작했다. 파크 골프 스윙은 공이 뜨지 않는 게 특징이다.

백 스윙의 크기를 조절해 파3~5홀 40~85m의 핀까지 거리를 맞추는 게 요령이다. 초보자는 마음 먹은대로 비거리를 내는 게 힘들지만 입문 1년 이상된 ‘싱글’은 파3홀이든 파5홀이든 ‘원 온’이나 그린 근처 공을 떨어뜨리기가 어렵지 않다. 이들은 이글이나 홀인원을 18홀 동안 여러번 경험하기도 한다.

필자가 50분간 9홀을 돌고 나니 신청 대기자들이 줄을 길게 선다. 50세 이상 여성들이 많은 게 특징인데, 부부가 함께 하는 모습도 더러 보인다. 나이든 여성들이 많은 이유는 근육이 약하고 관절을 다친 이들이라도 쉽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평일 낮이나 주말에는 젊은 여성들도 많다고 한다.

가족 3~4명이 정규 골프장엘 가려면 부킹부터 어렵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지자체 별로 다르긴 하지만 파크 골프장은 무료로 즐길 수 있거나, 4명의 합계 그린피가 1만원 이하인 곳이 대부분이어서 이용이 정말 쉽다(군인이나 청소년, 어린이, 65세 이상은 50% 할인).

파크골프의 매력에 빠진 노부부들은 2박 이상 일정으로 전국 투어를 다니는 경우도 많다. 정규 골프장은 2박 3일 투어를 떠난다면 그린피가 평일 1인당 30만원(카트피, 캐디피 포함)에 가까워 부부 총 비용이 180만원에 이른다(식대, 유류대, 톨게이트비 제외).

그러나 파크 골프장을 이용한다면 2박 3일간 부부 총비용이 6만원으로 정규 골프장의 30분의 1에 불과하다. 싼 비용말고도 파크 골프의 장점은 여럿 있다.

1위 상금 3천만원 대회도

첫째, 복장이 간편하다. 운동화에 운동복 차림, 골프장갑만 있으면 된다. 공과 골프채는 1천~2천원으로 대여가 가능하다. 물론 어느 정도 실력을 익힌 애호가는 개인 골프채 구입에 나선다. 골프채는 최소 30만원부터 250만원까지 있는데, 대부분 50만~100만원짜리 중급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 골프채가 비싸긴 하지만 10년 이상 이용할수 있는 걸 감안하면 가성비가 높은 편이다.

두 번째, 룰이 간단하다. 정규 골프의 룰은 소책자 한권에 담을 정도로 복잡하지만 파크 골프는 벌칙이 OB(2벌타) 단 한가지다. 정규 코스를 벗어날 정도로 힘껏 치면 옆 코스의 이용자들이 부상당할 우려가 있어 엄격하게 벌칙을 부과한다는 룰이다.

세 번째는 파크 골프장 시설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 관련 인구가 증가하니 지자체가 시설을 늘릴 수 밖에 없는데, 특히 파크 골프 이용객들을 ‘표밭’으로 여기는 지자체 단체장들의 정치적 의도와 맞물려 시설이 급증하고 있다. 대구, 경북지역은 전체 파크 골프 인구의 25%를 점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네 번째는 각 지역간의 치열한 대회 경쟁이다. 한달에도 몇차례 전국규모의 대회가 열려 지역 축제의 성격을 띠게 됐다. 그러다 보니 상금 규모도 커져 지난 6~7월 열린 전국최대규모의 화천 산천어 전국 파크골프 페스티벌은 남녀 1위 상금이 각 3천만원까지 됐다. KPGA(한국남자프로골프),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2부 투어의 상금보다 2~3배가 많아 관련자들을 놀라게 했다.

상금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직결돼 있다. 예선 포함 한달이상 열리는 대회기간동안 전국에서 2천명 가량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열기 덕에 숙박, 먹거리, 관광 등 지역 경제가 활성화된다. 상금보다 몇배의 수익을 꾀하고 있는 것.

다섯째는 한겨울에도 이용이 가능하다. 공을 띄우지 않고 굴리는 만큼 잔디가 죽어 있어도 플레이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영하의 날씨에는 근육과 관절의 부상에 유의해야 한다). 단, 잔디가 올라오기 시작하는 3~4월은 잔디 보호를 위해 대부분 한달간 휴장한다.

하여간 건강 증진과 취미 활동, 사교의 ‘3박자’를 갖춘 파크 골프를 즐기는 인구는 당분간 매년 1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일 참이다.

글쓴이

김수인 골프 칼럼니스트

김수인 칼럼니스트는 매일경제,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에서 23년간 스포츠기자로 활동했다. 홍보회사 KPR 미디어본부장, PRN 부사장과 KT스포츠 커뮤니케이션 실장을 역임했다. 2013년 파이낸셜뉴스에 "김수인의 쏙쏙골프"를 시작으로 주간조선, 한국경제, 스타뉴스, 오피니언 타임스, 미디어빌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골프 자문위원으로 활동중. 저서는 "김수인의 쏙쏙골프"와 "파워 골프" 두 권이 있다. 생애 최저 74타(2013년 솔모로cc), 핸디캡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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