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에서 나비까지...창업기업은 곤충을 닮아라

[하영균의 진화생태경제학] 곤충의 성장 4단계, 기업 운명과 같아 애벌레가 충분히 먹듯. 창업자원 충분히 번데기는 날개도 준비하고 생식기도 만들어 중견기업 도약위한 준비를 번데기처럼 해야

곤충의 세계에서 특징적인 것 중 하나는 변태 과정이다. 변태 과정은 크게 4단계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는 알, 둘째는 애벌레, 세 번째는 번데기, 네 번째는 성충의 단계다. 이 4단계는 곤충의 일생이기도 하고 그 과정은 드라마틱하기까지 하다. 곤충의 생애 주기는 짧은 경우 며칠 정도이고, 길게는 수년이나 된다. 그중 가장 중요한 시기가 ‘변태의 시기’다. 변태도 불완전 변태와 완전 변태로 구분된다. 곤충은 불완전 변태에서 완전 변태로 진화를 했다. 생존에 완전 변태가 유리했기 때문이다.

치열한 생존의 확률 계산끝에

변태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 단계별로 중요한 특징을 볼 수 있다. 먼저 알이 부화하는 단계인데, 성충인 어미가 어느 위치와 장소에 알을 놓는가에 따라 알의 생존이 결정된다. 곤충은 성충 단계에서 알을 낳고 나면 어미 역할이 끝나기에 가장 생존가능성이 높은 곳에 알을 놓으려고 한다. 날개를 가진 성충이 마음대로 이동을 하는 시기를 갖는 결정적인 이유도, 알을 놓을 수 있는 자리를 편하게 찾아가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얼마 사용하지도 못하는 날개를 만들어 날아다닐 이유가 없다.

성충은 최적의 조건이 되는 장소에 알을 낳는데 그 입지조건은 3가지이다. 첫째, 부화의 조건이다. 부화에 문제가 없고 안전하게 부화를 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진 곳을 고른다. 둘째, 부화 후에 먹이를 최대로 얻을 수 있는 곳이다. 기생 벌이 알을 낳는 곳은 바로 기생 숙주의 몸 속이다. 부화를 하면 바로 기생 숙주를 먹이감으로 삼을 수 있어 최상의 조건인 셈이다. 셋째, 애벌레가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곳이다. 애벌레 때는 많은 거리를 움직일 수 없다. 때문에 번데기가 될 때까지 작은 반경내에서 먹이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알을 낳는 곳을 선택하는 순간, 이미 알의 생존여부가 어느 정도 결정되는 셈이다.

두번째 단계인 애벌레 단계는 가능한 많은 먹이를 먹고 최대한 자신의 몸에 영양분을 저장하는 시기다. 애벌레는 상당량의 식물을 먹는다. 이미 성충인 어미가 먹이로 적당한 식물에 산란을 해두었기 때문에 애벌레는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다. 애벌레가 활동을 하는 시기는 봄이나 여름인데, 가장 먹이감이 많은 시기이기도 하고 활동하기 좋은 온도가 된다. 먹이감인 식물들의 잎에도 새싹이 많다. 애벌레는 이 때 가능한 많이 먹어 자신의 몸에 영양분을 저장한다. 어쩌면 곤충이 가장 활발한 생명 활동을 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그 다음 단계인 번데기나 성충의 완전함을 유지할 수 있다.

세번째 단계는 번데기 단계다. 이 단계를 완전하게 거치는 것을 완전 변태, 애벌레에서 허물을 벗고 성장하면 불완전 변태라고 한다. 고등 곤충들은 ‘완전 변태’를 하는 반면, 그 이하의 전지동물들은 ‘불완전 변태’를 한다. 진화학의 관점에서 보면 완전 변태가 더 진화한 것이고, 불완전 변태는 아직 진화가 고도화되지 못한 과정이다. 불완전 변태에서는 애벌레에서 성충으로 변하는 데 날개와 생식기가 생기긴 하지만 애벌레의 모습과 성충의 모습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애벌레에서 허물을 벗고 성충으로 바로 성장한다. 하지만 완전 변태에서는 애벌레, 번데기, 성충의 모습이 각각 다르다. 번데기 시기도 반년 이상이 걸리는 종이 있는가 하면, 며칠 만 걸리는 종도 많다.

환경과 조건에 내 몸을 완전히 맞춘다

곤충은 왜 이런 진화학적 선택을 한 것일까? 그 이유는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으로 구분해 설명할 수 있다. 내적 요인이란 곤충의 몸이 완전히 변해서 성충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적의 형태로 바뀌려 하는 것을 의미한다. 외적 요인이란 생존에 불리한 먹이나 환경 조건에 대응해 살아남는 방법으로 선택을 한다는 의미다. 즉 겨울에 번데기가 많이 만들어지는 것은 봄이 올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견디며 살아남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다. 이어 봄이 오면 성충이 되어 알을 낳아 자신의 종을 유지하는 생명 활동을 한다.

마지막 단계는 성충으로 변화하는 단계다. 곤충의 진화상 정점인 단계이기는 하지만 실제 그 기간은 길지 않다. 왜냐하면 이 때는 두가지 목적을 달성하면 성충으로서 역할이 끝나기 때문이다. 바로 짝짓기와 산란이다. 짝짓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애벌레가 성장하기 좋은 때로, 봄이나 여름이다. 그 때 짝짓기도 하고 산란도 한다. 날개를 파닥거리며 애벌레가 성장하기 좋은 곳을 찾는다. 이 때 성충은 먹이도 많이 먹지 않는다. 오로지 두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애쓴다. 대표적으로 나비 같은 종인데 나비는 성충이 되면 거의 먹지 않는다. 꿀 정도만 먹을 뿐이다. 나비의 주둥이가 뾰쪽한 것도 꿀을 따기 위해 필요한 정도로 길게 성장한 것이다. 그렇게 크고 화려한 색도 짝짓기를 위해서다.

진화학적으로 보면 생명의 본질인 개체 보존과 종족 번식이라는 명제에 가장 근접한 형태로 곤충은 진화를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때문에 곤충은 인간을 빼고 가장 진화를 많이 한 동물이며,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인간에 대항할 수 있는 동물로 꼽히고 있다. 인간보다 더 오래, 더 많이 번성을 할 수 밖에 없는 동물이다. 곤충의 일생이 그 비밀을 보여주는 것같다.

기업 성장과정도 곤충과 다를바 없어

기업이 성장하고 변화하고 또 다른 도약을 위해서 활동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곤충이 알을 낳고 부화하는 과정은 기업의 창업 시기와 비슷하다. 기업도 창업할 시장과 때를 찾는다. 창업자는 준비해야 하는 돈과 기술 그리고 인맥이 필요하고, 그런 준비가 되었을 때 그에 맞는 시장이 열려 있어야 한다. 성충이 너무 빨리 알을 낳으면 먹이감이 없어 알이 부화되고서 굶어죽을 수 있고, 너무 늦게 알을 낳으면 애벌레가 먹기에 잎들이 너무 딱딱해져 있어 영양에 문제가 생긴다. 그처럼 창업을 너무 빨리 하면 시장이 없을 수 있고, 시기가 늦으면 경쟁자들이 너무 많아 창업 기업의 포지션을 찾기 힘들 수도 있다. 그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창업자의 몫이다.

곤충의 애벌레 시기처럼 창업 초기 기업도 이런 순간을 맞는다. 기술 개발이든 시장 개척이든 성장하고 견딜 수 있는 환경에서 최대한 많은 자원을 확보해야 하는 단계다. 이 때를 제대로 보내지 않으면 닥치는 시련을 견딜 수 없다. 창업 이후 닥친 죽음의 계곡을 건너지 못하고 사라질 뿐이다. 창업 기업이 찾아낸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시기에 너무 노출을 심하게 하면 바라보고 있던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이 창업 기업이 열어놓은 시장을 점유하려고 든다. 힘이 약한 초기 창업 기업은 버티기 힘들다. 그러니 시장이 열리는 것을 알지 못하게 해야 한다. 노출이 많이 되지 않아야 하지만, 투자나 자원을 확보하려 들다보면 노출도 불가피하기 때문에 일정 선을 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즉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을 정도로만 창업 기업의 시장 전망이 알려지는 것이 좋겠다.

번데기 시기를 알차게 보내야

다음은 기업의 번데기 시기다. 시련의 시기이기도 하고 변화의 시기이기도 하다. 창업후 3년 정도 지나면 다가오는 이 시기에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지 죽을지가 결판나기도 하지만, 바로 완전히 다른 형태의 변화를 해야 하는 때를 맞는 것이기도 하다. 살아남고 견디면서 변화를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완전 탈피’를 목표로 해야 한다.

곤충의 번데기 시기에는 성충으로 가기 전 날개가 만들어지고 생식기가 만들어지듯이, 기업도 새로운 시장의 확대나 확대 재생산을 위해 조직과 사업모델을 바꾸는 시기다. 이 때 제대로 변화하지 못하면 고사한다. 초기 창업 시기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질적 도약을 이루어야 창업 기업이 살아남는다. ‘질적 도약을 위한 체질 변화’의 시기다.

마지막으로 성충의 시기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성충이 날개를 가지고 짝짓기를 하는 때를 의미하듯 창업 기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테스트를 거친 후 죽음의 계곡을 넘어 날개를 장착하고 비약 성장을 하려는 시기에 해당한다. 특히나 새로운 형태의 사업이나 시장도 발견하고, 사업과 시장 확대를 진행한다. 대략적으로 보면 창업 후 3~-5년의 시기에 해당한다. 이 시기를 잘 보내면 새로운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기업으로 탄생할 수 있다. 즉 성충이 다음 세대를 통해 종족 보존을 하듯 기업의 성장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때부터 기업은 좀체 무너지지 않는다.

창업한 기업가가 도달하고 싶은 순간이며, 바로 이 시기에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곤충의 세계에서 산란으로 시작해 변태를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이런 성충의 순간에 이르는 확률은 1%에 불과하다. 이 확률은 기업의 세계에서도 비슷한다. 성공적으로 창업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확률도 1% 정도를 넘지 못한다.

생존 확률 1%, 창업가가 날개를 펴기까지

이렇게 되기까지 두 가지의 길이 있다. 곤충의 생존처럼 환경에 던져지듯이 지원을 받거나 의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혼자 힘으로 성장을 해야 하는 방식과, 철저하게 어릴 때부터 자립할 수 있을때까지 양육을 받는 영장류 성장방식이다. 두가지 길 중 선택을 해야 한다. 곤충이 뿌려진 알로부터 시작하듯이 진정한 창업가라면 철저하게 자력으로 생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살아남고 성장하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한국은 이제 창업 국가가 되어야 할 때다. 창업 국가는 사업의 다양성을 높여서 다양하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사업들이 많이 발굴되는 국가다. 국가의 경쟁력은 여기서 나온다. 일본의 몰락은 창업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탓이라는 말도 있다. 한국도 대기업만 바라본다면 일본의 실패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창업 국가가 되어야 한다. 그 길이 한국 경제를 밝혀주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창업자를 대우해야 나라가 산다.

글쓴이

하영균 에너지11 기술 대표

필자인 하영균 에너지 11 기술대표는 어릴적 농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독일 녹색당 강령집인 생태학이라는 책을 보고 서울대 곤충학과로 진학했다. 생태적 사고가 모든 자연과 사회현상의 뿌리가 된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지역과 기업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신발 산업에 오랫동안 종사했고 글로벌 경험을 통해 산업의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살폈다. 지금은 어릴적 꿈(물로 가는 자동차)이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국내 최초 나트륨 이온 전지 회사 '에너지11'을 창업해 기술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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