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감독을 위한 해명과 변명들

축구감독은 조용히 지배하는 절대자 벤투 감독 연봉 130만유로, 세계 11위 한국팀 ‘오른쪽 풀백’ 보강에 고심 벤투, 히딩크 이어 8강 ,4강 이끌까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오른쪽)과 포르투갈전 감독역할을 대신했던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 코치. 사진= 연합뉴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오른쪽)과 포르투갈전 감독역할을 대신했던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 코치. 사진= 연합뉴스

축구감독은 어떤 자리일까

‘축구는 감독놀음’이라고 한다. 그만큼 감독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보니 감독 연봉이 상대적으로 높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고연봉을 받는 선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로 연봉이 2680만 파운드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감독 최고 연봉은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으로 1900만 파운드다. 최고 감독의 연봉은 최고 선수 연봉의 70% 정도다.

이번 월드컵에 참가하는 국가대표 감독 연봉도 만만치 않다. 제일 많이 받는 감독이 독일 감독으로 650만 유로, 영국감독은 580만 유로, 프랑스 감독은 380만 유로, 브라질 감독은 360만 유로다. 우리나라 벤투 감독은 11위로 130만 유로를 받는다. 예선 결과로 보면 독일, 멕시코, 카타르의 감독 투자는 실패로 끝났다.

미국 프로야구인 메이저리그와 비교해 보자. 최고 연봉을 받는 선수가 뉴욕 메츠 투수 맥스 슈어저로 4300만달러를 받는다. 메이저리그 감독 연봉은 공개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추정으로 최고 연봉은 LA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650만 달러다. 최고선수의 1/7수준이다. 메이저리그 감독 연봉은 미식축구나 농구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다.

악단 지휘자이자 군 지휘관 같은 존재

두 종목의 연봉을 비교하면 두 종목 경기에서 차지하는 감독의 위상을 알 수 있다. 축구감독은 교향악단 지휘자와 군대 지휘관을 합쳐 놓은 역할이다. 교향악단 지휘자는 작곡자의 곡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자기가 구상하는 곡이 되도록 연주자를 훈련시킨다. 이런 점은 각각 다른 개성을 가진 선수를 조합해서 자기가 구상하는 팀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과 같다.

교향악단 지휘자는 공연에서 지휘를 하면서 결과를 끝까지 책임진다. 그러나 축구는 그렇지 않다. 정작 경기가 시작되면 감독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그런 점에서는 군 지휘관과 닮았다. 군 지휘관은 평소 훈련을 시킨 군대를 전장에 내보낼 때 각개 병사가 제 역할을 다할 것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후방에서 전황을 보면서 취약한 부분에 예비대를 투입한다든지 군대를 재배치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축구감독도 경기가 시작되면 감독이 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 감독이 하는 일이란 것은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말로 선수를 독려하고 작전지시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이후는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경기과정을 분석하여 하프타임에 작전을 변경하거나 경기 중 취약부분의 선수교체를 통해 상황을 역전시키는 것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축구감독은 군대의 지휘관을 닮았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가나와의 경기에서 후반전 이강인을 교체 투입하는 벤투 감독. 사진=연합뉴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가나와의 경기에서 후반전 이강인을 교체 투입하는 벤투 감독.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축구감독은 교향악단 지휘자와 군대 지휘관을 합쳐 놓은 역할이다. 가끔 교체한 선수를 다시 교체하는 경우가 있다. 필자는 이것이 선수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교체한 선수를 다시 바꾼다는 것은 감독이 원했던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감독은 이런 것까지 고려해서 선수를 투입했어야 한다. 그러므로 감독 잘못이 더 크다.

감독이 갖는 절대권한은

축구감독이 중요하다는 것은 포메이션에서도 찾을 수 있다. 축구에서는 4-4-2, 4-3-3, 3-5-2, 4-2-3-1 등 숫자로 표현되는 포메이션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 그런데 포메이션을 만든 사람이 모두 축구감독들이다. 승리하기 위해 ‘선수를 어떻게 배치하고 활용할 것인가’하는 감독 고민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서 ‘축구는 감독놀음’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하지만 현대축구에서 포메이션은 그냥 숫자일 뿐이라는 말도 한다. 실제 경기에 들어서면 포메이션은 자주 변한다. 예를 들어 우리 국가대표팀이 기본적으로 4-2-3-1 시스템을 가동하지만 수비 할 때는 4-4-2 또는 5-4-1시스템을 쓴다. 즉 공격할 때와 수비할 때 차이가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은 각 시스템마다 분명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감독역할이 크니 선수선발권은 감독에게 있다. 감독이 구상하는 팀을 만들기 위해 선수를 선발한다. 왼발을 잘 쓰고, 빠른 사람은 당연히 왼쪽 풀백이 될 것이다. 개인기가 좋아 수비 한두 명 정도는 쉽게 제치고, 패스가 좋은 사람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감이다. 가끔은 의외의 사람을 의외의 포지션에 배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는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강점이 있어서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경기다. 11명의 조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팀이 무너진다. 프로축구팀처럼 외국에서라도 선수를 사올 수 있는 경우는 그나마 감독이 원하는 팀을 만들 수 있지만 국가대표의 경우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자국 선수라는 제한된 풀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니 약한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벤투 감독이 고민한 부분이 우리 오른쪽 풀백이다. 그래서 최종전까지 누구를 쓸 것인가 시험했던 것이다.

어떻게 강점 살리고 약점 보완할까 고민

어쨌든 감독은 자기 팀 강점을 어떻게 살리고 취약한 부분은 어떻게 메울 것인가 고민한다. 대표적인 것이 2002년 히딩크가 한 체력훈련이다. 히딩크는 개인기술이 부족한 한국 팀이 강팀을 상대하는 방법을 스피드와 압박을 통해 상대기술을 무력화시키는 것에서 찾았다. 그렇게 하려면 강한 체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혹독한 체력훈련을 시켜 한발 더 뛰는 팀으로 만들었고 성공했다.

상대방 강점을 무력화시키는 것도 축구감독 몫이다. 대표적인 예가 2009/10년 유럽챔피언스 리그 16강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AC밀란과의 경기에서 나왔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AC밀란을 이기는 관건이 키플레이어인 안드레아 피를로의 무력화라고 파악하고 두 개 심장이라 불리던 박지성에게 피를로를 1대1 맨 마크하게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당시 박지성이 경기중 알렉스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당시 박지성이 경기중 알렉스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활동량이 많은 박지성은 이 경기에서 12㎞ 이상을 뛰며 피를로를 바싹 쫓아다니며 괴롭혔다. 피를로가 막힌 AC밀란은 공격다운 공격을 하지 못하고 맨유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날 경기 후 피를로는 박지성에 대해 ‘모기같다’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 팀이 우루과이전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도 우루과이 팀의 강점인 중원을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대방을 분석해 우리가 잘하는 것을 풀어내고, 약한 부분을 감추며, 상대방 강점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카타르 월드컵이 시작되기 임박해서 몇 차례 평가전이 있었는데, 그때도 월드컵에 가면 모두 강팀들인데 ‘왜 수비 중심의 포메이션을 가동하지 않는가’라는 말이 많았다.

벤투 감독 역시 그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같다. 월드컵 한 달 전에 가진 김진수의 인터뷰를 보면 벤투 감독 역시 본선에서 만나는 팀이 강팀이라는 것을 의식하고 수비조직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이번 월드컵 결선에서 우리는 4실점했지만 수비에 커다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진 않았다. 그만큼 수비 조직력에 신경을 썼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벤투 감독, 히딩크 뒤를 이을까

국가대표 감독과 클럽 감독은 차이가 있다. 클럽 감독은 시간을 가지고 선수를 훈련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대표는 국가대표 차출기간에만 선수를 훈련할 수 있다. 히딩크가 합숙 훈련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당시 우리나라 선수로서 외국에 진출한 선수가 안정환, 설기현 밖에 없었기에 리그를 희생하고 합숙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일월드컵 이후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어쨌든 국가대표 감독은 짧은 시간에 팀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렇기 하기 위해서는 선수개개인의 심리상태까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조직력을 완성하는 대표적인 예를 히딩크가 보여줬다. 히딩크는 선수 간 위계가 팀 활력의 저해 요소라고 생각했다. 경기 도중에 존대를 하면 순간순간에 대응할 수 없다. 슛 찬스에서 머뭇거리는 것이 자기보다는 선배를 의식하기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그래서 일부러 선수 간에 반말을 하게 했다. 결과적으로 위계 파괴는 성공했고 선수 개성이 드러나는 팀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축구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 장악력이다. 선수 장악력이 생기면 선수들은 감독을 믿고 따르게 된다. 감독이 신뢰를 얻는 것은 전술완성 이상의 효과가 있다. 사람은 심리상태에 따라 자기 능력의 120%를 발휘할 수 있다. 감독을 따르면 좋은 결과가 온다는 신뢰가 생길 때 선수들도 자신감이 생긴다. 히딩크는 성공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 국가대표선수들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보여준 결과를 보면 벤투도 어느 정도 성공한 것 아닐까. 이것이 더 빛을 발휘해 8강, 4강까지 이어지길 바란다.

글쓴이

최성호 건축가

필자인 최성호는 오랫동안 한옥과 한국문화를 공부해온 건축설계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건축사다.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998년 부천FC팀 응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줄기차게 축구를 사랑하고 있다. 필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s://blog.naver.com/seongho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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