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고마운 동반 라운딩 했던 이들에게
[김수인의 ‘귀에 쏙쏙’ 골프 이야기] 차량 픽업, 골프장 즉석 레슨 도움 준 이들 한해 마감하며 식사 대접이나 카톡 인사 감사 글 담은 연하장 보내면 ‘금상첨화’
감사한 마음은 바위에 새기고 원한은 모래에 쓰라고 했다. 이는 감사한 마음은 결단코 잊어서는 안되며 원한이나 분노는 빨리 잊으라는 뜻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이와 반대가 되기 십상이다. 고마움은 금세 잊고 원한은 가슴속 깊이 새겨둔다. 감사와 원한을 거꾸로 기억하면 그 인생살이는 고달프다.
시즌 오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밑이 코앞이다. ‘열혈 골퍼’들은 추워진 날씨에도 ‘겨울 골프’를 즐기느라 12월 중순까지도 출격하지만 이젠 손을 놓아야 할 때다. 내년 봄까지 기다리는 게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골프 스트레스’를 한동안 잊는 건 즐거운 일이다. 정 골프가 그리우면 ‘미니 골프’ 격인 파크골프장을 찾으면 되지만 갑작스런 추위가 훼방꾼이다.
한해 라운드를 돌이켜보면, 드라이버 샷이 정통으로 맞아 동반자들로부터 ‘나이스~샷!’ 소리를 들었을때의 상쾌함, 정교한 퍼팅으로 버디를 멋지게 잡아낸 짜릿함, 어이없이 눈앞의 워터 해저드에 공을 빠뜨린 허망함 등이 교차된다. 이왕 시즌을 돌이켜 보는 김에 한시즌 내내 고마웠던 이들을 생각해보자(필자와 지인들의 경험을 보태 글을 재구성).
1. 운전면허증이 없다고 항상 나를 픽업해 준 친구 A. 고마움에 통행료를 내주고 가끔 기름도 넣어줬지만 운전하는 피로의 기색을 전혀 내지 않았던 A 덕분에 첫홀부터 굿샷을 날릴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올 때도 얼마나 편했는지. 4~5시간 운동을 했고, 샤워한 뒤의 나른함까지 겹쳐 A는 참으로 힘들었을 거다. 특히 한여름 라운드때는 졸음이 쏟아질 수도 있다. 옆에서 조수 노릇을 톡톡히 했지만 운전한 사람의 수고에 견줄 수 있을까.
어떤 때는 밥먹으면서 시원한 맥주도 한잔했는데 운전 때문에 A는 입맛만 다셨으니 얼마나 속상했을지.
2. 80대 초중반 스코어를 유지하는 친구 B도 고맙기 짝이 없다. B는 라운드전 스트레칭의 중요성과 연습 그린에서의 퍼팅 효과를 일깨워 줘 긴장감이 서린 1번홀 티샷 미스를 방지하게 해줬다. 공이 러프에 떨어졌을 때는 프로 선수의 캐디처럼 긴 풀을 샅샅이 훑어 기어코 공을 찾아줬다. 분실구는 2벌타여서 그 홀에서 공을 찾지 못했다면 내기에서 완전 탈락했을 것이다. 또 더블 보기 이상을 범해 다음 홀부터 망가졌다면 자칫 ‘백돌이’가 될뻔 했는데 그 수고로움은 어디에 비길 수가 없다.
그린에서는 족집게 과외선생이었다. 10m 이상 롱퍼팅때 ‘스리 퍼트’를 막는 법, 1.5m의 짧은 퍼팅때 헤드업을 하지 않는 비결 등을 세밀히 가르쳐줘 보기 혹은 파로 선전을 펼치게 해준 자상함은 ‘감사하다’는 말로만 대신할 수 없다.
3. 현장 즉석레슨으로 악성 훅 구질을 고쳐준 친구 C. 그는 정말 1급 레슨 프로 못지 않았다. 그립 동작 하나만 고쳐서 훅을 방지했으니 내 입에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벙커에서 한번에 탈출하기 어려워 하는 나에게 단번에 탈출하는 요령을 가르쳐준 건 정말 ‘신의 한수’라고 극찬을 할 수 밖에 없다.
즉석 레슨으로 미스샷 방지해준 친구의 고마움
4. 또 다른 친구 D는 ‘필드의 대학교수’였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문제가 있는 곳으로 샷을 하지 마라”고 한 명언을 티샷전 살짝 귀띔해 OB를 막아준 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한 라운드면 충분하다”는 스코틀랜드 속담을 들려주며 골퍼로서의 매너와 품위를 지키게 해준 일 등은 평생 잊지 못할 가르침이다.
D는 또 라운드 도중 이런저런 농담으로 긴장을 풀어줬고, 홀 컵을 훌쩍 지나가는 퍼팅 미스를 할 때는 “비빔밥에 밥보다 고추장이 많네~”라며 우스개 소리를 던져 자칫 딱딱해질 뻔한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어줬다.
5. 아내의 고마움이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어릴 때부터 운동 신경이 발달해 골프 입문을 늘 꿈꿨지만 가정 경제를 위해 꾹 참고 있는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럼에도 새벽 골프 때는 내의를 챙겨주고 아침밥도 든든하게 챙겨줬다.
“내 친구는 남편을 골프장까지 데려다주는데 이 정도야 뭐~”하면서 즐겁게 운동하고 오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이런 고마운 분들에게 연말을 맞아 가만 있으면 안되겠죠. 감사함을 표시하는 방법은 네가지 정도 됩니다.
첫번째는 문자나 카톡으로 인사를 하는 겁니다. 형식적인 인사치레여서 별 감동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두번째는 모바일 상품권으로 커피나 케이크를 선물하는 겁니다. 소액이지만 받는 기쁨은 ‘고액’입니다. 세번째는 식당으로 초대해 근사한 식사를 대접하는 거죠. 상대방이 너무 고마워하겠죠.

연하장은 문자· 카톡보다 감동 10배 이상
네번째는, 비용은 거의 들지 않지만 위의 세가지보다 훨씬 더 감동을 주는 이벤트입니다. 문방구점에서 연하장을 구입, 직접 감사 문구를 써 우편으로 보내는 겁니다. “초간편 시대에 웬 흘러간 뽕짝 스타일?”이냐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들도 있을겁니다.
또 연하장을 사고, 집 주소를 확인하고, 우체국에 가는 일이 귀찮기 그지 없죠. 하지만 보내는 이의 정성이 듬뿍 담겨 있는 만큼 문자나 카톡으로 이모티콘 보내는 것보다 감동은 10배, 20배입니다. 저는 젊은 시절엔 판화로 직접 연하장을 만들어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자신을 도와준 이들에게 보답을 하면 내년에는 곱절로 감사함이 돌아오지 않을까요?^^ 물론 보답을 바라는 계산된 대접이 되어서는 안되겠죠.
삭막하고 어수선한 세상살이에 한번쯤은 위의 네가지 이벤트중 하나를 곁들이면 한해를 넉넉하고 푸근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