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박 스틸, 그녀가 7월에 온다

미셸 스틸 주한 미국 대사 지명자가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 상원에서 열린 인준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셸 스틸 주한 미국 대사 지명자가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 상원에서 열린 인준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인준청문회 무리없이 통과 미셸 박 스틸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거래적 외교를 전면에 내세웠으나, 과거 미국 정치 무대에서 보여준 극우 이념과 월남 가족 이력에 기반한 대북 강경관은 부임 후 한국 정부의 유연한 외교를 제한하는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 통상 분야 상호주의 강조 그는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를 겨냥한 농산물 장벽 해소와 상호주의를 강조했다. 특히 미 전쟁부와 상무부가 참여하는 고려아연의 11조 원 규모 테네시주 투자 건이 청문회에서 다뤄줬다. 트럼프 2기 외교가 미국의 자국 실리 및 지역구 비즈니스와 밀착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7월 부임 가능성 커 이르면 7월 중순 부임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통상 압박과 대중국 기술 유출 통제 등 경제와 안보를 묶은 미국의 전방위적 요구가 예상되므로, 이에 맞서 국익을 지켜낼 정교한 방어 논리와 실용적 외교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미셸 박 스틸 주한 미 대사 지명자가 7월 중순, 전방위적 ‘한국 압박 보따리’를 들고 올 가능성이 커졌다.

미 의회의 인준 청문회 절차를 마친 스틸 지명자는 예상과 다른 실용적 발언들로 ‘지명 철회’의 빌미를 거의 주지 않았다. 우리 정부로서는 ‘아그레망 거절’ 등 외교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공간이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문회장에서 보여준 정교한 실용주의 발언으로는 향후 행보를 가늠할 수 없다. 그동안 미국 정치 무대에서 보여준 행보는 철저히 극우 이념에 기반해 있었다. 특히 월남 가족이라는 정체성에서 비롯된 완고한 대북 적대관과 한국 내 특정 정치 흐름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해 온 이력은 외교가에서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청문회에서 이념적 색채를 빼고 ‘거래적 외교’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인준 통과라는 당면 과제를 위해 계산된 행동으로 보인다. 그의 외교 배낭에는 철저한 트럼프식 ‘거래적 외교’ 청구서가 가득할 전망이다.

미 상원 청문회, 통상·안보 전방위 압박 예고

스틸 지명자는 지난 20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열린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 위협 대응을 위한 “한미일 3국 간의 매우 강력한 동맹(alliance)”을 강조했다. 제임스 리시 상원 외교위원장이 북한의 위협 고조에 따른 견해를 물은 데 대한 답이었다.

통상적으로 쓰이는 ‘협력’이나 ‘공조’를 넘어선 이 발언은 한미일 군사 결속을 강하게 밀어붙이려는 미국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한국과 일본은 동맹관계가 아니며 한미일 동맹 역시 실체가 없다.

미국 입장에서 직접적 위협 대상이 북한인지에 대해서도 상원 외교위원장과 스틸 지명자는 시대착오적 입장을 보였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신국가안보전략(NSS)에서 중국을 잠재적 적대 세력으로 규정한 반면, 북한을 위협 세력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스틸 지명자의 시선은 여전히 과거의 대북 적대 정서에 강하게 묶여 있는 모양새다. 개인의 성장 배경과 극우적 이념이 투영된 이 고착화된 안보관은, 부임 후 한국 정부의 유연한 외교적 선택지를 좁히고 역내 긴장을 불필요하게 고조시키는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경제가 맞물린 ‘고려아연 대미투자’의 행간

경제 분야에서는 더욱 구체적인 요구가 쏟아졌다. 스틸 지명자는 한국의 500억 달러 이상 대미 무역 흑자 상황을 짚으며 농산물 무역 장벽 해소를 요구했다.

아울러 3,500억 달러 규모의 한국 대미 투자 이행 과정을 투명하게 살피고, 쿠팡 등 한국 내 미국 기술 기업이 차별받지 않도록 동등한 대우를 요구하겠다는 확약도 남겼다.

이 대목에서 금융감독원의 회계감사에 이어 최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특별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의 대미 투자 관련 발언이 구체적으로 등장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12월 미국 테네시주에 총 11조 원을 투자해 방위·첨단산업에 필수적인 전략 및 핵심 광물 통합 제련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민간 투자가 아니라 미국 전쟁부가 백기사로 나서고 상무부가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할 만큼 미국의 국가 안보 공급망과 직결된 대형 사안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최고경영자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배임’ 시비가 맞물려 있다.

청문회장에서 테네시주 지역구 의원인 빌 해거티 상원의원이 고려아연의 핵심 광물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자, 스틸 지명자는 전폭적인 지원을 확약했다. 이는 트럼프 2기 외교가 철저히 ‘지역구 비즈니스’ 및 미국의 안보 자산 확보와 밀착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국내 세무조사나 배임 논란이라는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치권은 한국 기업의 천문학적 투자를 자국 정치인의 치적으로 삼는 동시에 대사가 이를 감시·관리하겠다는 태도다. 한국의 대미투자가 늘어나는 만큼 이같은 민원성 외교가 빈번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스틸 지명자는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는 만큼, 한국 내 미국 기업도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상호주의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장 밖에서 시민단체가 전달하려 한 평화 청원서에 대해서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반대 명분 차단한 철저한 ‘상호주의’ 논리

스틸 지명자의 청문회 발언은 한국 내 극우 세력을 선동하는 이념적 발언이 나올 것이란 우려와 달리, 철저하게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적 외교’ 전략을 그대로 드러내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 정교한 실용주의적 발언들은 우리 정부에 깊은 딜레마를 안기고 있다. 국내에서 요구해 온 아그레망 거절 명분을 차단함과 동시에, 노골적인 ‘자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치 아래 대사 부임 직후부터 한미 무역 불균형 해소와 자국 기업 보호를 명분으로 거센 ‘청구서’를 들이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쿠팡 등 미국 기업 보호를 위해 내세운 ‘상호주의’ 원칙은 자유 무역의 기본 원칙을 앞세운 터라 정면 방어가 쉽지 않으며, 대미 무역 흑자와 농산물 시장 개방 요구 역시 구체적인 무역 지표에 근거하고 있어 단순한 이념적 비판이나 감정적 대응만으로는 맞서기 어려운 철저한 실용적 압박이다.

이르면 7월초 주한미대사로 부임할 듯

인사청문회가 완료된 상황에서 이제 인준의 공은 ‘의회의 두 차례 표결’ 단계로 넘어갔다. 청문회장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지명자간 눈빛과 대화를 보면 절차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가 또 거침없이 답변하는 모습에서 한국 정부의 아그레망 절차도 무리없이 끝났음을 암시했다.

이달 말에서 6월 초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표결을 거쳐, 6월 중순에서 6월 말 상원 본회의 최종 표결이 예상된다.

지명자가 단순 과반수(51표)의 찬성을 얻으면 의회 차원의 인준 절차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되고 정식 임명장을 받는다. 스틸 지명자의 한국 도착 및 부임은 빠르면 7월 초, 늦어도 7월 중순경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에게 정식으로 신임장 제정을 완료하면 외교사절로서의 완전한 지위를 인정받고, 청문회에서 예고했던 전방위적인 통상·안보 ‘청구서’를 본격적으로 꺼내 들 것이다.

부임 후 쏟아질 ‘안보·경제 청구서’ 대비 시급

우리가 마주할 미셸 박 스틸은 청문회장의 세련된 실용주의자가 아니다. 인준이라는 문턱을 넘고 나면, 자국 우선주의라는 트럼프식 ‘청구서’와 그의 가슴 깊이 내재된 극우적 이념 잣대가 결합된 거친 압박이 본격화될 것이다.

청문회에서 예고된 대로 첨단 반도체 및 AI 기술의 대중국 유출 통제, 구체적인 대미 투자 내역 증빙, 미국 기업의 국내 시장 점유율 확보 등 경제와 안보를 하나로 묶은 미국의 압박 수위는 한층 매서워질 전망이다. 전방위로 들어올 미국의 압박에 맞서 우리의 핵심 이익을 지켜낼 정교한 방어 논리와 실용적 전략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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