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부패 스캔들, 찻잔속 태풍일까

[최수정의 유럽외교전] 카타르, 이주노동자 ‘불공정 노동’ 무마 유럽의회 부의장과 정치인들에 거액 뇌물 유럽의회, 오래전부터 ‘로비 구멍’ 지적받아 각국 의원들 도덕성 들쭉날쭉...면책특권도

유럽의회 부패스캔들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에바 카일리 부의장,사진=dw.com
유럽의회 부패스캔들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에바 카일리 부의장,사진=dw.com

유럽의회 부패스캔들, 카타르 연계설

카타르 자금과 연계된 부패스캔들로 유럽의회가 시끄럽다. 벨기에 연방검찰청이 지난 12월 13일 유럽의회 의원 4명을 ‘어떤 걸프국’과 연계된 부패, 자금세탁, 범죄참여 등의 이유로 기소하였다. 여기서 ‘어떤 걸프국’이라고 하는 나라에 대해서 EU에서는 어떠한 특정한 표현도 하지 않았으나 언론들은 이 국가를 ‘카타르’라고 지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150만 유로규모의 뇌물수수사건이 터진 유럽의회. 사진=dw.com
150만 유로규모의 뇌물수수사건이 터진 유럽의회. 사진=dw.com

유럽의회 부의장 외 다수 연루

카타르는 공식적으로 이 사건과의 연루 가능성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지만, 이미 모든 언론은 카타르를 지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지금 연루된 핵심인물로 지목되고 있는 인물이 바로 에바 카일리(Eva Kaili· 44세) 유럽의회 부의장으로, 그의 행적이 ‘카타르’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회에서 그녀가 맡고 있는 업무는 알바니아 지역이다. 일견 카타르와 전혀 관계가 없음에도 월드컵 개최 전에 카타르를 방문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카타르의 노동개혁에 대해 지지발언을 하였으며, 카타르 비자면제 관련 업무 담당이 아닌데도 관련 위원회에 참석하여 찬성투표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스 출신인 에바 카일리는 유럽의회 14명의 부의장 중 한 명으로, 유럽노동좌파당 소속의 의원이다. 그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유럽의원 자격이 정지되었다. 그녀와 함께 연루된 인물로는 그녀의 파트너인 이탈리아 의회보좌관 출신인 프란체스코 지오르기(Francesco Giorgi)로, 그는 브뤼셀에서 유명한 사회당 계열 정치컨설턴트이다.

이 사건의 핵심인물로 거론되고 있는 6명 중에는 에바 카일리 부의장의 아버지인 알렉산드로 카일리(Alexandro Kaili)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국제무역노동조합연합(International Trade Union Confederation, ITUC) 사무총장인 루카 비센티니(Luca Visentini)도 검찰에 의해 구금된 상태이다. 이 기구는 카타르의 노동개혁에 깊이 관여한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벨기에 검찰은 관련 인물들의 자택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중에는 물증으로 확보된 현금뭉치들도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지난 12월 15일자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 의하면, 에바 카일리 부의장의 자택에서 약 150만 유로가 발견되었고, 피에프 판쩌리 이탈리아 의원의 자택에서도 60만 유로의 현금이 발견되었다. 에바 카일리 부의장은 돈의 출처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카타르의 불법노동문제와 EU의 비자면제 혜택

카타르는 왜 유럽의회에 로비를 시도했을까? 많은 이들이 오일 달러가 넘쳐나는 나라 중 하나로 꼽는 카타르가 부패 스캔들의 핵심국가로 지목받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부패 스캔들의 뿌리에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불법노동 문제가 있다.

원래 카타르 국적의 인구는 약 30만명에 불과하고, 카타르라는 나라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동서비스로 국가가 운영된다. 그런데 이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안전한 노동 보장, 임금의 정상지급 등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빈번해 국제사회의 문제가 되고 있었다.

그 가운데 월드컵 대회 유치와 경기장 건설을 위해 카타르 정부는 더 많은 외국 노동자들의 유입을 필요로 했다. 노동착취가 여전했기 때문에 이 문제가 외부로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지난 2017년 국제암네스티는 이미 당시 카타르의 해외 이주노동자들의 불법노동 관행에 대해 지적하며 보고서를 펴낸 바 있다. 그 때는 수면 위로 바로 올라오지는 않았다.

이 불공정 노동문제는 카타르가 26개 EU 셍겐협정국에 대한 비자면제 수혜국 리스트에 지원하면서 문제화 됐다. 지금까지 카타르 국민들은 셍겐지역 26개국에 입국하려 할 때 관광비자의 경우에도 90일 무비자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관광 무비자 입국 혜택은 국가간 민간교류협력 및 확대를 위해 매우 중요한 발판이 된다. 그러나 이번 EU 의원들의 부패스캔들로 인해 카타르의 비자면제혜택 안건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버렸다.

유럽의회책특권, 이미 예견된 부패스캔들

EU의회의 부패스캔들에 대해 우르슬라 폰데어라이엔 EU의장은 “심각한 우려 사안(utmost concern)”이라고 화를 냈다. 이외에도 충격적 자책과 한탄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에 대해 “예견된 부패”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영국 타임즈지는 “유럽의회의 부패사건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는 평가를 실었다. 유럽의회는 필연적으로 부패의 위험성이 있었으며, 이것은 유럽이사회와 달리 유럽의회 의원들에게 부여된 ‘면책특권’때문이라는 언급도 언론에서 여러차례 지적하고 있다.

유럽의회 의원들은 자신들에게 부여되는 면책특권 덕에 수많은 유럽법의 입법과정에 오가는 금전적 혜택과 편의제공을 받아왔으며, 투명성이 결여된 비정부기구들(NGO)들이 난립하는 문제도 줄곧 지적되어 왔다.

유럽의회 로비관행이 ‘맹점’...NGO도 타깃

이번 사건의 중심 인물인 에바 카일리와 함께 조사받고 있는 이탈리아 정치인 프란체스코 지오르기는 ‘면책권과의 투쟁(Fight Immunity)”라는 비영리단체(NGO)의 설립자 중 한명이다. 그리고 이번 부패사건의 중심인물 중 하나로 언급된 피에프 판쩌리 의원는 이 기구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인물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유럽의회에 대한 로비관행의 투명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에 이 NGO가 자리하고 있다.

문제는 이 NGO는 유럽의회에서 관리하고 있는 ‘투명성등록부(Transparency Register)’에 등록된 NGO가 아니라는 점이다. 유럽의회는 입법과정에 참여하여 정당한 로비를 할 수 있는 NGO를 ‘투명성등록부’에 등록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 명시된 NGO들은 자신들의 자금흐름에 관한 내용을 투명하게 공표해야 한다. 즉 유럽의회는 다양한 사안에 대해 로비스트의 활동을 허용하면서도 의회가 정한 가이드라인에 맞추어 필요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투명성이 보장된 단체에 한해 의정활동을 하는 의원들을 접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EU반부패청(Anti-fraud Agency)은 해당 사건보고서를 토대로 그리스 정부에 에바 카일리 의원 외에 유럽의회 의원 한 명까지 면책특권 포기를 요청한 상태이다. 에바 카일리는 그리스 정부가 면책특권을 포기하기 전까지는 면책특권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유럽의회 로비스트들의 불투명한 활동 이력

유럽의회가 이번 사건이 있기 전인 지난 2020년에 중국 스파이로 의심되는 인물을 유럽의회 로비스트로 활동할 수 있도록 허용한 사례가 있었다. EU옵저버(euobserver.com)의 2020년 1월 23일자 기사를 살펴보면 게하르트 사바틸(Gerhard Sabathil)이라는 전직 EU대사가 EU 대외활동서비스의 공식 로비스트로 등록된 사건이다. 이 때 그가 공식 로비스트로 등록되자, 독일 유력일간지 슈피겔(Die Speigel)은 그에 대해 “중국에 EU기업기밀정보를 넘긴 혐의로 독일 검찰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기사를 터트린 적이 있다. 그는 2015년 주한 EU대사를 역임하기도 한 인물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브루노 데토마스(Bruno Dethomas)라는 인물이 외교정가 은퇴 후 러시아 관련 로비회사로 이직한 사건도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유럽에서는 로비스트 관련 투명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있는 상황이다. 참고로 미국은 이와 유사한 인물들이 외국정부를 위해 로비활동을 할 경우 공식 등록 하도록 하는 법(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을 운영하고 있다.

유럽의회의 카타르발 부패사건을 계기로, 유럽의회 입법과정의 투명성이 향후 어떻게 개선될지 지켜볼 일이다. 또한 유럽의회의 부패사건을 보면서 면책특권에 대한 문제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그런데 유럽의회에 비단 카타르만 로비를 했을까? 중국은? 러시아는?

글쓴이

최수정 칼럼니스트

최수정 칼럼니스트는 독일 함부르크대학 법학박사과정에서 해양법을 전공하고 있다. 한국 해양수산개발원에서 11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해양환경, 국제수산규범, 독도영토분쟁을 포함한 유엔해양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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