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왜 일반인 연애까지 훔쳐보게 됐을까

[이현민의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환승연애 2’ 등 연애 예능 인기절정 이혼·동성애등 다양해지고 일반인까지 OTT시대가 ‘관음의 문화’를 발전시킨다?

티빙 ‘환승연애2’의 이나연-남희두 커플.
티빙 ‘환승연애2’의 이나연-남희두 커플.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의 ‘사랑’ 또는 ‘사랑 찾기’를 소재로 다룬 예능을 우리는 “연애 예능”이라 부른다. 지난 2014년 불미스럽게 종영한 SBS <짝> 이후, 오랜 시간 환영받지 못했던 ‘로맨스’ 소재가 2022년 바야흐로 대세 콘텐츠에 등극했다. 2017년부터 연애 예능이 기지개를 펴기 시작하였고, 2022년 현재 과히 정점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연애 예능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 하반기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티빙의 <환승 연애2>는 젊은층의 큰 사랑을 받았다. <환승 연애2>의 경우 이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티빙에 신규 가입했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콘텐츠가 매체 선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환승 연애2>가 옛사랑의 애틋함과 추억, 그 가운데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과의 썸 등 여러 마음의 깊이를 살펴보는 예능이라면, 어른들의 화끈한 연애를 보여주는 <돌싱글즈 3>는 돌싱 남녀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콘텐츠다. 또 <나는 솔로>의 경우 일반인 연애 예능의 날 것이자, 인간 군상에 대해 다큐멘터리 느낌을 담아 현실성 높은 연애 예능으로 선보이고 있다.

대다수의 연애 예능은 관찰 예능의 형식을 띠고 있고, 시청자들은 관찰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사랑을 바라본다. 콘텐츠는 TV나 OTT, 유튜브 할 것 없이 관찰카메라의 형식이 예능 판의 주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때문에 소비자(시청자)도 남의 일상을 훔쳐보는 것이 더는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어느 매체할 것 없이 관찰 예능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보니 피로감이 높고 연예인들의 관찰 예능은 이제 지겹기까지 하다.

하지만 예쁘고 멋진 일반인들의 일상, 그 중에서도 그들이 사랑하고 연애하는 내용을 예능의 주요 소재로 삼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은 콘텐츠, 제작진도 제작하기 쉬운 가성비 높은 콘텐츠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OTT 브이로그(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의 형태에는 비연예인 브이로그, 비연예인 일상관찰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비연예인(일반인)과 유명인의 경계가 모호해진 시대를 넘어, 이제는 연반인(연예인+일반인의 합성어), 인플루언서 등이 콘텐츠의 중심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 듯하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이나 출연하는 사람이 TV 방송(공중파)이 아닌 다양한 루트(매체)를 통해 프로그램을 선보이다보니, 오히려 출연료가 많이 드는 연예인보다는 연반인, 인플루언서 등의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이다. 출연료도 높고 리스크도 비교적 높은 연예인보다, 신선하고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들의 출연을 제작자도, 소비자도 더욱 반기는 추세다. 이 추세에 힘입어 최근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예능 소재 중 하나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비연예인 예능의 역습, ‘연애 예능’의 인기이다.

매체의 다양화가 연애 예능의 인기를 견인?

OTT의 등장은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매체 생태가 변화하면서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TV라는 여럿이 함께 공유해야 하는 기기의 시대를 지나, 내 손안의 기기를 통해 자신의 기호에 맞는 콘텐츠를 직접 찾아보는 시대가 된 것이다. 또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다른 장비에서 보던 콘텐츠를 다른 장소에서 이어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자신만의 디바이스로 혼자 본인이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보는데 익숙해진 대중들이 많아지면서 콘텐츠의 소비는 개별화·개인화되었다. 소비자와 제작자 모두 이러한 니즈에 매몰되다보니 자극성 높은 ‘관음의 문화’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모르는 일반인의 궁금한 일상을 훔쳐보는 재미, 남의 연애를 훈수 놓으며 함께 보는 재미, 수위 높고 자극적인 남의 연애사도 혼자 즐길 수 있는, 이른바 즐겨보는 이들에게는 ‘종합 선물 세트’와 같은 프로그램이 바로 ‘연애 예능’인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올 한해 매체를 망라하여 제작· 방영된 연애 예능만 이미 30여개를 훌쩍 넘었고, 그 중 몇 작품은 신드롬적 인기를 구가하였다. 종류도 다양하다. 주어진 상황, 인물, 연령, 직업군, 이혼 여부, 동성애까지 종류도 수 가지이다. <환승 연애2>의 경우, 지난 10월 3주 연속 예능 화제성 1위에 등극하였는데, 티빙 OTT의 이용자 수 한계에도 불구하고 <TV& OTT 통합 화제성> 차트 1위에 올랐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남다르다. 또 넷플릭스 <솔로지옥>의 경우, 국내 예능으론 이례적으로 세계 순위 TOP 5에 등극하는 등 기록을 세우기도 하였다.

연애 예능을 아예 보지 않는 시청자들에게 지금은 예능 소재 가뭄의 시대일지 모르지만, 매체의 변화가 이끌고 있는 연애 예능 트렌드는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그럼에도 다양성의 시대에 좀 더 다양한 콘텐츠들이 제작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만큼 ‘되는 콘텐츠의 편중’보다는 ‘도전을 통한 다양성’이 조금 더 요구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어쨌든 매체의 변화가 이끌고 있는 연애 예능 전성시대는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보지 않는 이들에게는 볼 것 없었던 2022년 예능판, 2023년에는 달라질 수 있을까?

글쓴이

이현민 대중문화평론가

이현민은 대중문화평론가, 한중 콘텐츠 연구자로 로앤컬쳐 대표를 맡고 있다. 중국 북경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공기관 정책연구원으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대중문화 연구의 이론과 실제를 적용하고 있다. 현재는 대학에 출강하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대중문화, 이슈로 답하다>, <입체적 한중 대중문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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