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키운 대만, 용산 전자상가 몰락한 한국
[하영균의 진화생태경제학] 산업생태계, 어떻게 만들어지고 진화하나 빛에너지→화학에너지로 만드는 광합성처럼 산업 탄생에 필요한 에너지는 ‘돈’외에도 생태계 진화시킬 환경조건들은 무엇일까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동식물들은 에너지를 갖고 살아간다.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화학에너지다. 그 출발은 태양에서 시작된다. 태양에서 비춰진 태양광을 받아서 식물이 광합성을 한다. 이때 이산화탄소와 물이 필요하다. 식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6CO2 + 12H2O → C6H12O6 + 6H2O + 6O2
즉, 광합성을 통해서 과당과 같이 단당류라 불리는 탄수화물과 산소가 만들어진다. 과당은 서로 결합해 다양한 형태의 탄수화물을 만들어낸다. 탄수화물은 태양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바꾸어서 만들어진 생산물이다. 즉 식물은 탄수화물을 만들고 이것으로 생존을 한다. 만들어낸 탄수화물을 식물은 성장을 위하거나, 후손을 위해서 저장한다. 생존에 필요한 것 이상을 생산하기 때문에 식물은 모든 지구상의 생명체에게 중요한 먹이 역할을 한다.
광합성에 필요한 환경조건
식물의 광합성 효율을 결정하는 것은, 첫째로는 태양 빛의 양이고, 둘째로는 광합성의 환경 조건이다. 이 둘에 의해서 광합성 효율이 결정된다. 태양은 핵융합을 통해 엄청난 에너지를 우주 공간으로 방출한다. 태양에서 방출한 에너지가 지구에 도달하는 것은 22억분의 1 정도라도 한다. 지구에 도달한 태양 에너지중 30%는 다시 반사가 되어 우주로 돌아가고 70%로만 태양 빛으로 비춰진다.
대단히 많은 양의 태양 빛이 에너지로 전환될 것으로 상상되지만 이 또한 극히 일부만 전환된다. 태양 에너지는 초당 42조㎉로지구에 도달하지만 초당 96억㎉만 광합성을 통해 화학에너지로 변환돼 0.02% 정도만 생명체에 에너지로 축적된다. 효율이 이렇게 낮은 근본적인 이유는 광합성 양을 결정하는 식물 잎의 넓이가 지구를 충분히 덮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위도에 따라서 태양 빛이 전달되는 것에 차이가 난다. 위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태양 빛이 줄어 들어 광합성이 힘들어진다. 반면 적도에 가까워질수록 태양 빛의 양이 많아 광합성의 효율이 높다. 육지와 바다가 서로 다른 광합성 효율을 보이는데, 육지는 해발 높이가 올라가면 갈수록 어느 지점부터 광합성 양이 줄어드는데, 태양 빛이 아니라 온도나 이산화탄소 농도와 같은 다른 환경 조건 때문이다. 이에 반해 바다는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태양 빛이 전달이 되지 않아 광합성 양이 줄어든다.
식물은 광합성을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식물의 실제 광합성 효율을 보면 95% 정도까지 태양 빛을 화학에너지로 바꾼다고 한다. 그만큼 최대의 효율을 올릴 수 있도록 진화를 했다. 빛이 들어오기 힘든 바다 속에서도 미약한 빛이라도 들어오면 그것을 받아서 광합성을 하도록 진화했다. 최근 들어 식물의 광합성 원리를 이용한 태양전지를 많이 연구하는 것도 그만큼 효율성이 높아서다.
태양 빛이 많이 들어온다고 해서 항상 광합성이 촉진되는 것은 아니다. 일정 정도 이상의 태양 빛이 들어오면 식물은 오히려 광합성을 줄인다. 최적의 광합성 온도는 영상 35도 내외다. 식물 광합성에 특정 효소들이 촉매 작용을 하는데 이 효소가 온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 효소들이 가장 작동을 잘하는 온도가 30도에서 40도 사이다. 그래서 이보다 온도가 높거나 낮으면 효소들의 반응 속도가 떨어진다.

광합성이 에너지를 만들고 생명체를 만들어
광합성 효율을 결정하는 또 다른 것은 바로 환경 조건이다. 환경 조건은 2가지로 나눠지는데 하나는 이산화탄소이고, 또 다른 하나는 물이다. 이산화탄소와 물이 만나서 과당 즉, 탄수화물이 만들어지는 광합성에서 이산화탄소가 적으면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원천이 되는 탄소를 구할 수 없고, 물이 적으면 물을 분해해 수소를 추출할 수 없다. 물이 부족한 사막에서 식물이 자랄 수 없는 이유도 바로 물이 환경 제약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가 부족해도 문제가 되기에 비닐하우스 안에서 화석 연료를 사용해 온도를 올리면서 이산화탄소를 제공해준다. 이산화탄소는 공기 중에 있고 물은 땅 속에 있다. 물속에서 자라는 수중 식물들은 물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를 이용해서 광합성을 한다.
식물은 세포 활동을 하기 위해서 당분, 즉 탄수화물을 저장한다.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진 당분은 식물체 전체에 있는 세포들에게 전달되고 세포안에서 당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다. 광합성을 ‘명반응’, 세포호흡을 ‘암반응’이라고 하여 주기적으로 에너지를 얻는다. 생명체가 다양한 진화를 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되는 것이 바로 광합성 과정이다.
이 과정이 있기에 지금 지구상의 생명체들이 탄생했고 생태계도 만들어졌다. 지구 초기에는 공기중에 산소가 없었다. 하지만 광합성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가 등장해 광합성을 했고 이산화탄소에서 산소를 만들었다. 이것이 현존하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탄생하게 된 기원이다. 광합성 작용이 현존하는 생태계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산업 생태계에서 에너지 만드는 광합성은
이 광합성과 같은 현상을 산업 생태계에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자연 생태계가 에너지 즉 태양 빛이 출발점이 되고 광합성 후의 탄수화물이 생명체 에너지의 근간이 되었다고 한다면, 산업 생태계 내에서는 돈이 바로 그 역할을 한다. 화학에너지가 만들어지듯 돈도 만들어져야 한다. 즉 광합성과 같은 과정이 없으면 돈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산업 생태계 내에서 다른 기업들과 연관된 기관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도 돈이다.
광합성처럼 돈을 만드는 일은 산업 생태계 내에서 어떻게 일어날까? 먼저,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서 특별한 일이 일어나야 한다. 아무 것도 없는 사막에 숲이 만들어지게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사막에 숲이 생기려면 제약요인이 해결되어야 한다. 가장 첫번째 제약조건은 바로 물이다. 그래서 물을 끌어오거나 지하수를 파서 물을 공급하기 시작해야 한다.
이처럼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와 같은 공간이 있다면, 그곳의 제약요인을 찾아서 해결해야 한다. 사람이 없으면 사람을 끌고 와야 하고 기술이 없으면 기술개발을 할 수 있는 훈련소나 교육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기술 개발에 투자할 돈이 없다면 그런 투자를 감행할 수 있는 기관도 만들어야 하는 법이다. 먼저 환경을 바꾸어주어야 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는 기반이 생긴다. 기반만 만들었다고 해 산업 생태계가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실제 조성된 환경 기반을 가지고 돈을 만들어 내는 공정이나 비즈니스가 이루어져야 한다.
돈이 만들어지면 사업모델이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생각할 것은 환경 기반을 근간으로 돈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즉 사업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때 주의할 것은 고도화된 사업모델로 다른 지역에서 충분히 검증이 되었으니 이것만 이루어내면 문제없다고 생각해선 안된다는 사실이다. 지역과 산업마다 그 수준에 맞는 사업모델이 따로 있다. 대만에서는 조선산업이나 자동차산업이 성장할 수 없었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해도 경제성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 그런데 TSMC와 같은 거대한 반도체 회사가 탄생한 것은 대만의 컴퓨터 및 전자산업이라는 환경 조건이 조성되어 있었던 덕분이다. 초기 광합성은 시아노박테리아와 같은, 작지만 수많은 단세포들의 광합성에서 시작했다. 이처럼 환경 조건이 된다면 그 속에는 그 환경을 기반으로 하는 중소업체들이 많이 탄생한다.
그들은 서로 경쟁을 하는데 최적의 경제성을 가지는 기업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망하거나 흡수된다. 이를 통해 특정 지역에 특정 산업의 생태계가 조성되게 된다. 조성된 산업 생태계는 다른 지역에 있는 산업 생태계와 또 경쟁해 그 속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기술과 노하우가 이전되고 다른 지역의 산업 생태계도 흡수한다. 즉 초기 생태계가 진화를 해 크고 거대한 산업 생태계로 발전을 하는 것이다.
산업생태계를 진화시켜야 한다
산업 생태계의 진화는 생태계 내 기업들 간의 경쟁과 통합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 끝나지 않고 유지·발전하려면 기업만이 아닌 기관들도 생겨야 한다. 산업 정책을 지원하는 연구 기관, 금융을 지원하는 기관, 인재를 길러내는 기관, 물류를 담당하는 기관이나 기업, 플랫폼 기업이나 언론사 등등. 이런 기관들이 지역 산업생태계 내에 자리를 잡고 산업내의 에너지 순환 즉 돈의 순환이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직접 생산해서 만들어낸 산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유통하고 더 높은 부가가치를 이룰 수 있는지를 지원하는 기관들이 탄생해야 하는 법이다. 자연 생태계 내에서는 식물이 광합성을 하지만 식물을 먹고 사는 초식 동물, 그 초식 동물을 먹고 사는 육식 동물들도 있다. 이들은 직간접적으로 식물의 성장과 번식에 유리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직접적인 생산에 관여하지는 않지만 그 생산기업을 기반으로 부가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기관이나 기업들이 있어야 한다. 자연계 내에서 식물이 아닌 동물이 탄생한 것도 식물의 진화를 통해 탄생했듯이, 직접 돈을 만들어 내는 생산 기업은 아니지만 기관들의 탄생도 바로 이와 비슷한 이유가 있다.
용산 전자상가가 몰락한 이유
기관들이 생산기업보다 과도한 에너지 사용, 즉 돈을 사용할 경우 오히려 기업들이 위축되고 축소된다. 마치 숲에 있는 식물을 메뚜기 떼가 갉아먹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돼 숲의 생태계가 망가지는 것과 같다. 부가서비스 기관들이 산업 생태계의 조력자가 아닌 주인이 되려고 하는 순간, 산업 생태계는 몰락한다.
의외로 그런 식으로 지역 산업 생태계가 망해서 그 지역의 산업이 다른 지역이나 나라로 떠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자연에서 식물과 동물이 상호 균형을 이루고 있듯이 산업 생태계 내에서도 생산 기업과 부가 서비스 기관들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야 산업 생태계가 유지·발전한다.
정책기관들은 이런 균형을 찾아 산업 생태계의 발전단계에 맞는 정책이나 기관 육성을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일시적으로 지역 산업 생태계가 융성하더라도 오래가지 못하고 몰락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용산 전자상가의 경우다.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전자상가들이 용산으로 이전했고 한국의 중요한 IT 관련 하드웨어를 제공하던 역할을 했다. 하지만 자생적으로 이루어진 이 상가들이 인터넷 환경변화에 적응을 하지 못한 채 그만 성장을 멈추고 말았다. 그때 적절한 IT 관련 정책이나 지역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려는 정책이 제대로 역할을 했다면 아마도 용산 전자상가는 뿌리를 내리고 한국의 IT메카가 되었을 지 모른다.
기반이 튼튼하다고 해 산업 생태계가 유지·발전되는 것은 아니다. 산업 생태계의 발전 단계에 맞는 기업들의 기술 수준과 부가 서비스 기관들의 지원이 결합되어야 한다. 분명 그 속에는 돈이 돌아야 하지만, 돈이 돌고 있을 때 준비하고 발전시키지 못하면 결국은 그 산업 생태계가 몰락하고 마는 법이다.
산업 생태계도 결국 최종 소비자들이 제공하는 돈에 의해서 움직인다. 즉 에너지에 의해서 움직인다. 산업 생태계의 초기에는 돈도 적고 기업들도 적다. 하지만 기업들이 늘어나고 산업이 확장되기 시작하면 급속도로 성장한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성장률이 낮아져 안정기에 들어가게 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상품이 탄생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 그럴 때 부가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 기관들이 등장해서 지원해 주어야 한다. 즉 성숙기 시장에 부가 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이때부터 그 지역 산업 생태계가 몰락하기 시작한다. 이유는 더 이상의 높은 부가가치를 지역 산업 생태계 내에서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산업 생태계도 진화를 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어야 유지·발전하는 원리 때문이다. 식물이 끊임없이 진화하여 광합성 효율을 극단적으로 높였던 이유도 알고 보면 개체의 생존과 종의 유지 발전을 위한 것이었듯, 산업 생태계 내의 기업과 기관들도 동일한 목적으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결국은 그 지역 산업 생태계는 몰락하고 말 것이다.
만일 지금 지역의 산업 생태계가 유지·발전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면 진단을 해봐야 한다. 산업 생태계의 발전 단계가 어떤 수준이며, 필요한 처방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몰락을 막을 수 있다. 그것을 먼저 깨닫는 기업과 정부 기관이 산업 생태계를 다시 활성화시키게 된다. 지역 산업 생태계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아무리 중요한 국가 산업이라고 해도 결국은 지역에 뿌리를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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