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송혜교의 ‘주름진 얼굴’ 너머
[이현민의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드라마가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학폭을 고발하는 ‘더 글로리’에 대해
학교 폭력을 정면으로 다룬 <더 글로리>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여자 연예인 중 한 명으로 평가되는 ‘송혜교’다.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인기스타로도 손색이 없고, 드라마는 물론 해외의 저명한 감독들과 찍은 영화도 다수 호평받았다. 하지만 한류 스타라는 이미지는 그녀를 ‘연기자 송혜교’ 보다는 ‘스타 송혜교’에 초점 맞췄다. 단조롭고 또박 또박하게 내뱉는 대사처리에 그녀의 연기는 발전이 없다는 꼬리표가 줄곧 따라붙는다. 그녀의 틀에 박힌 연기 스타일, 연하 남성 주인공들과의 로맨스 등은 그녀를 향한 부정적인 여론을 대표한다. 하지만 송혜교는 끊임없이, 묵묵히 작품활동을 하며 논란들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인지 드라마 <더 글로리>는 그녀에게 조금 색다른 도전처럼 느껴진다.
넷플릭스를 통해 2022년 12월 30일에 첫 공개된 <더 글로리>속 송혜교의 모습은 어쩐지 비주얼 배우의 타이틀을 조금 내려놓은 듯 보인다. 예민하게 마른 ‘문동은(송혜교 분)’, 상처로 얼룩진 36세 여성의 삶을 표현하기 위해 얼굴의 자연스러운 주름을 어떠한 보정도, 진한 메이크업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내보이고 있다. 넷플릭스가 공개한 <더 글로리>의 예고편만 본 사람들의 입에서 “이제 송혜교 많이 늙었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어쩐지 그녀의 도전(?)은 성공적으로 비쳐진다. 드라마를 본다면 그녀가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더 글로리>는 해외 시청 순위와는 별개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송혜교의 연기 변신, 김은숙-송혜교와의 만남이라는 키워드를 넘어, ‘학교 폭력’과 ‘복수’를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삼으면서 잔인한 현실에 복수라는 판타지를 얹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일각에서는 극중 문동은이 당한 학교폭력이 실제 청주 모 중학교의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그만큼 드라마보다 더욱 잔인한 현실에 “드라마 보기”가 여가활동이 아닌 고통스러운 숙제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만큼 <더 글로리>가 묘사한 잔혹한 현실은 드라마를 보는 재미보다는 현실 같은 고통을 배가시키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학폭 연예인 폭로전으로 연예계가 시끄러웠다. 상당수의 연예인들이 학창시절 행한 범죄에 발목이 잡혀 연예계 활동을 중단하거나 작품에서 강제 하차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 중 일부는 지금도 소송 중이거나, 혹은 진실을 밝히는 중이라며 은근슬쩍 활동을 재개했다. 해당 연예인들의 팬을 중심으로, 학창시절의 치기를 지금에야 폭로하고 고통 주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처사라며 해당 연예인을 감싼다.
연예 비즈니스라는 것이 수많은 사람들의 공과 노력이 한 명의 스타를 향해 집중되다 보니, 이러한 불미스러운 꼬리표는 많은 이들에게 직·간접적인 피해를 준다. 하지만 ‘치기’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범죄가 오랜 세월 피해자들의 가슴속 멍에로 자리한다는 것을 안다면, 또 지금의 물질적 피해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고통이 피해자의 몸과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을 생각한다면 단순한 ‘치기’라 말장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김은숙 작가는 “아픔” 정도로 막연했던 피해자들의 고통을 이번 드라마를 통해 세상에 알리고 있다.
드라마는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나?
<더 글로리>의 인기가 고공행진하면서 파트2로 나뉘어진 넷플릭스 공개 시기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다. 강한 흡입력으로 한 번에 몰아볼 수 밖에 없는 스토리 구성인데, 이제 막 박연진(임지연 분)에 대한 복수에 시동을 거는 시점에 넷플릭스의 이른바 “쪼개기 전략”은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파트 2는 오는 3월에 공개 예정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아이들의 3월 개학 시즌에 맞춘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이어진다. 이 추측이 맞다면, <더 글로리>가 청소년 관람불가이긴 하지만, 드라마가 사회적으로 이슈몰이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이용해 학생들에게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더 즉각적인 메시지로 전달하고자 하는 제작진의 계산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드라마의 메시지가 가진 폭발력은 크다.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으로 시작되는 수많은 사회 문제들을 전방위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가해자-피해자-방관자의 관계, 돈에 움직이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 교회의 부조리, 사회에 만연한 갑질 등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비교적 촘촘하게 다루고 있다. 이야기의 큰 틀만 바라본다면 ‘학교폭력’과 ‘복수’ 두 단어로 설명할 수 있지만, 그 속에는 이것이 가능 또는 불가능하기 위한 수많은 관계와 사건들이 얽혀있음을 보여준다. 너무 사실적이고 적나라해 감추고 싶은 현실, 드라마가 표현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어둡지만 반드시 마주해야 할 단면은 대중 각성을 위한 메시지를 가진 드라마(예술)가 왜 탄생해야만 하는지 말해주는 것 같다.
<더 글로리>의 공개 이후, 수많은 매체와 시청자들은 한 목소리로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는 “학교폭력은 나쁜 것이다”라는 단순 명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교폭력으로 말미암아 피해자들이 평생동안 정신적·신체적으로 어떠한 형태의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지 보다 상세하게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폭력을 바라만 본 수많은 이들이 “방관자”라는 이름으로 사건에 연루되어 있고, 결국은 우리 모두가 “공범”일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더 글로리>는 드라마가 사회에 어떠한 방식으로 가장 효과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 고민하는 드라마임이 분명하다. <더 글로리>에 대한 상세 리뷰는 드라마가 완결된 후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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