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탄지경 민생...”물가지원금 추경” 해야

[송두한의 판을 바꾸는 금융]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 민생경제 ‘보편인상후 선별지원’이 위기 본질 전국민 지급 물가지원금 9조원 편성을

전기, 가스, 수도 요금 뿐아니라 지하철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 인상이 기다리고 있어 중산층·서민의 삶을 직접 위협하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전기, 가스, 수도 요금 뿐아니라 지하철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 인상이 기다리고 있어 중산층·서민의 삶을 직접 위협하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경제 상황에서 민생경제의 밑장을 무너뜨리는 정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진 후 국민적 반발이 커지자 윤석열 정부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민생 물가대란의 주범인 공공요금 인상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며 그 강도와 범위를 더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전가수(전기·가스·수도)에 이어 버스, 지하철, 택시 등 공공물가 상승이 민생경제를 파국으로 몰아넣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사태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민생부채도 금융충격에 좌초될 위기에 직면해 있다. 현재로선 부채발 민생위기는 시간의 문제로 보인다.

특히 현실로 다가온 미분양발 부동산 버블붕괴는 전세난민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민생경제를 금융위기로 진단하고 특단의 민생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결코 파국으로 치닫는 위기 국면에서 탈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는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되 민생재정을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곳간지기’ 관료들의 캠페인일 뿐이다. 이들은 법인세 인하, 공공요금 민영화, 다주택자 중과 폐지 등에 관대하면서도 민생현안에 냉혹했다. “긴축을 통한 민생경기 부양”이라는 탁상공론 경제학이 현실화되는 중에, 민생경제는 각자도생의 바다에서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정부가 제출했던 올해 예산안을 통해서 정부의 민생긴축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강퍅한 지를 이미 경험했다. 믿기 어렵겠지만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올해 20.7조원에서 15.1조원으로 무려 5.6조원 삭감되었다. 이 돈이면 대한민국 전·월세 청년 200만명에게 1년간 매달 23.4만 원의 주거급여를 지원할 수 있다. 또는, 전체 미분양 6.8만 호의 27%를 매입해 무주택자에게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는 돈이다.

그동안 지속 가능 사업으로 추진해온 지역화폐 예산도 정부 예산안에서 통째로 사라져버렸다. 정부의 지역화폐 예산은 2021년 1조 522억 원에서 지난해 6050억 원으로 반토막 냈다가 올해 예산은 3525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다시 41% 줄였다. 자영업자의 버팀목인 지역화폐 예산을 이토록 줄이면서도 민생경제가 지켜질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때문에 민생위기를 타개할 대안으로 민생재정 ‘추경’ 편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 물가지원금, 코로나부채 대책, 공공주택매입, 지역화폐 확대 등을 담은 대책이 있어야 한다.

먼저, 윤석열 정부는 여러 가지 민생현안 중에서 ‘공공물가 대란’ 사태를 첫 번째 정책 실패로 인정해야 한다.

중산층·서민 타격할 공공물가 대란

지금의 민생위기 주범은 공공 주도 물가대란 사태인데, 정책 실패의 책임은 당연히 공공요금 폭등을 방조한 정부에 있다. 전 정부, 현 정부 따질 일이 아니며 그냥 정부에 있다. 책임의 범주 역시 난방비 등의 현안에 국한해서는 안 되며, 물가상승으로 인한 국민의 소비지출 상승분까지 확대해서 적용해야 한다.

왜 그러한지 살펴보자.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5.1%를 기록했다. 지난 1년 동안 민생경제는 실질소득이 감소해 소비가 쪼그라드는 경기불황 국면을 버텨온 것이다. 여기에 공공물가 인상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난방비 대란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 예고된 공공물가 상승이 중산층과 서민을 두려움에 떨게 한다. 공공요금은 올해에 전가수(전기·가스·수도)를 타고 더 높게, 더 멀리 민생경제를 거덜낼 채비를 마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이 뒤늦게 요금 동결을 공기업과 지자체 등에 요구하고 있지만, 큰 기조에서 변화를 줄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아보인다.

애초에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계획안을 보고 있노라면, 상식을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무자비하게까지 느껴졌다. 이게 도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고, 국민에게 가격을 전가해 공공기관의 건전성을 제고하는 방안이 정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역할인지도 의문이었다. 왜 그러한 지 하나씩 살펴보자.

도시가스의 경우 지난 2022년 4차례(4, 5, 7, 10월)에 걸친 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인상분만 5.47원(메가줄당)인데 연간 상승률로 따지면 42%이며, 이는 물가상승률의 8배를 넘는 수준이었다. 올해 또다시 최대 10.4원(메가줄당)을 인상해 작년보다 2배 가까이 올리려 했다. 민생경제가 3년간 지속된 펜데믹 위기국면에서 채 빠져나오지도 못했는데, 정부는 공기업의 건전성 제고에만 매달렸다.

전기요금 인상은 더 심하다. 작년에 19.3원(kWh당)을 인상했는데, 올해 또다시 51.6원(kWh당)을 올려 지난해보다 2.7배를 올릴 계획이다. 설상가상으로, 지하철이나 전철 등 교통 요금도 줄줄이 인상하겠다고 서울시 등이 예고했다. 적자가 나면 국민에게 가격인상으로 부담을 전가시킨다는 시장 논리에 국민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이다. 이럴 거면, 굳이 정부나 공공기관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어떻게 이런 황당한 정책들이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지금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일까. 바로 관료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신자유주의 사상이 다시 기승을 부리는 것이 가장 큰 탓일 것이다.

신자유주의자 기재부 관료들에게 숙원사업과도 같은 공공기관 민영화는 여론의 벽에 부딪혀 좌절된 바 있다. 그러자 이번에는 ‘공공요금 민영화’로 방향을 선회해 시장화 작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민생의 근간이 무너져도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쌍팔년도식’ 신자유주의 악령이다. 그동안 축적해온 공공의 보편적 가치가 관료들의 천박한 시장 논리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대로 뒀다간, 현안으로 다가온 공공물가 대란이 올해부터 중산층과 서민을 집중 타격하는 구간에 진입한다는 것이다.

‘물가지원금’을 검토하자

여론이 들끓자 정부가 임시방편으로 내놓았던 민생대책은 “보편인상후 선별할인” 정책이었다. 예를 들면, 난방비 폭등으로 전체 국민의 생활이 어려워지면, 취약계층에 대한 긴급 지원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도 100만여 가구에 대한 난방비 지원이 이루어졌다. 이처럼 ‘병주고 약주는’ 정책이 지속되는 사이 나머지 2000만 가구의 중산층과 서민은 생활고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이 계층에서 아우성이 본격적으로 터져나온다.

전가의 보도인 “보편인상후 선별할인” 정책이 반복된다면, 중산층이 서민이 되고, 서민이 취약계층이 되는 것은 단지 시간의 문제일 것이다. 단언컨대, 보편적 위험을 선별로 무마하는 정책으로는 물가대란 사태를 막을 수 없을뿐더러, 나아가 백약이 무효인 민생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국민경제가 정부의 정책 실패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면, 그 충격의 강도와 정도에 따라 모두 구제하는 것이 맞다. 그 해법은 ‘긴급민생재정’ 추경을 마련하고 구체적으로 공공발 물가대란 사태를 진화할 수 있는 물가지원금을 포함해야 한다.

물가지원금을 지급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유례없는 물가상승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이로 인한 소비 충격이 내수업종 전반에 걸친 매출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차단해야 한다. 물가는 민간이 통제할 수 없는 시스템 리스크다. 정부는 물가부담을 가격 전가를 통해 국민에게 떠넘기기 보다는 이를 흡수할 수 있는 물가대책을 마련할 책무가 있다. 둘째, 지금의 공공 주도 물가대란 사태는 정부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책임의 주체인 정부는 당연히 국민의 소비지출에 편입된 물가상승분을 보전해줄 책임이 있다.

물가지원금은 크게 전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보편지급’과 하위 80%까지 지급하는 ‘보편적 선별지급’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물가지원금의 기준점은 가구당 40만원으로 추산할 수 있다. 이는 소득 1분위(하위 20%)의 월 소비지출에 대하여 물가상승분 5% 전액을 6개월간 지급한다고 가정한 것이다. ‘보편적 선별지급’은 차상위 소득계층에게 소득 1분위 기준인 40만원의 물가지원금을 동일하게 지급하는 것이다. 물가지원금을 보편으로 지급해도 소득에 따라 증가하는 소비지출 규모를 감안하면, 사실상 물가상승분을 차등 지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전체 가구에 40만원의 물가지원금을 ‘보편 지급’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물가지원금 40만원을 전체 가구에 지급할 경우 총 9조원의 민생재정이 소요된다. 만약 하위 80%를 대상으로 40만원의 물가지원금을 지급하면, 총 7.2조원의 재정이 소요된다. 정부가 자초한 정책 실패를 수습하는데 소요되는 예산으로 인식해야 한다.그리고 현 경제팀을 주도하고 있는 경제부총리를 경질해야 한다.

친기업·친자본 기조 하의 건전재정 정책은 민생재정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정부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민생재정만큼은 확장재정 범주로 간주하고, 금융위기에 준하는 특단의 민생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민생경제는 이미 예측할 수 있는 위험을 간과해 재앙적 위기를 초래하는 “회색 코뿔소(Grey Rhino)”가 되어버려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글쓴이

송두한 공정금융포럼 공동대표

송두한 국민대학교 특임교수는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NH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장을 지냈다. 미 오토바인 대학교 Visiting Assistant Professor를 역임했다. 저서는 '서브프라임 버블진단과 향후 파급효과 진단'(2007), '주택버블주기 진단과 시사점'(2012), '경영분석을 위한 고급통계학'(201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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