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잔치’ 해법, 이복현 ‘금융업 본질’ 놓쳤다

[송두한의 판을 바꾸는 금융] ‘은행 돈잔치’는 이자폭리가 본질..한은 방치 외인 지분 50%미만 제한..사회적 책임활동을 차별적 규제 혜택, 영업활동 인허가와 연계를

은행들의 성과급 잔치에 대해 강하게 질타하고 있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은행들의 성과급 잔치에 대해 강하게 질타하고 있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은행의 이자폭리가 쏘아 올린 화살이 은행 돈잔치로 번지더니 급기야 은행 독과점 문제로 급선회하는 형국이다. 종국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상한 기업의 금융시장 진입을 확대해 금리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금융시스템에 내재된 공공성 문제가 제기되니 시장성을 강화해 풀겠다고 한다.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대책은 실망 그 자체다. 은행의 인허가 단위를 쪼개는 ‘소규모 인허가(스몰 라이선스)’나 ‘소매금융 특화은행(챌린저 뱅크)’ 등을 도입해 은행간, 은행-비은행간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 대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은행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금리구조를 결정하는데 어찌 이런 방식으로 금리를 낮추겠다는 것인가? 마치 동네 슈퍼를 늘려 이마트의 가격 수준을 낮추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아류를 양산해 제1 금융권의 금리 불길을 진화하겠다는 발상은 가상하지만, 이들이 시중은행과 경쟁하는 것은 거의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운 일이다. 큰 틀에서 보면 제1 금융권과 거리가 먼 제2 금융권 시장만 키우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급할수록 기본에 충실한 접근이 필요하다. 문제의 본질은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경제 상황에서 은행들이 수익의 원천인 국민을 대상으로 팬데믹 이자폭리를 취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본질은 은행이 규제산업 임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가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팬데믹 이자폭리에 대한 답을 밖에서 찾는 것은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다. 당연히, 문제 해결의 시발점은 은행의 사회적 책임과 규제 차익을 연계해 금리충격을 흡수하는 메커니즘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금리가 지닌 공공적 가치는 은행의 금리구조 안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부채는 부채발 민생위기 트리거

2019년 이후 코로나발 경기충격이 확산되면서 민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민생경제가 구조적으로 금리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19년 이후 발생한 코로나 부채는 가계,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 민간부문 전반에 퍼져 있으며, 얼추 계산해도 900조원이 넘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구체적으로 ▲가계대출은 2019년 1505조원에서 2022년 1757조원으로 252조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을 차감한 ▲자영업자대출은 449조원에서 665조원으로 216조원 증가했고, ▲중소기업대출은 936조원에서 1381조원으로 445조원 증가했다.

민생과 직결된 코로나부채는 “양적 팽창-질적 저하” 문제가 심각할 뿐만 아니라, 금리상승시 “부채 디레버리징(자산가격 하락을 수반하는 채무조정)”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가계부채와 자영업자대출은 금리충격에, 중소기업대출은 경기충격에 노출돼 중산층과 서민을 타격할 것으로 우려된다.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민생이 어려울수록 이자이익 폭발적 증가

최근 은행이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돈잔치 논란에 휩싸인 배경은 무엇일까? 돈을 많이 번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은행들이 팬데믹 위기에 편승해 막대한 이자폭리를 취한 것이 문제다. 팬데믹 이자폭리는 사실상 은행의 공공성에 대한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5대 금융지주로 국한해 이자이익 추이를 보더라도, 눈과 귀를 의심할 정도다. 이자이익은 ▲2019년 38조원 ▲2021년 45조원 ▲2022년 49조원 등으로 2019년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매년 갱신하고 있다. 민생경제가 어려울수록 이자이익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완성된 것이다. 국민경제에 혈액을 공급하는 은행이 고혈을 짜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다.

그렇다고 이슈를 은행 돈잔치로 몰고 가는 것은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어찌 되었든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에 성과급을 더 많이 지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왜 말도 안 되는 팬데믹 이자폭리가 발생했으며, 이러한 문제를 시스템으로 녹여낼 수 있는 생산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팬데믹 이자폭리 주범은?

먼저, 정부의 문제의식은 은행의 과점체제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은행간 경쟁을 촉진해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관치에 뿌리내린 신자유주의적 발상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민생경제는 2배를 웃도는 이자부담으로 당장 깔려 죽을 판인데, 새 은행을 만들어 금리를 낮추겠다고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 정책이다.

진입장벽이 가장 높은 은행업은 신규 은행을 늘린다 해도 이들이 1금융권과 금리로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은행보다 높은 금리단층에서 제2 금융권과 경쟁하거나 특화된 틈세시장에서 영업하는 정도일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소규모 은행의 신규 진입이 은행의 금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경험한 바 있다.

팬데믹 이자폭리의 주범은 크게 3가지다. 첫째, 가장 큰 주범은 한국은행이다. 단언컨대, 가계부채를 키운 7할은 한국은행의 정책 실패이며, 잠재부실의 7할은 한국은행의 미친 금리인상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역량은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는 의미다.

한은 통화정책의 골자는 물가를 잡기 위해 다소간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가열차게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천근 같은 국민경제의 무게도 한은의 저울에 올라가면 약간의 희생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물가는 잡았을까? 한은이 금리를 올리고 있는데도 정부는 대출금리를 내리라 한다. 비상경제 상황에서 이런 수준의 정책조합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한은의 존재 이유에 대해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왜 팬데믹 이자폭리의 주범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가계부채 팽창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은 부동산 가격폭등 이전 구간인 ‘2015~2018년’ 구간이다. 이 기간에 미국은 9번에 걸친 고강도 금리인상을 통해 가계부채 발화를 조기에 진화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이 중요한 시기에 저금리 기조를 고수해 가계부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바람에 가계부채가 늘어날 대로 늘어났는데, 여기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을 추종하는 뒷북 금리인상을 단행함으로써 민생경제의 부채 위험을 증폭시켜 버렸다. 금리를 올렸는데 잡으라는 물가는 못 잡고 부채만 잡는 결과를 초래했다. 어찌 되었든, 부채를 늘린 것도 한은이고, 은행의 지표금리를 올린 것도 한은이고, 잠재부실을 키운 것도 한은이다.

두 번째 주범은 “은행의 선택적 공공기관화”다. 금리 등 이익환경이 좋을 때는 은행은 시장 원리를 신봉하는 민간 “금융회사”가 된다. 그러나 경영환경이 악화되면 세금을 투입해서라도 구제해야 하는 “금융기관”이 된다. 물론 지금처럼 금리환경이 좋을 때는 금융기관은 사라지고 민간 금융회사만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지원한 공적자금은 169조원인데 이 중 절반 이상인 86.9조원이 은행 구제에 투입된 바 있다. 아직 은행이 갚아야 할 공적자금만 해도 14.5조원에 달한다. 규제산업인 은행업은 기본적으로 공공성과 시장성이 양립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금융의 공공성은 오직 금리를 통해서만 구현될 수 있다.

은행의 공공성은 금리로 구현될 뿐

은행의 대출금리가 공익적 가치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은행의 대출금리는 크게 지표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후 우대금리를 빼서 결정되는 구조다. 지표금리는 한은의 금리정책과 연동되어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의 사회적 책임은 가산금리와 우대금리의 조정을 통해 투영될 수 있다. 따라서, 대출금리의 공공적 가치는 “은행들이 가산금리와 우대금리 조정을 통해 민생경제가 직면한 금리충격을 얼마나 흡수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농협을 포함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추이를 보자.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한은의 충격적인 금리인상이 지표금리를 끌어올려 불과 1년여만에 은행의 대출금리는 2배 이상 폭등했다. 신용대출 금리는 3.5%에서 7%로, 주택담보대출은 2.8%에서 5.4%로 폭등했다. 이 기간에 은행이 가산금리를 축소하고 우대금리를 확대해 금리충격을 완화했다면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금리 장사를 하는 사금융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자료=은행연합회
자료=은행연합회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를 보면, 팬데믹 위기 구간에서 가산금리 축소를 통해 지표금리 인상 충격을 받아낸 흔적이 전혀 없다. 금리인상이 시작된 2021년 8월에서 2022년 말까지 3.6%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가감조정이 가능한 우대금리도 1% 미만을 견고하게 유지하며 이자이익 극대화에 한 몫한 것이 확인된다. 즉, 가산금리와 우대금리에 내재된 시장성은 시중은행이 한은의 금리인상에 편승해 이자 장사에만 몰두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경제 상황에서도 은행 금리로 구현되는 사회적 책임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세 번째, 팬데믹 이자폭리 주범은 시중은행의 지배주주 문제다. 기본적으로, 금융시스템 안에서 이루어지는 은행의 대출 비즈니스는 법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일정 수준의 공공성을 지니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국민경제를 위한 자금중개 기능이 약해지고 주주를 위한 사익추구 성향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오로지 자본의 단기 이익만을 추종하는 외국인 지배주주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는 데 있다. 농협을 제외한 시중은행들은 외국인 주식보유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사실상 외국계 은행이나 다름없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70% 이상이고,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64%와 41%를 차지할 정도로 높을 뿐만 아니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팬데믹 이자폭리는 외국인 주주의 경영목적에 매우 부합하는 결과다.

우리는 이미 외환은행을 인수했던 론스타 사태, 2015년 SC제일은행의 적자배당 사건, 2018년 씨티은행의 300% 배당 문제 등 외국계 자본의 사익추구 성향을 경험한 바 있다. 최근에는 외국계 시중은행인 씨티은행의 ‘빌런 사태(소매시장 철수)’로 인해 수많은 내국인 차주들이 비자발적 채무전환에 내몰려 지금까지도 고통받고 있다. 이는 외인 주주 지배구조의 질적 개선이 선행되지 않는 한 은행의 공공성 강화는 선언적 구호에 불과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외국인이 혁신성도 없는 금융기관을 좋아하는 이유는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배당수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의 배당 실적을 보면 ▲2020년 2.3조원 ▲ 2021년 3.8조원 ▲2022년 4.4조원 등으로 팬데믹 위기 구간에서 가파르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인 자본은 단기성 투기 성향이 강해,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시장성이 공공성을 밀어내는 구축효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팬데믹 이자폭리가 외인자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세 번째 이유다.

은행의 사금융화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은?

은행의 사회적 책임은 오직 본질적 이익의 원천인 ‘금리’를 통해서만 구현될 수 있다. 은행들이 이익 일부를 사회공헌 등의 명목으로 환원하는 것도 금융의 공공성과 거리가 먼 기업의 사회적 활동에 속한다. 이익의 원천인 일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금리 상승시 가산금리를 축소하고 우대금리를 확대해 금리충격을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금리의 사회적 책임성을 평가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금리체계와 연계시켜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첫 번째 해야 할 일은 외국인 주주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과도하게 높은 외인자본 집중도를 줄이는 것이다. 은행의 외국인 지분구조는 일반 상장기업 평균에 비해 2배 이상을 웃돌 정도로 높다. 물론, 다수의 외국인이 소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영권이나 소유권 행사에 개입할 여지는 크지 않다. 문제는 외국인 점유율이 50%를 넘어서게 되면, 은행의 경영목적이 단기 이익과 주주배당에 매몰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외국인의 관점에서 보면, 은행의 사회적 책임이나 금융안정 기능은 그저 주변 변수에 불과하다. 지금의 은행업 환경이 그렇다.

적어도 제1 금융권 정도는 외국인 취득한도 제한 종목으로 지정해 외국인 주식보유 비중이 50%를 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현재 통신, 방송, 항공, 에너지 분야 등 33개 종목에 대해 외인 취득한도를 50%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사회안전망의 근간인 금융시스템이 통신이나 방송보다 덜 중요할 이유가 없을뿐더러,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은 자체가 공공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과 은행법 개정을 통해 제1 금융권의 외인 주식점유율을 50% 미만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내국인투자 활성화를 통해 국내자본의 지분 참여를 늘려나가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

둘째, 금리의 사회적 책임과 규제 차익을 연동해 은행이 금융의 공익적 가치를 경영목적에 편입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가산금리와 우대금리에 대한 사회적 책임 평가를 수행해 정부자금(금고), 차별적 규제 혜택, 영업활동 인허가 등의 평가와 연계시키는 방안이다. 금리의 사회적 책임이 클수록 영업하기 좋아지는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이 경우 은행이 자발적으로 금융의 공공성에 대한 포지션을 정하기 때문에, 정부가 굳이 금리에 직접 개입할 필요가 없다.

이를 위해 금리 및 경제 시나리오에 따라 가산금리와 우대금리가 사회적 책임을 반영하는 메커니즘을 개발해야 한다. 가산금리의 사회적 책임 평가는 지표금리 충격에 따른 금리조정, 초과 이자이익 연동 금리산정 시스템을 통해 보편적 금리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우대금리의 사회적 책임 평가는 ▲취약 차주나 한계기업에 대한 선별적 금리 우대 ▲저금리대환대출 우대금리 ▲취약 분야(자영업자, 중소기업 등) 우대금리 등 선별적 금리경감을 평가할 수 있도록 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정리하자면, 금리의 사회적 책임 평가가 높을수록 규제 차익이 발생하는 금리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끝으로, 시스템 리스크로 작동하는 코로나부채는 시장을 통해 복원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선 지 이미 오래다. 정부는 지금의 부채위기를 비상경제 상황으로 인식하고, 특단에 특단의 부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글쓴이

송두한 공정금융포럼 공동대표

송두한 국민대학교 특임교수는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NH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장을 지냈다. 미 오토바인 대학교 Visiting Assistant Professor를 역임했다. 저서는 '서브프라임 버블진단과 향후 파급효과 진단'(2007), '주택버블주기 진단과 시사점'(2012), '경영분석을 위한 고급통계학'(201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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