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존재감’ 지우는 윤석열 정부
[기획- 민주주의·리더십 포럼] 국제인식 잘못으로 ‘한국’ 존재 지우는 중 美단일 단극체제는 비현실적임을 깨알아야 국제사회서 우리 존재와 역량 재확인해야
- 2023년 3월부터 <더 칼럼니스트>는 <민주주의·리더십연구회>와 공동기획으로 [민주주의·리더십 포럼]을 진행합니다. 더 칼럼니스트는 정치학·법학·언론학·행정학·경제학을 전공하는 ‘민주주의·리더십연구회’의 사회과학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포럼을 통해 월 2회에 걸쳐 민주주의와 리더십에 관한 다양한 관점과 쟁점을 소개하여 민주공화주의에 입각한 시민의식의 확산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한국의 존재’를 지우는 윤석열 정부
윤석열 정부는 대외적으로 한국의 존재감을 지우고, 국내에서 민주주의를 지우며, 경제위기 요인을 키우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해 우리 국민에게 굴욕감을 주었다. 지난 3월 6일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배상 방법은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을 만들어 배상금을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내용적으로 가해 일본 기업이나 일본 정부의 책임이 배제되었을 뿐 아니라, 그 안은 일본 정부와 외교협상 없이 윤석열 정부 스스로 결정하고 발표한 것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해당 역사와 외교에서 주권국가 행위자로서 한국의 존재를 지운 셈이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12월 28일 인도태평양전략을 발표했다. 이것은 미국, 일본이 이미 선언하고 추진해 온 대중국 국가전략이었다. 이를 통해 한국은 미-일 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미국과 일본의 중국 봉쇄전략 최전선에 자리잡게 되었다. 한국은 한반도 긴장을 넘어 동북아 긴장의 중심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것은 미-일 동맹과 구분되는 한-미 동맹의 가능성을 배제하여 한국의 동아시아 균형자로서 가능한 지정학적 존재 의미를 지우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과학법에 의해 한국 반도체 기업은 중국 투자 및 수출 제한을 넘어 미국 정부에게 공정 및 장부 공개 가능성을 열어두게 되었다. 미 상무부장관은 지난 2월 미국이 세계에서 유일한 반도체 공정의 완결적 생태계를 확보하기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최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여기에 한국 반도체 기업 노하우가 흡수되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 핵심 요소의 미국 이전으로 한국 경제의 핵심 부문의 존재가 지워질 수 있게 되었다.
시진핑 정부는 중국인 단체여행 허용국에서 미국, 일본과 함께 한국을 제외했다. 중국인 단체여행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지만, 이 조치는 중국이 한중관계를 안보관점에서 공식화한 의미를 지닌다. 경제 측면에서 한국은 이미 작년 3월부터 대중국 무역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것은 현재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와 반도체 수출 위축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무역수지 적자지속은 외환위기의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
국내 정치에서 윤석열 정부는 검찰국가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를 지우고 있다. 대통령제의 견제와 균형 원리가 정부부처의 인사시스템과 권력기관을 검찰 출신이 장악하면서 마비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국가적 위기, 안보 비밀, 국회의 교착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묵인되지만, 검찰국가를 통해 견제받지 않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일상화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상시화 혹은 구조화는 민주주의로부터 이탈이다.

‘미국 단극체제’는 오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 전략기조의 정당화는 세계화 이후 신냉전 국제질서를 배경으로 한다. 트럼프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는 바이든 정부에 의해 구체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전략은 미국 유일의 단극 국제체제에 기초한 일방주의 성격이 강했다. 그 결과 동맹국들로부터 멀어지면서 미국이 오히려 국제적으로 고립된다는 우려를 낳았고, 이를 비판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등장했다. 그런데 반도체과학법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바이든 정부는 미국 일방주의에 기초한 신냉전 구도를 주도하고 있다. 동맹의 역량과 입지를 약화시키는 전략은 성공하기 힘든 ‘위축된 고립주의’ 전략이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바이든 정부의 신냉전 전략에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실제로 유럽 특히 독일은 데탕트 이래 탈냉전 이후까지 지속된 러시아와 협조 관계를 포기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성과없이 돌아선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앞세워 우크라이나 국제지원을 주도할 수 있게 되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중국의 대만 공격으로 연상시켜 대중국 봉쇄도 강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의 국제질서는 단순한 신냉전 구도로 보기 힘들다. 독일은 숄츠 총리의 중국 방문으로 양국 경제관계 지속을 공식화했다. 인도, 아세안, 브라질 등은 미국의 자유 민주주의 관점에 편승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군에 대한 예상을 뛰어넘는 단호한 저항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달랐던 기본적인 요인이다. 푸틴의 오판과 실패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현재의 국제정세를 규정지을 수 있는 유일한 행위자로 보기 힘들다.
국제정치학자 월트(Stephen M. Walt)의 Foreign Policy 3월 7일자 칼럼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존재하지 않는 국제 단극체제를 추구하고 있다. 미국 단극체제는 중국, 러시아 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그리고 대부분의 국제관계 전문가들도 동의하지 않는다. 탈냉전 직후 미국의 단극체제 시기에 9.11테러,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 등의 군사적 실패와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중국의 부상을 초래했다. 오히려 불균등한 다극체제에서 지역 국가들 간의 경쟁과 긴장이 세계의 균형자로서 미국에게 더 큰 기회를 제공한다. 바이든 정부의 단극체제 국가전략은 가능하지 않고 미국에게 바람직하지도 않다.

‘우리의 존재’를 재확인하는 국제전략 펼쳐야
불균형 다극체제가 단극체제보다 현실적이라면, 한국은 이에 기초한 관점의 국가전략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다극체제 요소를 배제하는 ‘전적인 편승’전략에서 한국의 입지는 축소된다. 일본이 원하는 중국과의 대립과 봉쇄는 일본에게 맡기고, 한국은 한미동맹과 동남아 연대를 기초로 중국과 상호주의적 경쟁과 협조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유럽관계를 상실한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로부터 벗어나 동북아로 평화와 발전의 기회를 모색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것은 한국 주도의 동아시아 평화와 발전으로 중국의 역내 일방주의를 견제하고 이를 미국이 후원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구도에서 한국은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내세우며 중국과 경쟁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바이든 정부는 한국의 발전국가를 채택하는 것 같고, 윤석열 정부는 중국의 공산당 혹은 일본 자민당 일당체제를 지향하는 듯한 퇴행성을 보인다.
과거의 방식으로 현재의 위협과 위기를 대비하는 것은 위험하다. 김종대 전의원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원했던 것으로 보이는 한반도 주변 미국 전략무기 전개는 베트남전 이후 활용되지 않는 과시용 성격이 강하다. 윤석열 정부는 이것을 대북억지력 강화로 스스로 위안을 삼을 수 있지만, 퇴행적 인식하에 가마솥 끓는 물로 들어가려는 윤석열 정부의 전략에서 우리는 벗어나야 한다.
21세기 한국이 냉전시대와 같이 일방적 동맹의존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최첨단 반도체 클러스터 형성은 발전국가 방식으로 우리가 세계 어느 국가보다 잘 할 수 있다. 규모는 작더라도 우리가 질적 수준을 주도하고, 미국 반도체 클러스터 형성에 윈윈 방식으로 협조하자. 한국은 대중문화에 기초한 소프트파워 뿐 아니라 국방력도 나토와 우크라이나가 협조를 요청할 정도로 강하다. 동북아에서 유일한 양당제 중심의 민주주의, 최첨단 IT기술, 유교·불교·가톨릭·기독교 공존의 정체성 국가이다. 지금 필요한 국가전략은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존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재확인하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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