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가 쏘아 올린 공: 학폭은 되돌아 온다

[이현민의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더 글로리’는 잔인하고 용서 없어 ‘열광’ 현실에서 학폭은 용서·이해 가능할까 정순신의 아들과 황영웅, 다르지 않아 ‘학폭의 복수’는 정상참작·예외 없어

학폭 혐의로 MBN '불타는 트롯맨'에서 중도하차한 황영웅.
학폭 혐의로 MBN '불타는 트롯맨'에서 중도하차한 황영웅.

‘사적 복수’가 응원받는 이유

<더 글로리> 시즌2가 3월 10일 공개되기 직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넷플릭스로 향했다. 3월 11일에는 상당수의 대화가 “더 글로리 봤어?” 또는 “더 글로리 때문에 밤샜어”로 통일될 정도였으니, <더 글로리>의 폭발적인 인기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엄청난 화제성과 완성도로 현재까지 높은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더 글로리>의 작품성과 완성도, 연기력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지는 것과는 별개로, <더 글로리>가 가진 사회적 메시지 때문에 드라마에 대한 평가와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즌 1이 학폭의 과정과 복수를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면, 시즌 2는 복수의 완성이다. 시즌 1에서는 박연진(임지연 분)을 비롯한 학폭 가해자들의 악행이 악랄하고 상세하게 묘사되었다. 악인 캐릭터의 극대화는 여타 드라마들처럼 악인에게 부여되는 서사 없이(악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환경 등), 악인 그 자체로 묘사되었다. 예를 들어 박연진의 경우, 집안의 부의 축적 과정이나 아버지의 부재 등에 대한 어떠한 구체적 묘사도 없었다. 부의 축적 과정을 예측할 수는 있지만, 그 또한 그리 깔끔한 맛은 아니었고, 악인이자 학폭 가해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악녀 그 자체의 모습이 펼쳐졌다. 때문인지 <더 글로리>는 ‘복수’ 자체에 모든 서사를 집중하였다. 복수를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상황과 설정들이 끊임없이 펼쳐지면서 문동은의 복수는 당위성을 얻는다. 동은의 처절한 복수를 응원하게 된다.

'더 글로리' 포스터. 넷플릭스
‘더 글로리’ 포스터. 넷플릭스

최근 규제와 심의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OTT 드라마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드라마 속 복수(復讐)의 방법과 결과도 점점 달라지는 추세이다. 악인에 대한 복수가 법의 심판이나 법의 테두리 안에서의 응징이 아니라, 사적인 복수가 잔인하게 용서없이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카타르시스를 얻는데, ‘용서하고 사랑하고 회개하게 하라’는 평화의 메시지가 아닌, 통쾌한 사적 복수를 통해 시원한 맛을 느끼게 하는 것이 공통적이다.

많은 이들이 <더 글로리>를 통해 이토록 통쾌한 이유는 무엇일까? 통쾌하면서도 스스로를 돌이켜 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 폭력은 반드시 가해자와 피해자만으로 양분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둘러싼 수많은 방관자와 의도치 않은 공범 등이 수없이, 또 촘촘하게 얽혀있다는 것을 드라마가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눈 감은 폭력의 모습에 누군가의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질 수 있다는 것, 가해자와 피해자 등 사건의 당사자 뿐만 아니라, 학교와 사회 모두가 이 상황을 내 일처럼 돌아보고 챙겨야 한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학폭, 동등한 잣대로 바라봐야 할 문제

<더 글로리>가 한창 이슈이다 보니, 현실 사회 속 다양한 학교 폭력의 사례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시즌1과 시즌2 공개 사이의 공백 기간에 발생한 공직 후보자 아들의 과거 학폭 사건과 트로트 경연 대회에서 우승할 뻔한 ‘황영웅’이야기가 <더 글로리>의 시너지를 받아 더욱 시끄러웠다. 두 사건은 모두 학교 안에서 발생한 폭력의 사건이고, 이를 통해 피해자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으며, 가해자는 현재 이 모든 상황들을 감내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실상은 다르지만 과정과 결말과 평가는 모두 같아야 할 “학교 폭력의 사례” 들인 것이다.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하루만에 아들의 학폭 사건으로 사임한 정순신 변호사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하루만에 아들의 학폭 사건으로 사임한 정순신 변호사

하지만 한 시사평론가는 팟캐스트에서 공직 후보자의 아들과 황영웅의 사례를 똑같이 비교해서는 안된다며, 황씨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통해 정씨 가족을 맹비난하였다. 정씨 아들의 권력형 폭력과 약자만을 골라 폭력을 가한 황영웅은 비교 대상이 안된다는 것이다. 사실상 논리를 상실한 궤변이 아닐 수 없다. 이 학폭은 가난하고 권력없는 자가 행했던 어린날의 치기이므로 용서해야하고, 이 학폭은 권력 있는 부자 아버지를 둔 자의 학폭이라 더욱 나쁜 것이니 응징해야 한다는 것인가?

모 평론가의 주장대로라면 황영웅에게 기회를 주고, 노래를 통해 사과하고 반성하게 하라는 것인데, 트로트 경연 대회 우승으로 그에게 주어질 글로리(영광)는 <더 글로리>가 세상에 내놓고자 하는 메시지와는 매우 동떨어진 결론이다. 복수를 통해 비로소 자신의 영광을 찾는 동은의 모습을 통해 학교 폭력이 그들의 일평생을 어떻게 망가뜨려 놓았는지 <더 글로리>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 글로리>에서 박연진은 자신의 가해를 반성은커녕 동은의 탓으로 돌리며 이렇게 말한다. “너희 같은 것들은 가족이 제일 큰 가해자”라고.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기억도 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알고 있다고 해도 그 원인을 피해자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이 말은 스스로에게 비수로 돌아와 연진은 자신의 모친으로부터 버림받는다. 공직 후보자 정씨의 아들도 박연진과 같은 케이스가 된 것은 확실해 보인다. 부모가 아들을 가해자로 키운 결정적 가해자가 된 것이다. 학폭에 이유는 없다. 그게 누가 되었든, 그게 언제가 되었든 모든 것은 되돌아온다는 결론 뿐.

글쓴이

이현민 대중문화평론가

이현민은 대중문화평론가, 한중 콘텐츠 연구자로 로앤컬쳐 대표를 맡고 있다. 중국 북경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공기관 정책연구원으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대중문화 연구의 이론과 실제를 적용하고 있다. 현재는 대학에 출강하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대중문화, 이슈로 답하다>, <입체적 한중 대중문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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