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여당에 ‘김건희 공천’ 이뤄질까
[박정인의 정치평론] 미리 엿보는 22대 여당 공천 시나리오(2) 부인 김건희 공천 잡음 걱정돼 ‘공천관리위원장 리스크’ 골머리 “중대선거구제 여당에 불리” 계산끝? 윤대통령, ‘과유불급’을 실천할까
①에 이어 계속
여당 총선 공천의 또 한 가지 변수는 ‘김건희 공천’이다. 실제 대통령 부인이 공천에 영향을 미칠 지는 알 수 없다. 상식적으로 그러지 않을 거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사와 관련해 대통령 부인을 둘러싼 수 많은 잡음들을 돌아보면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다. 최근에는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의 갑작스런 사직을 놓고도 김건희 인사란 소문이 돌았다. 선거는 온갖 연줄의 잔치다. 대통령 부인과의 인연을 거론하며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걸 당 차원에서 차단하지 못하면 뜻밖의 지뢰가 될 수 있다.
빈번한 ‘공천관리위원장 사고’
이런 복잡다단한 공천작업을 지휘해야 하니 공천관리위원장을 누구에게 맡길지가 중요한 숙제로 떠오른다. 마침 지난 두 번의 총선에서 보수진영은 작지 않은 공천관리위원장 리스크를 겪었다. 20대 총선 공천관리를 맡았던 이한구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진박’ 공천을 거의 제로 소통 방식으로 밀어부쳤다가 다 이긴 선거를 발로 걷어 차버렸다.
21대 총선에서는 당내 뿌리가 깊지 않은 황교안 대표가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대표 입맛에 맞게 공천해달라고 위원장 자리를 줬는데 자기 입맛에 맞게 공천을 해버리는 바람에 참담한 패배의 한 원인을 제공했다.
이런 역사를 아는 윤석열 대통령은 누구를 그 자리에 앉힐까? 당내에서는 무색무취한 원로들이 후보군에 오른다. 외부 인사를 영입한다면 검찰 출신 원로가 1순위다.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공천을 관리하는 이미지를 과시하기 딱 알맞다. 안대희 전 대법관이나 대통령의 멘토라는 정상명 전 검찰총장이 거론될 수 있다. 하지만 안대희 전 대법관은 총선에 재도전 할 거라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검찰 출신 중에 과거 총장이나 중수부장 같은 자리를 맡으면서 칼 께나 휘둘러 본 인물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오랜 만에 중책을 맡은 책임감에 갑자기 옛 실력을 발휘하려고 의욕을 보이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위원장이 욕심 없이 자리만 잘 지켜주면 모든 공천 작업은 대통령의 측근인 사무총장이 알아서 다 하는 식이 예상된다.
중대선거구제는 여당에 불리?
선거제도 개편은 또다른 변수다. 정개특위는 중대선거구제를 비롯한 선거제도 개편 방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지난 총선에 적용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손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다만 1년 남은 총선까지 선거구 제도가 크게 개편될 것 같지는 않다. 특히 중대선거구 도입은 힘들다고 봐야 한다.
여권 내부의 분석에 따르면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할 경우 여당이 과반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한다. 핵심 지역기반인 TK에서조차 선거 때마다 민주당 지지세가 30%에 육박하는 만큼 중대선거구에서 여당 후보를 복수로 당선시키기는 힘들다는 판단이다. 반면 호남에서는 아무리 복수를 뽑아도 여당 후보가 한 명도 당선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결국 여권 입장에서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 내 마당에서 남 좋은 일 시키고, 남의 마당에서는 아무 것도 건지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구도에 대한 전망이다. 먼저 여야간의 구도. 여권이 기대하는 최적의 총선 구도는 단 한가지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재판을 받으러 법원을 빈번하게 드나들면서 총선을 지휘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겐 악몽이나 다름 없다.
그 와중에 친명이 공천장을 독식하고 비명이 반발해 곳곳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여당에게는 금상첨화다. 선거에서 후보 자신의 잘못 외에는 표가 갈라지는 것만큼 치명적인 악재가 없다. 이정현 전 의원이 2014년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 깃발을 들고 전남 순천에서 극적으로 당선된 것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왔지만 결정적인 마법의 지팡이는 결국 민주당의 적전 분열이었다.

왕의 남자 Vs 돌아온 탕자
다음으로 여권 내부의 권력 구도가 있다. 대통령 5년 임기 중 마지막으로 치러지는 총선은 차기 대선의 후보 구도를 엿보는 이벤트이다. 총선과 다음 대선이 서로 가까울 때는 총선에서 당선되고 세력을 얻은 인물이 유력한 주자로 부상할 수 있다. 이번 선거는 대통령 임기를 3년이나 남겨두고 치러지기 때문에 차기가 구체화할 것 같지는 않지만 나름 무럭무럭 자라는 권력의 꿈나무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한동훈이 총선에 나선다면 그건 “앞으로 국정을 잘 뒷받침하고, 정권 재창출에도 기여하라”는 대통령의 메시지일 게 분명하다. 당선되면 초선 의원 한동훈은 3선, 4선 못지 않은 정치적 자산을 안고 여의도 생활을 시작할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새로 수혈된 초선들은 특히 그를 중심으로 줄을 서 당의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할 거라고 봐야 한다.
이준석이 사법 리스크와 정치적 방랑을 이겨내고 국회에 입성한다면 그 또한 다른 초선들과는 사뭇 다른 대접을 받을 수 있다. 비주류가 될 수밖에 없지만 비주류도 무기는 있다. 정치는 공감의 예술이다. 사랑이든 연민이든 유권자의 마음을 사는 쪽이 이긴다. ‘여당 내 야당’, ‘대통령에게도 쓴 소리하는 정치인’ 같은 표현이 흔히 등장하는 것은 권력에 맞서는 자에게 공감하는 유권자의 심리 때문이다.
한동훈과 이준석. ‘왕의 남자’와 ‘돌아온 탕자’의 대결. 흥미롭다. 여권의 속성상 대통령이 힘을 유지하는 동안 당론과 각을 세우는 자에게 당심이 기울기는 어렵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대표 경선 결과가 그런 관행을 말해준다. 하지만 분위기가 변하는 건 일순간이다. 대통령의 인기가 우하향으로 꺾이기 시작했다는 게 감지되는 순간 당심은 재빨리 다음 선택을 찾아 움직인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주류는 대통령의 남자를 중심으로 남은 3년 대통령의 국정을 힘있게 밀고 나가려고 결집할 것이다. 비주류는 그만큼 속도를 내기는 어렵겠지만 물밑에서 조용히 세 규합에 나설 게 분명하다. 여당이 큰 의석 차로 다수당이 되면 주류의 속도가 빨라지겠지만 격차가 아슬아슬하거나 과반수에 모자라면 비주류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과유불급’의 진리를 따를까
임기를 3년이나 남긴 시점에 강하고 충성심 깊은 여당을 갖지 못한다는 건 대통령에게는 치명적이다. 윤 대통령은 그래서 더욱 공천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문제는 심혈을 기울이는 방식이다. 선거는 혼자만 잘하면 되는 ‘100m 달리기’가 아니라 유권자의 마음을 사는 ‘세일즈 행위’다. 세일즈에서 중요한 것은 ‘과유불급’이다. 과하게 내 욕심만 챙기면 구매자가 짜증을 낸다. 한 명이라도 내 사람을 더 심고 싶지만 그것이 선을 넘으면 함께 망하는 결과를 낳는다. 20대 총선 새누리당의 진박 감별이 반면교사다.
당시 선거 바로 전날까지도 여론조사 결과는 여당의 압승이었다. 최경환 전 부총리가 진박 감별사로 나서고 김무성 대표가 당대표 직인을 품은 채 부산으로 피신하는 대혼란 속에서도 여론은 여당에 힘을 실어줄 것처럼 보였다. 선거 당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된 선거 전망도 그랬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투표에 들어간 유권자들의 표심은 180도 달랐다. 오만한 여당을 심판하겠다는 각오를 선거 전날까지 꼭꼭 숨겨뒀다가 기표소에 들어가서야 공개한 것이다.
모든 선거는 훗날 반면교사의 교훈을 주지만 그 교훈을 생각보다 잘 새겨듣지 않는 게 권력의 생리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총선 공천의 방향을 과유불급으로 잡을 수 있을까? 평생 검사였으니 가장 믿을만한 측근이 검사일 수 밖에 없다 해도 검사일색의 공천이라는 소리를 안 듣게 할 수 있을까?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서 마음에 안들어도 대중성을 갖춘 인물이라면 과감히 공천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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