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이 연출하는 축구, 즐길 준비 되셨나요
[축구매니아의 국대 이야기] FIFA랭킹 16·17위에게 공격 퍼부어 다시 본 ‘닥공’ 축구...클린스만호 색깔 이강인과 오현규에 대한 기대감 커져 벤투 ‘빌드 업’ 축구 바탕...더 발전하길
원정팀 경기력이 들쑥날쑥인 이유
지난 2주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기간이었다. 전 세계가 국가대표 경기 결과로 들썩였다. 유럽은 유로 예선이 치러졌다. 그러니 우리나라 상대는 아프리카 아니면 남미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뤄진 경기가 콜롬비아와 우루과이 전이다. 두 나라는 일본과 다시 상대했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팀은 대부분 일본과 경기한다. 사실 아시아 중에서 그나마 평가전 상대할 만하다고 하는 나라가 우리나라와 일본이다. 그리고 인접해 있어 시차적응에도 문제가 없다보니 한국과 일본을 한 묶음으로 해서 A매치 계획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첫 번째 경기를 하는 팀은 시차 등으로 경기력이 저하된다. 그래서 원정팀의 경우 첫 번째 경기는 성적이 좋지 않고 두 번째에서는 성적이 좋다. 대표적인 예가 1999년 한국과 브라질 경기다. 이때 우리가 1대 0으로 브라질을 이겼는데, 이것이 우리나라가 브라질을 이긴 유일한 경기다. 브라질은 다음 일본 경기에서는 우리에게 진 것을 분풀이 하듯이 엄청난 스코어차로 이겼다. 이번에는 우리가 콜롬비아와 먼저 경기를 하고 우루과이와 나중에 경기를 했다. 일본은 이와 반대다.
두 경기 성적을 보면 우리와 일본은 똑같이 첫 번째 경기는 비기고 두 번째 경기는 져 모두 1무 1패가 됐다. 결과로 보면 앞서 언급한 원정팀 징크스가 그대로 반영됐다. 우리가 먼저 경기해서 비긴 콜롬비아에게 일본이 졌고, 일본에게 비긴 우루과이에게 우리는 졌다. 그러나 결과만으로 경기내용을 평가할 것은 아니라 본다. 콜롬비아와 두 번째 경기를 끝낸 일본 선수가 노골적으로 감독에게 “J리그처럼 경기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경기를 졌다는 것뿐만 아니라 경기 내용도 불만이라는 것이다. 일본 경기를 본 것이 아니니 뭐라 말하기는 힘들지만 경기 내용이 썩 좋지 않았다는 것은 알 수 있다.

한국 국대축구, 공격 앞으로
그러나 우리 대표팀은 두 번째 우루과이에게 경기를 졌지만 경기내용에서는 큰 호평을 받았다. 정말 공격축구를 제대로 했다는 것이다. 경기지표에서도 분명히 나타난다. 점유율 55대 45, 슈팅 9대 8, 코너킥 8대 3, 파울 8대 17, 오프사이드 5대 3이다. 특히 코너킥과 오프사이드를 보면 우리가 얼마나 공세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콜롬비아전도 그렇고 우루과이 전도 그렇고 공격만큼은 대단했다. 오죽하면 콜롬비아감독이 일본보다는 한국이 더 공격적이었다고 했을까? 사실 콜롬비아전 경기지표도 우루과이 전과 비슷했으니 그럴 만 하다.
이번 우루과이 전은 월드컵 리턴매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치열했다. 마치 월드컵에서 치러진 본선 경기를 보는 듯했다. 둘 다 이기려는 마음이 컸다. 우루과이는 우루과이대로 16강에 올라가지 못한 것이 한이 됐을 것이고 우리는 우리대로 비긴 것이 한이 됐으니 이겨야겠다는 마음이 강했던 것 같다. 이런 모습은 선수교체에서도 보였다. 선수교체도 우리가 3명 우루과이가 4명이다. 평가전은 6명까지 할 수 있는데 최소 인원만 교체한 것이다. 우리는 전반 35분 미드필더 인 큰 정우영이 부상으로 교체된 것을 빼면 둘만 교체한 것인데 그 교체 모두 공격수였으니 ‘꼭 이겨야 겠다’는 열망을 보여준 것이다.
우루과이 역시 이기려는 마음이 강했다. 추가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한 우루과이 감독은 89분 선수 두 명을 교체하고 5백(back)으로 내려앉았다. 그만큼 서로가 이기려 했던 경기다. 우리는 골 망을 세 번 흔들었지만 한번은 골키퍼에 대한 파울로, 한번은 교체된 오현규의 오프사이드로 골이 취소됐다. 어쨌든 두 골 모두 꼭 골을 넣겠다는 집념을 보여줬다. 특히 두 번째 오현규 골은 왜 오현규가 셀틱의 선택을 받았는가를 보여준 골로 앞으로 조규성과 함께 원톱 자리를 놓고 각축을 할 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클린스만 감독은 “70분은 지배한 경기”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초반 고전했지만 20분 이후는 우리가 밀어붙인 경기다. 후반 60분 이후는 거의 코너로 몰아놓고 몰아치는 복싱경기를 보는 듯했다. 그만큼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사실 FIFA랭킹으로 보면 우루과이가 16위 콜롬비아가 17위다. 이런 팀에게 일방적인 공격을 퍼붓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아무리 우루과이 공격수들이 월드컵에서의 추태로 4경기 출장정지를 받아 이번 원정에 빠졌다고는 하지만 경기를 조율하는 미드필더 진은 그대로다. 그럼에도 중원싸움이 핵심인 현대축구에서 우루과이가 중원까지 밀렸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잘했다는 것이다.
클린스만 축구의 새 스타들
이게 클린스만 체제에서 치른 첫 번째 경기다. 이 두 경기를 가지고 클린스만이 어떤 스타일인가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선수도 카타르 월드컵 멤버 그대로였다. 카타르 월드컵 대표팀 명단과 비교하면 윤종규(서울)와 홍철(대구)이 부상으로 빠지는 대신 이기제(수원/1991년생)와 오현규(셀틱)가 합류했다. 오현규는 예비선수로 갔으니 한명만 교체된 것이다. 사실 3월 8일 입국한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선수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므로 카타르 월드컵에서 검증된 선수를 그대로 두고 조금씩 바꿔가는 것이 원칙이었을 것이다.
일단 그렇게 시작했다. 그래도 변화는 있었다. 제일 큰 변화라고 하면 이강인과 이기제의 기용이다. 이강인이야 최근 소속팀인 마요르카에서 부동의 미드필더로 뛰고 있으니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이기제의 발탁은 조금 의외였다. 이기제가 잘한다는 것은 리그 팬이라면 잘 안다. 다만 이기제는 1991년 생으로 나이가 만 서른둘이다.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도 오래지 않았다. 늦깍이라 할 만하다. 그리고 나이가 많아 다음 월드컵까지 기량을 유지한다는 보장도 없다. 아마도 내년 1월로 다가온 아시안 컵을 의식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이기제는 콜롬비아전 전반 24분 김진수 부상으로 교체투입됐다. 콜롬비아전 후반 연속 2골은 이기제의 실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다시 우루과이전에 기용했다는 것은 이기제의 왼발을 믿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사실 리그에서도 이기제의 크로스와 프리킥은 인정받고 있다. 그런 것이 공격축구를 지향하는 클린스만의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 감독 배려에 보답하듯 우루과이전에서 이기제의 활약은 대단했다. 첫 골에서의 어시스트 장면과 골이 취소됐지만 오현규에게 크로스를 올린 것은 우루과이 경기에서 백미였다.
앞으로 클린스만 체제에서 이강인의 활용도 매우 중요해 질 것 같다. 이강인을 보면 월드컵을 계기로 새롭게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벤투 체제에서 이강인은 중용되지 못했다. 벤투가 가장 문제로 삼았던 것이 수비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경기를 통해 그런 우려는 이제 할 필요도 없음을 보여줬다.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적극성에다가 더 세련되고 정밀해진 개인기는 왜 다른 팀에서 이강인을 데려가려 하는지를 보여줬다. 세 명이 에워싸는데도 밀집 수비를 벗어나는 장면이나, 수비수를 제치고 낮게 패스하는 장면은 골이 되진 않았지만 최고 선수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클린스만 체제에서 이강인은 공격의 핵심이 될 것 같다. 일단 콜롬비아와 우루과이전에서 손흥민은 중원에서 처진 스트라이커 역할을 했다. 괜찮았다. 이것을 보면 앞으로 손흥민이 처진 스트라이커 위치에서 자유롭게 뛰는 모습을 많이 볼 것 같다. 그렇다면 이강인의 자리는 어디일까? 지금 황인범의 자리는 확고하다. 그리고 두 경기에서 보인 황인범은 이전보다는 더 발전한 모습이다. 우루과이 중원을 데리고 놀았다고 할 만큼 성장했다. 그러니 감독은 행복한 고민을 할 것이다. 두 공격형 미드필더를 놓고 같이 쓸 것인가 아니면 지금처럼 황인범은 공격형으로, 정우영을 수비형으로...
그때 이강인의 위치는? 그래서 이번에는 윙어로 기용했다. 그런데 사실 우루과이전 후반을 보면 그렇게 고정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손흥민이 좌측으로 빠지는 경우가 잦았다. 한마디로 전형적인 윙어라기 보다는 손흥민과 자유롭게 위치를 바꿔가며 중앙으로 자주 들어왔다. 이런 자유로운 움직임 덕에 우루과이 중원들이 우왕좌왕하게 돼 우리가 후반전 내내 경기를 지배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 각자에게 조금 더 자유로운 움직임을 가지라고 지시한 것 같다. 앞으로 이런 모습을 자주 볼 것 같은 느낌이다.
선수들 잘 키워놓은 벤투 감독
클린스만이 그랬다. “4대 3으로 이기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예전 전북 최강희 감독시절 유명했던 ‘닥공’ 즉 ‘닥치고 공격’을 보는 듯했다. 그런 덕에 FIFA랭킹 16, 17위 팀을 데리고 놀 수 있었다. 비록 우루과이 전에서 지기는 했지만 참 즐거운 경기를 봤다. 어쨌든 이전 벤투보다는 공격지향적일 것은 분명하다.

지금 대표팀이 이런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전임 벤투 감독 덕이 아닌가 생각한다. 벤투 감독은 빌드업 축구를 지향했다. 철저하게 패스로 전진공격을 만들어간다. 월드컵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강팀과 붙는데 그런 것이 먹힐 것인가를 이야기하며 플랜 B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벤투는 월드컵 본선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이렇게 맞장 뜨는 경기를 하면서도 대등한 경기 이상을 했다. 그것을 본 클린스만감독이 자신을 가지고 공격지향적 전술을 펼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앞으로 이런 경기를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이번 경기에서 특별히 언급할 두 선수가 있다. 앞서 언급했던 오현규와 김민재다. 오현규는 콜롬비아 전에서도, 우루과이 전에서도 교체로 출천했다. 그렇지만 짧은 시간이었지만 강열한 인상을 남겼다. 무엇보다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고, 공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였다. 그리고 원톱이 가져야 할 등을 지는 능력에서도 경쟁력을 보였다. 무엇보다 취소됐던 골을 넣은 장면이 인상적이다. 오프사이드로 취소되긴 했지만 수비를 등진 상태에서 센터링된 공을 컨트롤해서 슛까지 하는 일련의 모습은 스트라이커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현규는 2001년 생으로 현재 22살이다. 앞으로 어디까지 성장할 지 궁금하다.
김민재에 대한 아쉬움
두 번째 언급할 선수는 가장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김민재다. 나폴리에서 보여준 모습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선수가 김민재였다. 그런데 실망이 크다. 이전과 같은 컨디션이 아니었다. 후반전에 가면 체력이 떨어져 달리는 능력이 떨어졌다. 어쨌든 콜롬비아 전에서 첫 골은 김민재의 실수 때문에 나온 것이고 두 번째도 김민재의 수비 위치가 문제가 될 수 있는 골이다. 우루과이 두 번째 골은 김민재가 태클 실패로 프리킥을 준 것이다. 이런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던 김민재가 아니었다.
그러나 경기 후가 더 문제였다. 해서는 안 될 말을 해서 구설수에 올랐다. 자기 스스로에도 만족할 수 없는 경기를 했으니 답답한 마음에 그랬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두 경기는 평가전이다. 평가전에서는 실수해도 된다. 무엇보다 어떤 실수든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을 계기로 앞으로는 더 성숙한 김민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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