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폭력물을 자체 등급심의한다면?
[이현민의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범죄도시’는 왜 ‘15세관람가’였을까 OTT업체 자체심의, 부작용 우려돼 ‘물의’ 연예인들 꼼수로 출연 못막는데.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라는 말이 있다. ‘전편만한 속편이 없다’는 뜻으로, 흥행, 성과, 작품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속편이 첫 작품을 넘어서기 힘들다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다양한 작품들이 이 속설(?)을 증명하였다. 하지만 지난해 영화 <범죄 도시 2>는 이러한 징크스를 불식시키며 1천만 관객 동원이라는 쾌거를 이루어내었다. 1, 2편의 잇따른 흥행으로 <범죄 도시>는 8편까지 제작 계획이 이미 세워졌다고 하니, 이 영화가 한국 영화계에 남긴 상징성과 인기를 가늠해볼 수 있다.
이 영화의 인기와는 별개로, <범죄 도시> 시리즈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것이 있다. 바로 잔인성과 폭력성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성인들이 보기에도 폭력적이고 욕설이 난무했던 <범죄 도시>가 1, 2편 모두 15세 관람가 등급으로 개봉되었다는 점이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다양했다. 수위를 잘 모르고 15세라는 말만 믿고 어린 자녀(부모를 동반한 초등생)와 영화관을 방문한 사례도 속출했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아찔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국내외 사업자 구분 없이, 유료로 제공하는 모든 영상물에 대해 등급 분류를 거쳐야하는 법적 근거가 있다. 윤리성과 공공성의 목적을 바탕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유해 영상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일 것이다. <범죄 도시>가 어떠한 경위로 15세 등급을 받게된 것인지는 명확지 않으나, 영상물에 대한 등급 심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OTT 자체등급분류제도 시행 초읽기, 명과 암은?
최근 넷플릭스 등 OTT 자체등급분류제도가 시행 초읽기에 들어가며, 사업자 접수를 시작했다. 심사를 거친 뒤 5월말 통과한 사업자에 한해 자체등급분류가 가능하게 되었다. ‘자율성이 확대된다’는 기대 속에 콘텐츠 사업의 다양한 변화가 전망된다. 그동안 콘텐츠 등급 심사에 대한 말이 많았다. 특히 수 일이 걸리는 등급 심사가 콘텐츠 업계의 성장을 방해하고, 까다로운 등급 기준이 콘텐츠의 유연성을 막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등급 분류 기간이 길어 콘텐츠의 즉각적인 유통과 소비를 방해하여 해외 시장 공략에 지장을 준다는 의견이 속출했다.
OTT 콘텐츠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면서,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업무에 과부하가 걸린 것도 사실이다. 또한 자체등급심사가 가능해지면서 10여일의 심의 소요 기간이 사라지고, 업계에서 곤란해했던 해외 동시 서비스 문제가 해결되는 등의 이점도 많다.
그럼에도 명확한 기준을 통해 진행되어온 유료 영상물에 대한 등급 결정을 콘텐츠의 빠른 유통 필요성 등의 이유로 건너뛰고, 이제는 업계의 자진 등급 분류에 맡긴다고 하니 우려가 앞선다. 영등위에서는 이에 대해 자체등급심사를 마친 영상물에 대한 사후 심의 등 관련 우려들에 대한 대책을 준비했다. 하지만 쏟아지는 사후처리로 자칫 이미 문제가 생긴 콘텐츠들에 대한 후속 조치가 어려워지진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OTT 시장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콘텐츠의 범람은 많은 이들에게 넓은 선택의 폭과 빠른 즐거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OTT 콘텐츠의 무분별한 방영과 시청이 국가와 사회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 또한 많은 연구와 사례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때문에 자체등급분류는 분명한 명과 암이 존재한다.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발생할 수 있는 ‘득과 실’이 국민 전체에게 어떠한 영향과 결과를 초래할지 아직은 조심스럽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보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OTT에 유통되는 영상물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시청 가능한 콘텐츠가 된 이상, 자체 등급 분류라는 이름으로 더 빠른 속도로 유해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최근 음주운전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김새론도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에 통편집없이 등장한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작품 속 김새론이 사건의 중심을 이루는 역할인 만큼 극의 전개나 완성도를 고려했을 때 완전한 통편집이 불가능하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OTT가 선택형· 비용지불형 서비스라는 명목하에 일부 물의 연예인들의 자숙 없는 빠른 복귀의 ‘꼼수 전략’으로도 이미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OTT 콘텐츠에 대한 심의, 무엇이 올바른 전략일지 다각도의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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