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근본주의’가 외교안보에 더 문제다
[기획- 민주주의·리더십 포럼] 미-중 세력전이中 동맹국 신중해야 윤대통령, 국제갈등 최전선에 뛰어들어 반면, 미국은 ‘탈동조화 포기’로 한발 빼 대외전략의 경직성, 尹대통령 성향에서 기인
- 2023년 3월부터 <더 칼럼니스트>와 <민주주의·리더십연구회>는 공동기획으로 [민주주의·리더십 포럼]을 진행합니다. <더 칼럼니스트>는 정치학·법학·언론학·행정학·경제학을 전공하는 <민주주의·리더십연구회>의 사회과학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포럼을 통해 월 2회에 걸쳐 민주주의와 리더십에 관한 다양한 관점과 쟁점을 소개하여 민주공화주의에 입각한 시민의식의 확산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러-우 전쟁의 영향, 한국과 대만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 성격이 약화되고, 양극 또는 다극체제 경향이 강화되는 시기에 발생해 1년 4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참전한 것은 아니지만, 이 전쟁은 패권전쟁의 위험을 지니고 있다. 패권전쟁 사례로 알려진 펠로폰네소스 전쟁이나 제1차 세계대전도 그 시작은 패권국과 도전국 간의 직접 충돌이 아니라 그들 동맹국 간의 전쟁이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유럽 동맹국들에 대한 위협이라 판단하고, NATO 주요국들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이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교역확대, 위안화와 루블화 금융결제, 블라디보스톡항 사용 허가 등으로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 전쟁은 자칫 세계대전으로 연결될 수도 있는 ‘패권전쟁 서막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작전(counter offensive)’으로 전투가 격화되는 상황에서 전쟁의 불씨는 긴장이 고조되고 안보가 취약한 지역으로 확산되기 쉽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를 너머 러시아 지역이나 모스크바에 대한 공격이나 위협이 있었고, 몰도바나 코소보 등 러시아계 주민이 많은 우크라이나 주변국의 정세도 불안정한 상황이다. 동아시아의 긴장 고조도 이 같은 우려를 높인다. 대만해협에서 지난 3일 중국 구축함이 미국 구축함을 막아 충돌위기 거리까지 근접했고, 남중국해 상공에서는 지난달과 작년 12월 21일 중국 전투기와 미국 정찰기가 근접 비행을 한 바 있다. 한반도에서도 북한은 올해에만 미사일을 14회 발사했다. 대만과 아울러 한국이 동아시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국가로 부상한 상태다.
국제갈등 최전선에 들어간 윤석열 정부
이러한 위기적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하더라도 어느 나라든 전쟁의 직간접적 피해를 받지 않도록 주의와 경계를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 의해 한국은 위험한 국제갈등의 최전선으로 들어간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잇단 외신 기자회견과 국제회의 석상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가 성공한 선례를 결코 남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해 이 문구를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법적 침략이라는 표현과 함께 사용하고, 중국에 대해 대만문제가 단순히 중국과 대만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표현과 함께 사용했다. 이로 인해 한국이 러시아와 중국의 동시적 안보위협에 직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성공 선례를 결코 남겨서는 안된다는 단호한 표현은 한국이 적극적으로 조치를 추진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마저 제공했다. 실제로 지난 5월 24일자 월 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수십만 발의 한국산 포탄이 미국을 통해 우크라이나로 이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약속한 윤 대통령의 신속 지원은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작전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지원 약속 대상인 지뢰제거 장비는 비살상 무기이지만 반격작전에 동원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작전에 대비하여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에 지뢰를 포함한 방어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안보위기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안보대응의 취약성도 노출시키고 있다. 지난 5월 31일 오전 6시 29분 정부는 북한의 정찰위성로켓 발사에 실제 경계경보를 발령했다. 서울시민들은 10여분 동안 원인과 대피 장소 안내없이 ‘대피를 준비하라’는 내용으로 전쟁 혹은 재해의 공포 속에 아침을 맞이해야 했다. 북한의 예고가 있었음에도 윤석열 정부는 대응에 혼선을 빚었으며, 대응조차 일본에 비해 늦었고 경보 내용도 부실했다. 이외에도 작년 12월 26일 북한의 드론 침투에 용산 대통령 집무실 상공을 포함한 서울 지역 상공 일부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바 있다.

윤 대통령 ‘근본주의’ 성향, 외교안보에 위험해
‘대외관계의 긴장’과 ‘안보 취약성’의 기본 요인은 대외환경보다 윤 대통령의 ‘근본주의’ 성향 탓이라 할 것이다. 근본주의가 순수성을 중시하며 그 훼손에 적대적인 경향을 나타낸다면, 윤 대통령은 반공주의적 자유와 검찰 재량의 법치를 지켜야할 순수성으로 여긴다. 한국 사회는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고, 북한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현실주의라고 오해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일방적 힘에 의한 가치 표방 외교는 권력행사의 절제를 중시하고 세력균형에 기초한 평화를 모색하는 현실주의와 다르다. 근본주의는 극단적인 경우 가치추구를 위해 “성전”을 외치며 전쟁을 마다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이 극단적인 수준까지 치닫지는 않았지만, 근본주의 성격에 의한 대외전략의 경직성과 편협성은 대외환경에 민감한 한국에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윤 대통령과 보수세력이 강조하는 ‘가짜평화론’은 안보에 대한 근본주의 성향을 드러낸다. 이들은 가짜평화론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평화의 순수성을 강조한다. 이들은 현실 국제관계의 어떤 평화도 순수한 진짜 평화일 수는 없다며, 상대와 긴장완화 및 상호의존, 그리고 상호 필요성과 이익의 접점 가능성 모색을 상대의 선의에 의존하는 ‘가짜 평화’라고 폄하한다. 그런데 냉전시대나 19세기 장기평화 등 어떤 시기에도 적대성을 해소한 순수한 진짜 평화는 없었다. 단극 패권체제에서도 상대적 약소국의 비대칭 도발은 반복되기 일쑤였으며, 과거 식민지배에서도 저항은 그치지 않았다. 안보를 위해 국방과 국력을 강화해야하지만, 평화는 안보로 충족되지 않으며 외교를 통해 관리되어야 한다. 가짜평화론이란 미명하에 외교를 통한 노력과 성과를 무시하는 것은 평화를 외면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며 안보불안을 강화시킬 것이다.
미국 ‘탈동조화’ 포기한 이유를 읽어야
반면, 유럽국가에 이어 바이든 미 정부도 중국에 대한 전략기조를 탈동조화(decoupling)가 아니라 탈위험(derisking)으로 전환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바이든 정부는 미중 안보담당자 간의 협의를 지속하고, 주요 기업 및 금융기관 CEO의 중국방문과 바이든 정부의 대중전략 비판을 묵인하면서 미중관계를 관리하고 있다. 미국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 유럽 주요국 독일과 프랑스 정상은 러시아와 중국을 방문하여 푸틴과 평화 조건을 논의하고, 시진핑에게 러시아에 대한 비판과 함께 경제관계 강화를 추진한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NATO의 동진정책 일환으로 추진된 도쿄연락사무소 개설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이러한 대외전략은 압도적 힘에 의한 순수한 진짜 평화만 표방하는 근본주의 경향과 거리가 먼 것이다.
지구적 생산망의 상호의존성과 미국 패권의 약화 추세를 고려할 때, 미국의 보호주의 및 중상주의 전략 강화는 중국의 고립보다 미국의 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탈동조화(decoupling)를 포기하게 된 배경이다. 중국은 사회주의적 발전국가의 특성으로 보호주의 경향이 있지만, 최근 금융개방 확대 조치와 함께 경제개방 전략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희토류에 대해서도 그 생산과정에서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있는데도, 이를 감수하고 생산해 왔으며, 세계 많은 첨단산업이 이를 알고도 사용해 왔다. 또한 한국은 2022년 경총의 발표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입의존도가 가장 높은 수준이며, 올들어 4월까지 한중 무역이 전년대비 29.0% 축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1.2% 증가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 중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전략기조는 중국 고립을 위한 봉쇄보다 개입이 현실적으로 보인다.
이재명- 싱하이밍 만남, 뜻밖의 파장
윤석열 정부의 근본주의 대외전략기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대안 모색을 위한 다각적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6월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싱하이밍 중국대사를 만난 일은 주목할 만하다. 중국대사의 초청에 응답하는 형식으로 만남이 이루어졌지만, 한중 정상회담이나 고위급 회담이 중단된 상황에서 상호 인식 교류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중국 대사의 발언을 통해 현재 국제상황과 한중관계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식을 이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정부의 대외전략 견제나 대안의 근거를 축적할 수 있으며, 현재의 한중관계 경색 추세를 완충시킬 수 있다.
중국 대사의 발언과 달리 한중관계가 외부 요소로부터 자유롭기는 어렵다. 하지만 외부 요소에 대한 불필요하고 과도한 반응으로 한중관계를 악화시킬 필요 역시 없다. “미국의 중국 압박에서 미국 승리, 중국 패배를 베팅 한다면 반드시 후회하리라”는 싱하이밍 대사의 주장은 나름의 근거가 있겠지만 오만하다고 할 것이다.
중국은 패권국 미국과 갈등에서 일방적 패배는 아니라도 승리는 어려운 것이고, 더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외교관은 불확실성을 관리하기 위해 보다 신중히 노력해야 하는 것이 옳다. 상대적으로 주목은 덜 받았지만 이재명 대표가 표명한 일본정부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대한 공동대응, 무역과 여행 등의 사례로 악화된 한중관계 관리를 위한 입장은 신중한 노력으로 평가할 만하다.
미-중 세력전이 기간, 동맹국은 신중한 선택을
이 글의 시작 부분에서 언급했듯이 패권국이 약화되고 도전국이 부상하는 세력 전이 기간 동안 발생한 세계대전은 패권국과 도전국 간의 전쟁이 아니라 동맹국 간의 전쟁으로 시작되었다. 이것은 역으로 패권국과 도전국 이외에 동맹국들의 신중한 선택이 세력전이 기간 동안 전쟁과 갈등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윤석열 정부의 대외전략은 한국을 국제갈등의 최전선으로 몰아갈 뿐 아니라, 그 자체가 국제정세 불안정 요인으로 지목받을 수 있다.
또한 미국 패권이 약화되고 있지만 중국이 이를 대체하기 힘든 현 시점에서, 미국에게 필요한 세계전략은 다극체제 관점의 전략이다. 패권국의 보호주의 및 중상주의, 동맹국 동원에 의한 미국의 패권체제유지 전략은 동맹관계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예상되는 국익의 희생을 감수하며 미국과 일본의 선의에 의존하는 윤석열 정부의 편승 전략 역시 자국 피해의 현실화 뿐 아니라 국제관계의 불안정 요인이 되거나 그 이유로 고립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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