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스크’ 한국 경제...尹정부 정책 바꿔야
수출·부동산·증시 모두 위험노출 수출, 한중 협력관계 회복 나서야 부동산, 버블붕괴 대비한 금융정책을 증시, 단기 투기자본에 규제 나서야 재정관리에서 재정운영으로...추경도
우리 경제가 유례없는 비상경제 상황에 직면했다. 무역수지가 1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차이나 리스크’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여겼던 불황형 적자 수지 구조가 새로운 표준으로 굳어지고 있다. 부동산경기도 경제 위기의 트리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증시는 ‘버블 없는 버블충격’이 우려된다. 미국발 증시버블 붕괴가 발현하게 되면, 딱히 오른 것도 없는 국내 증시는 그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때문에 지금의 한국 경제를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경제 상황으로 인식하고 과감한 경기대응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함정에 빠진 수출경제
한국 경제는 수출 충격이 잠재성장률 하락을 견인하는 저성장 함정에 빠질 위험에 직면했다. 그 중심에는 중국이 자리하고 있다. 수출은 GDP의 4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으며, 對중국 수출이 이 중 4분의 1을 차지한다. 즉, ‘차이나 리스크’로 인해 수출 엔진의 연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우리 경제가 ‘백약이 무효’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의 수출 지표를 보면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무역수지는 2022년 3월 이후 1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수출 주도 경제하에서 무역수지나 경상수지가 일시적인 충격으로 적자를 기록할 수는 있지만, 지금처럼 기조적인 적자 추세를 이어온 적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2008년 금융위기 전후 구간에서도 최장 5개월 적자나 간헐적인 적자를 보인 정도이며, 이후 글로벌 전반에 걸친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무역전쟁 구간에서도 무역수지만큼은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비록, 수출보다 수입이 더 감소해 흑자를 기록하는 불황형 수지구조를 보였을지언정 적자 기조를 유지한 적은 없었다.
<급락하는 對중국 수출비중(좌)과 급증하는 무역수지 적자(우) 추이>

수출 충격의 본질은 對중국 수출의 양적, 질적 저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對중국 수출비중은 견조한 흐름(2020년 25.9%, 22021년 25.3% 등)을 이어왔으나, 2022년 이후에는 급전직하(22년 20.4%, 23년 5월 20.3%)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추세라면 중국 수출비중이 10%대로 떨어지는 것도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핵심 경제지표가 마치 주식시장의 주가처럼 급락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중국 수출비중은 감소하고 있지만 미국 수출비중이 늘고 있어서 충분히 대체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미국의 수출비중이 증가한다 해도 중국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對미국 수출비중을 보면, 2021년 14.5%, 2022년 17%, 2023년 5월 18.1%로 꾸준히 증가하는 것이 맞다. 일견 중국의 수출감소를 상쇄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은 작아진 수출 파이로 인해 미국 비중만 높아진 것일 뿐이다.
구체적으로 對중국 수출은 2022년 3월 156억 달러에서 2023년 5월 106억 달러로 불과 1년여 사이에 30% 이상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對미국 수출은 96억 달러에서 95억 달러로 전혀 늘어난 게 없다. 중국의 수출 공백을 미국 수출로 메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차이나 리스크가 한국경제의 성장 궤도를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불필요하게 미국의 중국 고립정책(Economic Containment Strategy)에 깊숙이 관여했다가 韓·中 무역분쟁에 빠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작 G2 경제전쟁의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은 대립에서 타협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중국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구조가 일본과 달라, 일본이 경험했던 저성장의 길을 걸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중국 수출이 망가진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본은 미일 무역전쟁으로 미국 수출이 망가지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장기 저성장 함정에 빠지게 된다. 제1 수출국인 미국 수출공백이 내수의 장기 불황으로 이어지면서 저성장이 새로운 표준이 됐다. 일본 경제의 30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여전히 1% 수준에 머무는 이유다.
우리나라 역시 제1 수출국인 중국 수출이 망가지면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이 장기 불황으로 이어지는 저성장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 특히, 한국경제는 내수 기반이 작아 내수로 수출 공백을 메울 수 없다. 때문에, 중국 수출이 망가지면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성장 궤도가 하향 안정화 추세로 전환될 수 있다.
지금 세계경제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경제침체를 넘어 경제위기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러한 때에 정치가 경제 위에 군림하며 기존의 교역질서를 훼손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시스템 리스크인 중국 함정에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경제협력 관계를 회복해 이전의 균형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려 커지는 부동산발 경제위기
글로벌 부동산경기는 지난 10년간 저금리환경과 코로나부채로 쌓아 올린 과잉유동성에 힘입어 유례없는 대세상승 국면을 보였다. 버블의 크기만 놓고 보면, 2008년 금융위기 직전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누구도 글로벌 부동산시장이 합리적 버블을 넘어 투기적 버블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글로벌 주택경기는 조정과 붕괴의 갈림길에 서서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주요국들의 주택버블이 합리적 수준이면 조정국면에 진입할 것이지만, 투기적 버블이면 버블붕괴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부동산경기가 하락하는 경로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급락세를 보이던 주택가격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급증세를 보이던 미분양 적체가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인다. 일각에선 부동산시장이 조정 국면을 마치고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하고, 또 반대측에선 급락후 일시 반등하다 다시 폭락하는 ‘Dead Cat Bounce’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에서 금리는 부동산경기를 주도하는 지배적 요인이기 때문에, 주택경기는 금리주기의 틀 안에서 진단해야 한다. 대략 10년 단위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글로벌 금리주기는 인상에서 인하로의 주기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연준은 기준금리를 두달 연속 5.25%로 동결하면서도 추가적인 인상을 시사하는 선제적 안내(Forward Guidance)를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은행 역시 금리인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지만 기준금리는 정점에서 4개월 연속 동결되고 있는 상태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이 가능하다고 우기고 있지만, 사실상 글로벌 전반에 걸친 금리상승이 마무리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미국의 금리주기와 주택가격>

버블경제의 경우, 금리와 주택가격이 동시에 정상에서 만나면 경제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 서브프라임발 금융위기다. 그 당시에도 미국의 주택가격은 역사적 고점을 찍었는데, ‘2004년 금리주기’ 역시 2008년에 정점에 도달한 바 있다. 이후 “금리-주택가격 정점”에서 주택버블이 붕괴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트리거로 작용한 바 있다. 지금의 ‘2021년 코로나 금리주기’도 금리와 주택가격이 정점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직전 금융위기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느 경제든 버블의 생성-확산-소멸로 이어지는 생멸주기를 피해갈 수 없다. 우리나라의 부동산가격 역시 투기적 버블로 보는 것이 옳다. 경기하강 초입에서 주택가격이 일시적인 회복세를 보인다면, ‘Dead Cat Bounce’ 위험일 가능성이 크다.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부동산경기 하강사이클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면 우리도 부동산발 경제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발 충격은 국내 경제에 연쇄적 파급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먼저, 레고랜드 사태로 취약해진 부동산PF 부실이 현실화되고 미분양, 건설사 줄도산, 제2 금융권 부실로 이어진다. 금융과 실물의 동반 부실이 현실화된다. 부동산 충격은 시차를 두고 민생경제를 타격할 가능성이 높다.
가계부채의 절반을 차지하는 주택대출 부실은 가계부채 부실로 전이되며, 4차례에 걸쳐 이자 유예와 만기연장으로 부채상환 여력이 소진된 ‘자영업자 코로나대출’도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 뿐만 아니라, 전세주택의 역전세 사태가 전세사기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집주인의 전세보증금 상환여력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 시장실패 영역에 대한 위기대응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공공의 주택매입을 대규모 늘려 미분양 주택을 흡수하고, 이를 공공임대로 전환해 주거안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PF정상화’ 뱅크를 즉시 가동해 제2 금융권발 부실사업장 확산을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 셋째, 가계부채 경착륙을 방어할 수 있는 특단의 코로나 부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가계부채의 트리거인 자영업자의 경우 ‘코로나대출 이자감면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동시에 ‘신용대사면’을 단행해야 한다. 지금처럼 취약계층을 선별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부채발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버블 없는 버블충격에 노출된 증시
역설적으로, 코로나사태 이후 주식투자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개인투자자가 1400만 명인 시대에 살고 있다. 자본시장을 통한 소득보전 욕구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구조적인 청년실업에 직면해 일자리를 찾기도 힘들고, 직장을 다닌다 해도 실질소득은 감소하고, 공공 주도 물가상승으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었다. 금융투자에 참여하는 국민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10년간 글로벌 증시도 사상 유례없는 대세 상승 국면을 경험한 바 있다. 확장적 통화 및 코로나 재정확대 정책에 힘입어 막대한 유동자금이 증시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2022년 들어 글로벌 증시는 언제 꺼질지 모르는 위험 구간에 진입한 상태다. 증시버블이 꺼져도 부채는 그대로 남는다.
미국은 버블의 바로미터인 연준의 자산이 2008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7년 0.9조 달러(1170조 원)에서 2009년 2.2조달러(2,860조 원)로 2배 이상 증가했으며, 2019년까지 다시 2배 증가해 4.2조달러(5460조 원)로 늘어났다. 이어 코로나발 경기충격이후 다시 2배 증가해 2022년에는 8.8조달러(1경 1440조 원)으로 늘어났다. 버블의 크기로만 보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4배 이상 부푼 상태다.
<미국발 자산버블 위험과 한국의 버블 없는 버블충격 위험>

만일 미국의 David라는 친구가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 나스닥 지수에 투자하고 2008년 위기를 슬기롭게 넘긴 후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가장하자. David의 보유기간 누적수익률은 427%로 막대한 자본이득을 거두었을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4배 이상 부푼 연준 자산과 비슷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홍길동이 코스닥 지수에 투자했다면 15년 동안 투자해 26%의 수익률을 거두었을 것이다. 이 정도면 수익률이 은행의 예금상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국내 증시는 버블을 논할 단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버블충격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올해 연준이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에서 양적 긴축(Quantitative Tightening)으로 전환해 시중 자금을 본격적으로 회수하고 있다. 국내 증시는 외인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 연준의 긴축 전환에 취약하다. 특히, 일단 자본유출이 발생하면, 외인이 주도하는 악성 공매도가 충격을 배가시킬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단기성 투기자본으로 변질된 외인자본의 질적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단기성 투기자본의 비중을 줄이고 장기성 투자자본의 유입을 촉진시킬 수 있도록 제도 및 시장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공매도 제도개선을 통해 국내 증시에 만연한 인위적인 시세조정 행위를 근절하고, 주가급락 사태를 초래한 차액결제거래(CFD) 등 합법의 영역에서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일련의 제도들을 고치는 것이다.
지금의 한국경제는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경제 상황이다. 따라서 확장재정으로 경기대응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가계부채, 부동산, 자영업 등 예상되는 시장실패 영역에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해 민생경제의 충격흡수 여력을 높여야 한다. 지금처럼 ‘닥치고 긴축재정’ 기조를 고집한다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선진적인 재정정책은 국민이 어려울 때 과감하게 재정을 풀어 민생경제를 구제하고, 경제를 살려내 다시 곳간을 채우는 전문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다. 재정관리에서 재정운영으로 패러다임 전환해야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