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홍보수석실 개편해라

[박정인의 정치평론] 빈번한 메시지 대응 실패, 누구 탓인가 가장 큰 원인은 대통령의 스타일 탓 홍보는 혼자 말 다하는 대통령 아닌 경청하는 대통령의 이미지에 맞춰져야

집중호우 피해 현장을 방문해 주민을 위로하고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집중호우 피해 현장을 방문해 주민을 위로하고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김건희 씨, 중대한 ‘홍보 리스크’ 재확인

대통령 부인이 해외 순방을 나갔다가 짬을 내 명품 편집샵에 들렀다. 수행 기자단에는 안 알렸으니 들통날 일 없다고 생각했는데 현지 언론이 파파라치처럼 사진을 찍어 보도했다. 그 매체는 사심 없이 화제성으로 기사를 쓴거니 항의할 수도 없고 난감해졌다. 마침 국내에는 폭우로 물난리 탓에 수 십 명에 이르는 인명피해가 났다. 야당은 비난의 기관포를 쏘기 시작했고 여론도 좋을 리가 없다. 지난 12일 리투아니아에서 벌어진 일이다.

사실관계를 알아 보니 불행 중 다행으로 대통령 부인이 양 손에 명품 쇼핑백을 가득 들고도 모자라 뒤따르는 비서가 겹겹이 쌓은 포장 박스를 들고 허둥대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아무 것도 사지 않았다는 설명이 있는가 하면, 기껏해야 넥타이 두 개를 샀다는 다른 전언이 전부다. 다음 날 대통령실 직원들이 갔다는 건 개인적인 쇼핑으로 정리되는 듯하다.

명품 편집샵을 가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현지 공관에서 임시 채용한 가이드가 안내했다는 얘기도 있다. 어찌 됐던 여론으로부터 좋은 소리 들을 상황은 아니다. 이제까지 다른 대통령 부인이 해외 순방에서 명품 편집샵을 간 경우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고 처음 들킨 사람이 비난을 뒤집어 쓸 수 밖에 없다.

이 상황에 대통령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대통령 부인의 행동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 결과에 상처를 내는 건 중대한 홍보 리스크다. 우선 실제 대응 결과를 보자.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언론은 이 사람이 누군지 밝히지 않았지만 관례적으로 ‘핵심 관계자’는 대변인, ‘고위 관계자’는 홍보수석을 일컫는다.

여론이 들끓는 사안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는 이유는 이랬다. “이미 과거 ‘쥴리’라든지, ‘청담동 술자리’라든지 이런 게 여야 간 정쟁화가 됐다. 팩트를 갖고 이야기해도 그 자체가 정쟁 소지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 정쟁 소지를 만들지 않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다.”

무대응은 괜찮은 홍보 방법 가운데 하나다. 말을 꺼내면 일단 기사가 되고 반대 편이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공격하기 때문에 또 기사가 나온다. 이른바 ‘쥴리’ 논란이 그랬다. 사실이 아닌 일을 해명하느라 애쓰다 보면 엉뚱하게 관심만 증폭시킨다. “왜 저렇게 민감하게 나온대? 뭐 있는 것 아냐?” 이런 정서다. 아예 대응을 하지 않으면 관심이 빨리 식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대통령실이 가장 흔히 쓰는 방법이다.

연일 계속된 어쩡쩡한 변명과 아전인수

하지만 무대응은 두 가지 구체적인 용처가 있다. 사실이 아닌 사안이거나 사실이라도 전혀 부끄러울 게 없는 사안의 경우다. 명품 편집샵 방문은 안타깝게도 둘 다 아니다. 간 게 사실이고, 갔다는 건 좋은 소리 듣기 어려운 행위였다. 대통령 부인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거길 갔는지 대답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

무대응의 대척점에 적극 대응법이 있다. 1단계는 “공식 일정이 빈 사이에 거리를 둘러보다가 가게 한 번 들어가 본 게 무슨 잘못이냐”라고 반박하는 방법이다. 2단계는 열심히 조사를 해서 “사실은 당신네들이 집권했을 때도 대통령 부인이 순방 중에 명품샵에 갔었다”고 증거를 들이대는 물귀신 작전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KBS 노조가 민간인 사찰 증거라고 문건을 폭로했을 때 청와대의 대응이 적극 대응법이었다. 당시 청와대는 문건을 근거로 노무현 정부 때 민간인 사찰이 더 많았다고 반박해서 사면초가를 탈출했다. 적극 대응법은 이처럼 숨겨진 사실관계를 찾아내고 분석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홍보의 최하수는 어정쩡한 변명이나 아전인수다. 국면을 뒤집을 방법은 없고 마음은 급하다 보니 이런 악수들이 나온다. 이번에도 여권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가게 점원이 호객을 해서 들어갔다”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말이 우선이다.

상황을 진정시키는데 앞장서야 할 홍보수석실의 관계자가 이런 말을 기자에게 하는 바람에 일이 커졌다. 대통령 부인이 경호원들 틈새를 비집고 들리는 “와서 구경해보세요”라는 소리를 따라갔다? 사실이라면 전형적인 무대응 전략으로 입을 다물었어야 하고, 추측이라면 더욱 더 꺼낼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런가 하면 국민의힘 이용 의원은 “리투아니아의 큰 산업이 바로 섬유, 패션인데 이런 것들을 김 여사가 인식한 것 같다. 문화탐방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가 비난을 샀다. 유상범 수석 대변인은 “김건희 여사의 행보가 하나의 외교 행보”라고 말한 게 구설수에 올랐다.

대통령실의 공식 대응은 없고 실언과 아전인수격 주장만 나오다 보니 사안은 점점 불리한 방향으로 번져갔다. 더구나 문제는 이런 경우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해 폭우가 쏟아졌을 때도 ‘대통령이 상황 관리는 안하고 퇴근했다’는 비난이 일자 시민사회수석이 “대통령은 비가 온다고 퇴근 안합니까?”라고 한 마디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양평고속도로 논란에도 대통령실은 침묵했다. “국토부 소관”이라는 말 한 마디 뿐이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유튜브 일타강사 노릇까지 하면서 몸으로 막았다. 막은 건지 막다가 휩쓸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국토부는 고속도로 건설 문제를 주관하는 곳이지 고속도로 건설을 놓고 대통령 부인이 구설에 올랐을 때 대응하는 부처가 아니다.

홍보수석실, 안일하고 나태하다

대통령 홍보수석실이 얼마나 일을 안하는지를 필자가 깨달은 첫번째 사례는 김건희씨가 캄보디아에서 병으로 고생하는 아이를 안고 찍은 사진이 조명을 이용해 연출된 거라는 ‘빈곤 포르노’ 논란이 벌어졌을 때였다. 희한하게 논란이 조명을 썼냐 안 썼냐에서 맴돌길래 인터넷에서 사진을 다운받아 메타데이터(이미지의 촬영정보)를 확인해 봤다. 조명을 쓴 게 아니었다.

사진이나 미술을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김건희 씨의 이미지들이 오드리 햅번의 아프리카 봉사활동 장면이나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그대로 본뜬 ‘기획’이라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하지만 공격하는 쪽은 초반에 미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홍보라인에서 “메타데이터 한번 보세요. 조명 안 썼거든요”라고 한 마디만 했어도 논란은 번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잠시 샛길로 새자면 사실 일 안하는 대통령 홍보수석실 대신 열 일 해주는 곳이 있다. 뜻밖에 민주당이다. 이번 명품 편집샵 방문 건도 활활 타오르던 불길에 찬 물을 끼얹어 준 인물이 민주당의 박영훈이라는 청년 정치인이었다. 대통령 부인이 에코백 속에 샤넬백을 숨겨 다닌다고 사진까지 올렸다가 가짜뉴스라는 게 판명되자 슬그머니 삭제했다. 당은 망신을 당했고. 어떻게 보면 홍보수석실보다 대통령 부부 챙기는 마음이 훨씬 따뜻하다.

그렇다면 대통령 홍보수석실은 왜 일을 안할까? 우선은 대통령의 스타일이 이유인 것 같다. 사소한 것들에 일일이 대응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지 않았나 싶다. 이른바 ‘통 큰’ 행보와 맥이 닿는다. 문제는 무대응이 소란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대응을 하려면 대통령실과 정부, 그리고 여당 전체가 일제히 입을 다물어야 하는데 이번 사안처럼 곳곳에서 누수가 일어난다. 콘트롤이 안된다는 뜻이다.

두 번째. 대통령실이 대통령 홍보의 기본을 모르는 것 같다. 홍보는 알리고 싶은 걸 효과적으로 알리고, 문제가 터졌을 때 잘 대응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특히 대통령 홍보는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역량의 상당 부분이 집중돼야 한다. 그래서 홍보수석은 정무수석 이상으로 정무적인 자리이다.

좋든 싫든, 사실이든 거짓이든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나갈 때마다 대통령 부인을 둘러싼 구설이 이어졌다. 누가 봐도 가장 중대하고 반복되는 홍보 리스크다. 본인이 아무리 잘 하려고 해도 반대 편에서 가만 놔두지를 않는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심지어 복장과 표정을 갖고도 시비를 건다.

이쯤이면 해외 순방 떠나기 전에 홍보수석실에서 가능한 구설이나 논란을 점검하고 미리 방안을 마련해 보고했어야 했다. 대통령 부인이 남는 시간에 개인 일정으로 리투아니아 전통시장을 들르거나, 오페라를 관람하거나, 하다 못해 반려견 관련 가게를 찾는 대신 명품 편집샵에 가는 건 곤란하다.

대통령부터 공감력 떨어진다

셋째는 공감력 부재. 요즘 대통령실에서 나오는 말을 들어 보면 대통령의 말이든 관계자들 말이든 메시지에 공감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폭우에 대한 언급만 봐도 그렇다. ‘이권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해 수해복구에 써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은 어떤가. 대통령의 관심사를 강조하는 의미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사람 목숨이 여럿 스러진 수해를 본인 관심사인 이권 카르텔 격파에 들러리 세웠다는 느낌이 들 수 밖에 없다.

수해가 났는데 해외 순방을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었냐는 비판에 대통령실 관계자가 “대통령이 서울로 뛰어간다고 해도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다”고 말한 것 역시 공감력 부재의 결과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뭔가 싸늘한 느낌을 피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싸늘하게 말하기로 유명한 인물의 작품이라고 한다.) “대통령은 키이우에서 중요한 국제 안보 외교를 펼치고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폭우가 쏟아지는 대한민국에 돌아와 있었습니다.” 이 정도로 넘어갔으면 어땠을까?

대통령실 홍보라인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상수로 받아들여져 왔다. 초대 홍보수석을 3개월 만에 경질한 걸 본 사람들은 ‘조만간 지금 홍보수석도 교체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롱런 중이다. 용산 주변에서 들리는 말에 따르면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관섭 국정기획수석과 함께 ‘유이’하게 상시로 대통령 독대를 하는 참모라고 한다.

반면 홍보수석실 내부 장악력은 떨어져서 언론사 선배 출신 비서관들이 김 수석을 윗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홍보수석실의 행정관들이 자기들끼리 대화에서 김 수석을 ‘수석’으로 부르지 않고 ‘그레이스’라고 호칭한다는 소문도 들은 적이 있다. 그레이스는 김 수석의 영어 이름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홍보수석실에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판단과 대응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앞서 언급한 대로 대통령 홍보수석실은 대통령실과 정부, 그리고 여권 전체가 대통령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일관된 목소리를 내도록 조정하는 임무를 갖고 있다. 대통령실은 ‘아’라고 말했는데 여당 의원은 ‘어’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심지어는 종편에 출연해 정부여당을 옹호하는 출연자들에게까지 메시지가 전달되는 게 관례였다. 똑같은 사안에 대해 대통령실은 무대응, 홍보 관계자는 실언, 여당 의원은 아전인수로 나오면 대통령이 비웃음거리로 전락한다.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둘러싼 혼선에도 홍보전략의 부재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대통령의 뜻은 ‘고액 사교육’에 방점이 찍혀 있는데 교육부총리가 브리핑 과정에서 ‘교과서내 출제’에 힘을 주는 바람에 엉뚱하게 물수능 논란으로 번졌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보고를 받는 자리와 보고 후 교육부총리가 기자들에게 브리핑 하는 자리에 홍보수석이 함께 있었는데 조정이 되지 않은 것이 문제를 키웠다.

인기없는 대통령에게 필요한 ‘스핀 닥터’

대통령과 참모들이 여론이란 걸 너무 쉽게 생각하지는 않는지 본질적인 걱정이 들기도 한다. “대통령 부인이 명품 편집샵에 갔다가 들켜도 괜찮아. 수해에 이권 카르텔을 붙여서 명분 삼아도 괜찮아. 수능 갖고 혼란이 벌어져도 괜찮아. 본질만 열심히 하면 돼. 결과가 중요한 거야.”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큰 일이다.

국정은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것이고 요즘 같이 여론이 빠르고 극단적으로 움직이는 시절에는 더욱 그렇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추진하기란 불가능하다. 똑같은 정책비전이라도 인기 있는 대통령이 하는 말과 인기 없는 대통령이 하는 말은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국정 지지율에 집착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홍보는 2008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한 언행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2008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클린턴은 여성이 한 번도 대통령 자리에 올라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돌파하기 위해 자신은 충분히 준비된 후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장점을 부각하면 할수록 오바마에게 밀려 입지를 잃어갔다. 오히려 경선 중반을 넘어 패색이 짙어지고 후보가 눈물을 보이기 시작하자 지지도가 상승했다. 유권자가 클린턴에게 바랬던 것은 똑똑한 여자, 준비된 지도자, 냉철한 정치인이 아니라 자기들처럼 슬프면 눈물짓고 지치면 주저앉을 줄도 아는 인간적인 리더였던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출신, 서울법대 출신, 자기를 발탁한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고 정권을 뺏은 대통령이란 이미지를 품고 있다. 여기에 어퍼컷 세리모니로 대표되는 돌파형 리더십 이미지도 더해졌다. 국민이 부담스러워 한다는 시그널이 깜박이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서울법대 나왔다고 수능까지 전문가는 아니잖아”라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그렇다면 겸손해야 한다. 홍보는 혼자 말 다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질문하고 경청하는 대통령의 이미지에 맞춰져야 한다.

부인 김건희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비즈니스 우먼이란 스펙과 스타일에서 이미 국제무대 어디서도 손색없는 이미지를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그런 인물이 가장 피해야 할 곳이 자기 스타일과 어울리는 곳이다. 명품 편집샵이 한 사례다. 옷 잘 입고 고급스러운 대통령 부인이 거꾸로 보육원을 찾아가 장애 어린이들 목욕을 시켜주면 사람들은 놀란다. 두 번, 세 번 그러면 이미지로 굳어진다. 아마 그때 쯤이면 명품 편집샵 가서 넥타이 두 개 정도 사도 별 이슈가 못될 지 모른다.

흔히 홍보전문가를 스핀닥터(spin doctor)라고 부른다. 어떤 이슈로 공격을 받거나 경쟁에서 밀릴 때 여론의 시선을 다른 이슈로 돌려서(spin)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내는 사람을 뜻한다. 유능한 스핀 닥터는 불리한 이슈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자기들 쪽에 유리한 이슈를 선점해 여론을 장악한다. 지금 우리 대통령실은 선점은 커녕 뒷수습하기도 벅찬데 여론의 관심을 돌리려고 무리하다 화를 자초하는 꼴이다. 실력 있는 스핀 닥터가 필요하다.

글쓴이

박정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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