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폭언’ 수준의 윤석열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기획- 민주주의·리더십 포럼] ‘잠재적 내란’ 상태라는 그의 인식 갖은 논리 비약으로 친일 옹호 심층비판 다각적으로 제기되어야

지난 8월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 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8월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 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023년 3월부터 <더 칼럼니스트>와 <민주주의·리더십연구회>는 공동기획으로 [민주주의·리더십 포럼]을 진행합니다. <더 칼럼니스트>는 정치학·법학·언론학·행정학·경제학을 전공하는 <민주주의·리더십연구회>의 사회과학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포럼을 통해 월 2회에 걸쳐 민주주의와 리더십에 관한 다양한 관점과 쟁점을 소개하여 민주공화주의에 입각한 시민의식의 확산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공산전체주의 맹종, 반국가세력 활개, 조작선동, 여론왜곡, 사회교란, 인권 운동가로 위장,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 등의 표현은, 지난 8월 15일 제78주년 광복절 대통령 경축사에서 사용된 표현이다. 이러한 표현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의 기쁜 마음보다 증오의 마음을 국민과 공유하고 싶은 의도가 강했던 것 같다. 그런데 대체로 막말은 이를 내뱉는 사람에게 해당되는 경우가 많듯이, 앞의 험한 표현들도 대부분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여당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반국가세력 등의 표현은 한국자유총연맹 축사에 이어 반복된 것이다. 대통령의 이러한 퇴행적이고 극단적이며 일방적인 담론의 반복은 극단적 포퓰리즘 확산에 의한 민주주의 위축을 초래한다. 반면 대통령의 이러한 행태를 묵인하는 것은 민주주의 포기를 의미하며, 이로 인한 민주주의 침식은 정부의 무책임성과 권력의 횡포를 통해 경제, 사회, 안보의 불안으로 연결된다. 특히 이번 연설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관련 내용이 역사적 맥락에 대한 수정주의적 해석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이 연설문의 부적절한 논리와 맥락에 대해 다양한 관점과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비판할 필요가 있다.

1. 반공주의와 동일시될 수 없는 자유 민주주의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기본 가치는 자유 민주주의이고, 그에게 자유 민주주의는 반공주의이다. 그런데 자유 민주주의를 반공주의와 일치시키는 것은 오류일 뿐 아니라 자유 민주주의 왜곡의 문제를 초래하기 쉽다. 왜냐하면 반공주의는 공산주의와 적대적 대립하는 입장일 뿐, 특정 이념이나 정치철학의 조건을 갖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반공주의는 사실상 자유 민주주의보다 이와 공존하기 힘든 이념이나 체제를 지칭할 가능성이 크다. 현실 사회주의 체제로서 공산주의와 대립한 것은 자유 민주주의보다 권위주의나 포퓰리즘인 경우가 많았다. 한국의 유신체제나 미국의 매카시즘이 이에 해당된다.

냉전시대 국제관계 수준에서 자유 민주주의 체제가 사회주의 체제와 대립했지만, 근대 이념으로서 자유 민주주의는 사회주의와 공존하는 대립적 경쟁관계 성격이 강하다. 베링턴 무어에 따르면 사회주의 혁명은 자본주의를 극복한 것이 아니라 전근대에서 근대로 전환되는 하나의 경로였다. 사회주의 이념 또한 근대를 초월하기보다 자본주의나 자유주의와 경쟁하면서 공존해왔다. 사회주의는 사회민주주의나 케인지안 경제정책을 통해 현실 자유 민주주의나 자본주의 체제에 내재된 것이다. 칼 맑스의 〈공산당 선언〉에서 제시된 미래사회의 모습조차 현대 복지국가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자유 민주주의는 자유주의나 사회주의 요소를 포용해왔으며, 이들 요소 어느 한쪽을 배제하려는 극단주의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반공주의로서 자유 민주주의는 매카시즘과 같은 극우 포퓰리즘에 가깝고, 그의 주장이 실현될 때 우리 사회는 자유민주주의보다 권위주의나 전체주의 성격을 띠기 쉽다. 그러므로 이러한 그의 주장이 반복되고 정부 정책이나 조치로 실시될 때, 한국에서 자유 민주주의는 위축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 의해 우리 사회 전면에 대두된 검찰국가는 자유 민주주의보다 권위주의나 전체주의와 친화적이다. 법 해석 및 적용의 일방적 재량에 기초한 검찰의 수사와 기소는 견제와 균형 시스템에 기초한 공화주의, 지배자의 자의적 통치를 막기위한 법치주의를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2. 광복은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배로부터 해방

윤 대통령이 볼 때 독립운동의 목적은 단순한 국권회복이나 왕정복고, 공산전체주의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관점에서도 보편적이고 정의로운 자유, 인권, 법치였다. 왕정복고나 공산전체주의가 목적이 아니라는 내용의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내용은 일제 식민지배로부터 해방이라는 광복절 취지의 핵심을 회피한 것이다. 또한 이러한 주장은 독립운동의 목적이 해방후 친일파 지배 국가일 수 없다는 내용을 생략한 것이다.

보편적이고 정의로운 자유, 인권, 법치는 일제 식민지배에 의해 억압되었고, 그 실현은 일제로부터의 해방에 의해 가능한 것이었으며, 광복은 그것이 가능한 상황의 도래를 의미했다. 그러므로 광복절은 일제 지배로부터 해방을 축하하는 날이며, 일제 잔재 청산을 통한 자유, 인권, 법치의 가치 추구를 공유하는 날이다. 그러므로 윤 대통령의 경축사는 광복절의 핵심을 회피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 축사에서 일본을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로 규정했다. 그렇지만 일본은 한국인에 대한 반인권적 역사적 만행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독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 또한 일제 식민지배 정당화가 논리적 배경이다. 또한 윤 대통령은 일본이 유엔사령부에 제공하는 후방기지가 북한의 남침의 최대 억제 요인이라고 규정했다. 일본이 한국의 안보에 결정적 기여를 하고 있다는 주장에서 우리 국군의 존재 의미는 사라진다. 한국이 일본을 통해 미군의 보호를 받는다는 인식 구도에서 생각할 때, 윤 대통령에게 광복절은 경축할 날이 아닐지 모르겠다.

3. 논리의 비약을 통한 친일 옹호와 잠재적 내란 위협

일제로부터의 해방을 회피한 윤 대통령의 경축사는 분단 이후 서술에서 두 차례 논리의 비약을 드러낸다.

첫째, 경축사에서 분단과 전쟁을 계기로 독립운동의 정통성은 남한체제로 제한되고 북한과 단절된다. 우리의 독립운동은 주권을 회복한 이후 공산 세력과 맞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내고 산업발전, 경제성장, 민주화로 이어졌으며, 반면 북한은 공산전체주의를 선택하여 억압과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남한의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결과론이며, 민주화 이전까지 상황은 만만치 않았다. 임정세력이 권력에서 배제된 상황에서 친일잔재 청산 실패는 남한체제 정당성의 약점으로 남게 되었고,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의 장기집권 과정에서 자유, 인권, 법치도 억압되었기 때문이다.

두번째 논리의 비약은 우리 시민사회의 민주주의, 인권, 진보주의 활동가들을 북한의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는 반국가세력으로 설정한 점이다. 윤 대통령은 반국가세력이 민주주의, 인권, 진보주의 운동가로 위장하여 활개치며,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한다고 표현했다. 언론과 사회를 교란할 정도로 강력하다는 것은 진보적 활동가로 위장한 반국가세력의 영향력이 현재 진보적 언론과 시민사회를 사실상 대표할 만한 수준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해당 연설에는 여론 왜곡과 사회 교란이 어떤 것이고, 이들의 공산전체주의 맹종의 근거는 무엇인지 언급이 없다. 윤 대통령은 근거없이 반국가세력이 언론과 사회를 교란한다는 표현으로 현재 한국의 정치상황을 잠재적 내란상태로 규정한 셈이다.

이것은 주로 쿠데타를 통한 헌정질서 중단을 시도하려는 세력이 내세우는 표현으로 내란죄나 내란선동에 해당될 수 있다. 이전 칼럼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대통령은 헌법 제84조에 따라 재직중 형사소추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내란(선동)죄는 이 규정에 적용되지 않는다.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반공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인식하고, 광복절에서 일제로부터 해방을 생략하며, 북한 공산전체주의 맹종 반국가세력이라는 표현으로 잠재적 내란상태에 있는 윤 대통령의 냉전적 수정주의 역사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주장의 객관적 근거와 논리체계의 취약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폭언 수준의 공격적 주장은 대체로 자신의 상태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상대를 극단적 혐오나 증오 대상으로 설정하지 않으면, 자신의 인식이나 행동을 정당화하기 힘든 수준이기 때문이다.

글쓴이

박용수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박용수 연세대학교 국가관리연구원 전임연구원은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민주화 이후 한국의 규제개혁의 정치”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국가관리연구원에서 한국 대통령제 관련 연구를 하고 있으며, 노무현 재단 민주주의 리더십 연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민주화 이후 한국의 만성적 입법교착 연구”,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론에 대한 비판적 시론”, “제2차 북핵위기 전개과정과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 “김대중 정부의 자유주의적 대북대외전략의 현실주의적 측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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