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교육했는데, 왜 학교에선 갈등 더 커졌을까

[기획- 민주주의·리더십 포럼] 교권-학생인권 ‘제로섬 게임’ 아니지만, 시민권리 중심 민주교육 강조해온 탓도 이제 ‘시민성’중심 교육패러다임 전환을 민주시민교육에서 ‘민주’ 단어도 빼자

지난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열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 지난 7월 숨진 서이초 교사의 대학원 동기들이 연단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열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 지난 7월 숨진 서이초 교사의 대학원 동기들이 연단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2023년 3월부터 <더 칼럼니스트>와 <민주주의·리더십연구회>는 공동기획으로 [민주주의·리더십 포럼]을 진행합니다. <더 칼럼니스트>는 정치학·법학·언론학·행정학·경제학을 전공하는 <민주주의·리더십연구회>의 사회과학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포럼을 통해 월 2회에 걸쳐 민주주의와 리더십에 관한 다양한 관점과 쟁점을 소개하여 민주공화주의에 입각한 시민의식의 확산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현실에선 교권과 학생인권 충돌도

서울 서초동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충격적 사건이 일어난 지 49일이 지났다. 그동안 악성 학부모 민원에 시달려왔다는 보도는 동료 선생님들과 많은 이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건은 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교권 침해의 슬픈 자화상을 드러냈으며, 그 해법을 둘러싸고 교권과 학생인권조례간의 충돌 문제를 보여주었다.

윤석열 정부는 교사들의 교권이 침해되는 원인이 진보교육감들이 만든 학생인권조례에 있다고 보고 이것을 적극 폐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초·중등교육법 관련 교육부 고시를 신속히 마련하고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 조례 개정 병행도 추진하라”고 말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교사들의 교권은 급격하게 추락했으며 공교육이 붕괴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학생인권에 대한 과도한 강조가 교권을 위축시켜 이와 같은 참변이 일어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 주장이 옳다면 교권과 학생인권은 ‘제로섬 관계’다. 교권이 강조되면 학생인권이 희생되고, 학생인권이 강조되면 교권이 실추된다. 정부의 주장은 한마디로, 학생 인권보호와 민주시민교육으로 인해 교권이 땅에 떨어졌고 학교는 위기에 처했다고 보는 인식에 가깝다. 하지만 진보교육감과 진보진영은 교권침해가 마치 ‘학생인권’이 문제인 것처럼 교사의 권리와 학생 인권을 제로섬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처방이라고 현 정부와 여당을 비판한다. 과연 누구의 말이 적절한 것일까?

이성적인 차원에서 논리적으로만 보면, 교권과 인권은 서로 제로섬 관계가 아니고 교권과 인권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서로 다른 차원의 권리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 헌법정신으로 보면 양자의 관계는 대립하거나 제로섬일 가능성이 없다. 서로의 관계는 제로섬이긴커녕 오히려 동반자 관계여야만 한다.

민주화의 역설과 딜레마에 빠진 한국

하지만 현실의 차원에서는 헌법에 보장된 두 기본권을 오남용하는 사회풍조와 사회적 관계의 등장으로 인해 제로섬 관계는 아닐지라도 서로 충돌하고 대립할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현실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 사회는 민주화 이후 36년의 시간 속에서 세계화, 정보화, 후기산업화, 탈물질화, 탈냉전화 등으로 표현되는 21세기 전환기적 시대상황속에 심화된 ‘사회이익의 파편화’로 인해 그동안 우리사회를 지배적으로 대변해왔던 ‘권리중심의 시민권(citizenship) 패러다임’이 한계에 봉착해서 많은 폐해를 유발하고 있다. 그 패러다임의 한계란 대체 어떤 것인가?

그것은 마치 민주화가 되면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더욱 수평적이고 민주적으로 변화되기 때문에 사회적 폭력과 갈등이 줄어들어야 할 것 같은데, 실제 현실은 오히려 반대로 사회적 폭력과 갈등이 증가하는 현상과 유사한 이치다. 그 이유는 뭘까?

여러 의견이 있지만 그 핵심에는 개인의 권리의식은 매우 높아졌지만 상대적으로 상대방의 권리를 인정하는 의무, 책무, 연대, 배려 등의 시민적 덕성이 균형있게 성숙하지 않아서 권리와 권리간의 충돌을 해소하거나 조정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개인간의 권리갈등을 조정할 자율적 힘이 없다면 당연히 사회적 갈등과 폭력은 더욱 증가하여 민주화의 역설과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서 상대방을 존중하거나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권리만을 강조하는 권리중심의 시민권(citizenship) 패러다임은, 21세기 전환기적 시대상황속에서 자유주의와 다원주의 사조와 더불어 사회이익을 더욱 파편화시킴으로써 사회통합과 국가통합을 어렵게 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권리와 권리간의 충돌을 해소하고 통합하는 데 한계를 보이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민들 각자의 권리가 균형과 조화 이룬다면

이에 학술적 차원에서 그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이 ‘시민성(civility) 패러다임’이다. ‘시민성 패러다임’은 자신의 권리가 상대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균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권리와 의무, 권리와 책무, 권리와 배려, 권리와 연대간에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시민적 덕성을 강조하는 패러다임이다. 시민성 패러다임은 권리의식을 강조하는 ‘민주시민교육’과 달리 시민적 덕성 함양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공화시민교육’과 친화적이다.

‘시민권’ 중심에서 ‘시민성’ 중심으로 교육패러다임을 전환하자는 이야기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천명한 바 있다. 지난 7월 28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을 계기로 폭발한 교권침해 심각성을 논의하면서 “권리와 책임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추락에 일정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한 바 있다.

또한 조 교육감은 시민성 패러다임에 대해 지난 6월28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제가 내건 혁신교육의 가장 핵심이 민주시민교육인데, 저는 이걸 훨씬 확장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화적 민주시민교육’으로 확장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론 ‘민족적 민주시민’ 육성의 관점을 넘어서 지구 전체를 공동체의 단위로 보고 ‘세계시민형 민주시민’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한 바 있다.

시민권(citizenship) 중심에서 시민성(civility) 중심으로 교육패러다임을 전환한다면 그 효과는 교육뿐만 아니라 정치 영역에서도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여야간에 그리고 진보와 보수 진영간에 진영논리를 해소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진영논리는 상대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고 조롱하거나 악마화하는 것을 통해 자기 권리와 이익 및 정당성을 확인하려 드는 권리중심의 시민권 패러다임과 친화적이고, 이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시민성 패러다임에서 강조하는 상대의 권리를 존중하고 인정하고 배려한다면 결코 상대를 적(敵)으로 상정하여 증오하거나 괴멸시키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이에 진영논리가 줄어들 것이 너무 당연하기 때문이다.

민주시민교육에서 ‘민주’ 단어도 빼자

물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주창하는 것이 모두 다 적절한 것은 아니다. 아주 소소하지만 시민성을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시민교육이란 명칭 앞에 ‘민주’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고 빼는 방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민주시민교육이란 명칭은 그 탄생 배경상 시민성(civility)보다 시민권(citizenship)을 강조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민주’를 붙이는 것은 시민교육이 추구해왔던 ‘보이스텔스바흐 3원칙’과도 충돌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독일에서 보이스텔스바흐 3원칙이 도입된 취지는 시민교육에서 정치편향성을 주입하지 말고 논쟁과 토론을 통해 학생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교육을 시작하기도 전에 ‘민주 대(對) 반민주’라는 불필요한 선입견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교육의 대중화와 실질화를 생각한다면 굳이 ‘민주’라는 말을 덧붙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민주’라는 단어를 빼고, 시민교육안에 민주, 자유, 공화, 글로벌, 기후위기, 환경, 인권, 소수자, 약자 등의 내용을 채우면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글쓴이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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