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어울리는 음악 ‘재즈’와 사마라 조이

[김효진의 팝, 그 빛과 그늘] 올해 23살에 재즈로 그래미상 깜짝 수상 원숙한 보이스와 스윙, 풍성한 볼륨감 가을 깊어지는 10월에 가슴 데우는 음악

- 본명 Samara Joy McLendon
- 1999년 미국 뉴욕 브롱크스 출생
- 2021년 데뷔앨범 <Samara Joy>
- 2022년 2집 <Linger Awhile>

어린 재즈 싱어의 원숙한 ‘고독’

사마라 조이(Samara Joy)를 처음 만난 건 나의 고독을 잠식하는 당신의 부재,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은 끈질긴 그리움을 나른한 슬픔으로 그려낸 1950년대의 옛 노래 ‘Solitude(고독)’을 통해서였다. 거장 듀크 엘링턴이 만든 이래 수많은 재즈 아티스트들의 사랑을 받아온 스탠더드 넘버이자 영원한 재즈의 디바, 빌리 홀리데이의 대표곡.

그 느낌을 어떻게 이렇게 여유롭게 살려낼 수 있었을까. 파스콸레 그라소의 몽골몽골한 기타는 또 바니 케셀(빌리 홀리데이 버전 곡의 기타리스트)을 바로 떠올리게 할 정도로 사마라의 고전적인 보이스와 조화를 이룬다. 시계를 70년 전으로 훌쩍 돌려놓은 이 신인은 놀랍게도 1999년 생이다.

Solitude

사마라 조이가 부른 Solitude

유튜브 동영상= Solitude. Pasquale Grasso ft. Samara Joy

빌리 홀리데이가 부른 Solitude

유튜브 동영상= Solitude by Billie Holiday

‘안개’ 낀 재즈 씬에 떠오르는 별

올해 2월 5일 미 LA에서 열린 65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작은 이변이 일어난다. 스물 세 살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원숙한 보이스와 스윙을 들려주는 신인 여가수 사마라 조이가 최우수 재즈 보컬 앨범상과 최우수 신인상을 한번에 따낸 것이다. 힙합도 팝도 아닌 재즈로 신인상이라니, 결코 쉽지 않은 영광이었다. 2003년 노라 존스가 이 상을 수상했을 때도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었지만 노라 존스는 정통 재즈라기 보다 팝재즈에 가까웠다.

수상 앨범은 재즈의 명가 버브 레이블에서 2022년 발매한 2집 ‘Linger Awhile’로 사라 본과 엘라 피츠제럴드(빌리 홀리데이와 더불어 3대 재즈 보컬리스트)의 현신(現身)이라는 극찬을 듣기도 했다. 수록곡 중 아마도 가장 친숙할 ‘Misty’을 사라 본 버전과 함께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Misty

사마라 조이가 부른 Misty

유튜브 동영상= Misty, by Samara Joy

사라 본이 부른 Misty

유튜브 동영상= Misty by Sarah Vaughan

깊이를 더해주는 가스펠의 감성

사마라 조이는 1999년 뉴욕 브롱크스의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나고 자랐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모두 가스펠 아티스트인 덕에 타고난 재능을 일찍 꽃피울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생 재즈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보컬리스트 부문을 수상한 10대 후반, 그 즈음이 실은 재즈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된 시점이라는 게 놀라우면서도 곧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와서 서로 다른 장르로 구분하지만, 재즈는 원래 블루스와 가스펠에서 비롯되었으며 많은 위대한 재즈 가수들이 가스펠을 출발점으로 한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고전적인 그녀의 보컬 스타일은 아마도 그로 인한 게 아닐까.

드물게 풍성한 볼륨의 중저음과 긴 호흡이 그녀의 가장 큰 매력으로 여겨지는데 특히 가스펠 색채가 짙은 곡(Someone Like You)에서는 안정적이며 유연한 고음까지 더해져 재즈 씬을 벗어나 일반 대중에게 감동을 안겨준다. 원곡이 일단 아델의 그 유명한 팝 Someone Like You다.

Someone Like You

사마라 조이의 Someone Like You

Someone Like You. Samara Joy

아델의 Someone Like You

유튜브 동영상= Adele이 부른 원곡 Someone Like You

청춘과 세월의 ‘두 마음’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주는 다른 젊은 아티스트들과 달리 온전히 과거의 자리에서 노래하는 사마라 조이가 젊은 세대에 더 주목받는 점이 흥미롭다. 그녀는 젊은세대에겐 새롭고, 기성 재즈 팬들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행보는 또 젊은이답게 깜찍해서 인스타에서의 풋풋하고 순수한 모습으로, 어른들에게 사랑스럽고 아이들에게 친근하다.

고전을 완벽하게 재연해 내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긴 하지만 현재의 나이와 경력을 생각하면 적어도 아직까지는 충분히 의미 있지 않을까 한다.

답답한 정국 속에 한가한 놀음 같지만, 10월의 바람이 짙어지기 전에 조금쯤 가슴을 데워두려면 이렇게 한 발 한 발 재즈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마지막으로, 이 쓸쓸한 아름다움을 그려내기엔 역시 아직 젊구나 싶지만 그럼에도 꽤 잘 소화해 낸 Lawns를 원곡과 함께 들어본다.

Lawns 사마라 조이의 Two Hearts (Lawns)

Terri Lyne Carrington feat. Samara Joy

칼라 블래이의 Lawns

Lawns · Carla Bley
글쓴이

김효진 팝 칼럼니스트

김효진은 팝 칼럼니스트 입니다. 아직도 안 망했냐는 말을 4년 가까이 들으며 잠실에서 LP 바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시집 한 권과 여기저기 써낸 음악 에세이가 자꾸 늘어가는 무명작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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