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과 ‘2인자’ 잔혹사
[박상주의 단소리 쓴소리] 한동훈 장관 탄핵 목소리 커져 역대 정권2인자 末路 좋지 않아 국민들 시선 무겁게 받아들이길
또 권력 2인자의 출현인가
21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정부의 잇단 인사검증 실패와 김건희 여사 일가의 비리 의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수사 등을 둘러싸고 여야가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같이 한동훈 법무장관과 연관된 사안들이다. 정국의 시선이 온통 한 장관으로 쏠리고 있다.
언제부턴가 한 장관에게 ‘소통령’이니 ‘왕장관’이니 ‘황태자’니 하는 수식어들이 붙기 시작했다. 그 서슬이 시퍼렇다. 우리 헌정사에 일개 장관의 위세가 이토록 막강한 적이 있었던가?
가히 무소불위의 기세다. 전·현직 야당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을 수백 회 실시하고, 국정쇄신을 요구하며 오랜 단식을 이어가는 야당 대표를 ‘잡범’, ‘중대범죄자’라며 멸시 조롱하고, 야당 인사들의 피의사실을 거리낌없이 공개하고,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는 언사를 마구잡이로 쏟아내고 있다. 검찰의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하라는 국회의 요구에 식별이 불가능한 영수증을 제출하면서 “잉크가 휘발돼서 그렇다”는 황당무계한 핑계를 늘어놓기도 했다. 분명 일개 장관의 행보가 아니다. 하긴 한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검찰공화국을 탄생시킨 제2인자 아닌가.
허망하게 끝난 2인자의 말로
역사를 돌아보면, 2인자는 권위주의 정부에서 등장한다. 이승만 경찰국가와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부독재 때 어김없이 2인자들이 위세를 부렸다. 2인자는 독재자를 지키는 사나운 맹수였다. 독재자의 비호 아래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권력을 누렸다.
이기붕은 이승만 정권의 2인자였다. 국방부 장관과 민의원 의장과 부통령 등을 지냈다. 이정재 등 깡패들을 끌어들여 정치테러를 일삼았고, 사사오입 개헌에 앞장섰고, 급기야 3.15부정선거를 저질렀다. 이기붕과 그 가족은 당시 육군 소위였던 장남 이강석에 의해 권총으로 살해되었고, 이강석도 자살했다.
차지철은 박정희 대통령의 충복이었다. 대통령 경호실장 당시 서방파 조폭 두목인 김태촌을 동원해 신민당사와 전당대회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국회의원들을 구타하고 다닐 정도로 안하무인이었다. 차지철은 10.26 때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사살됐다.
장세동은 전두환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다. 안기부장 재직시절 폭력배들을 동원해 통일민주당 창당대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일명 ‘용팔이 사건’을 일으켰다. 장세동은 12.12쿠데타와 5.18민주화운동 유혈진압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3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어디 이들 뿐인가. 박정희 정권 때 중정부장을 지낸 김형욱과 이후락, 노태우 정권의 ‘황태자’ 박철언 의원,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이명박 대통령의 ‘상왕’ 이상득 의원,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최순실 등도 한 때 2인자의 권세를 누렸다. 그러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다. 2인자들의 끝은 하나같이 좋지 않았다. 오랜 옥살이를 하거나 긴 도피생활을 하거나 해외로 추방을 당하거나 심지어 암살을 당하기도 했다.
탄핵 요구 받는 한동훈 장관
한동훈 장관이라고 예외일까? 벌써 그를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와 진보적 언론들은 그 사유를 조목조목 제시한다.
몇 가지만 꼽아보자면 ▲이재명 대표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하였고, ▲숱하게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위법을 저질렀으며,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으로 불리는 시행령 개정으로 국회 입법권을 침해했으며,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재직 시절 징계처분 취소소송에 ‘패소할 결심’으로 대응했으며, ▲특활비 자료를 폐기함으로써 공공기록물관리법을 위반했으며, ▲법무부 인사검증단 설치로 정부조직법을 위반 했을 뿐 아니라 인사검증마저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으며,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의혹과 ‘50억 클럽’ 수사와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등 윤석열 대통령 처가나 검찰 관계자나 여당 인사들이 관련된 수사를 외면함으로써 직무유기를 했다는 것이다.
입 놀리기 보다 국민 시선 무서워해야
이처럼 비등하는 탄핵 목소리에 대해 한 장관은 “왜 지금 안하시는 건가”라면서 “우리 헌법 제정자들은 자신들이 만든 탄핵이라는 중대한 제도가 이렇게 민주당이 쓰는 것처럼 범죄 혐의자를 옹호하는 도구로 악용될 것이란 건 상상도 못했을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자신에 대한 탄핵 움직임을 이재명 대표 보호 작전으로 풀이한 것이다. 국회와 시민과 언론의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기는커녕 날 선 입으로 맞대응했다.
한 장관의 입이 화를 키운다. 그는 2인자로서의 권세를 입으로 한껏 누리고 있다. 단식 중 건강 악화로 병원에 이송된 이재명 대표를 향해 그는 “수사받던 피의자가 단식해서, 자해한다고 해서 사법 시스템이 정지되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안 된다”며 “그러면 앞으로 잡범들도 다 이렇게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제1야당 대표를 ‘잡범’으로 비유하고, 그의 단식을 ‘자해’로 규정한 것이다.
한 장관은 국회에서 답변하는 태도의 불량함을 지적하는 의원에게 “국회의원이 갑질하는 자리냐”고 응수했다. 법무장관 취임 1주년을 맞아 스스로 부족했던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히려 잘한 걸 찾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싶다”라고 답했다. 지난해 법무부에 인사정보관리단이 창설될 때 논란이 일자 그는 “(인사검증을 거친 후보자에 대한) 국민적 지탄이 커지면 내가 책임을 져야 될 상황이 생기지 않겠나”라고 말했지만, 이후 이어진 인사참사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입은 재앙을 부르는 문이다.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 중국 후당(後唐)에서 오대십국 시대를 살면서 27년 간 여러 나라의 재상을 지냈던 풍도(馮道 882~957)라는 인물이 다음과 같은 명시를 남겼다.
口是禍之門(구시화지문) /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舌是斬身刀(설시참신도) / 혀는 몸을 베는 칼이로다
閉口深藏舌(폐구심장설) /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安身處處牢(안신처처뢰) / 가는 곳마다 몸이 편하리라
권세가 하늘을 찌르는 ‘소통령’, ‘왕장관’ ‘황태자’의 귀에 이런 충고가 들어오겠는가? 부디 한 장관이 역사속의 다른 2인자들과 같은 비운을 맞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야당에 의한 탄핵만이 한 장관을 겨냥하고 있는 게 아니다. 한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는 국민의 시선을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승만과 박정희와 신군부의 독재를 무너트린 국민들이다. 가깝게는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을 심판한 국민들이다. 민주당이 움직이지 않으면 국민이 나설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