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테러를 불렀다

[박상주의 쓴소리단소리] 윤 대통령과 한동훈의 거친 말들 여야 정치인·장관들도 잦은 폭언 거짓과 능멸의 말, 입에 담지 말자

지난 1월2일 부산 방문중 습격을 당해 쓰러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사진= 연합뉴스
지난 1월2일 부산 방문중 습격을 당해 쓰러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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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무하는 칼과 언어

때로 말은 날카로운 칼이다. 성경 시편은 “너는 파멸을 꾸미고 네 혀는 날카로운 칼과 같구나”라면서 말을 경계한다. 요즘 우리 사회엔 칼을 품은 말들이 춤을 춘다. 정치는 증오를 쏟아낸다. 언론은 비루한 언설을 남발한다. 검찰은 날 선 칼춤을 이어간다. 양 극단으로 갈린 세력들이 혀와 펜과 법의 칼로 서로를 찌른다.

급기야 진짜 칼부림까지 등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괴한의 칼에 찔리는 테러가 발생했다. 이 대표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시찰을 마치고 이동하던 중, 지지자로 위장한 60대 남성이 휘두른 칼에 목 부위를 찔렸다. 백주대낮에 군중들 한 복판에서 일어난 살인미수였다. 야만적인 정치 테러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였다.

어쩌면 예고된 사건이었다. 이재명 대표 테러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증오의 말들이 빚어낸 사건이다. 이 대표를 공격한 피의자는 혐오로 가득한 언어들이 만들어낸 괴물이 아닐까. 이 대표 테러 사건의 배후는 증오와 혐오를 부추겨온 ‘막말 테러범’들이다.

책임있는 자가 책임을 져라

누가 우리 사회에 증오와 혐오를 심어 왔는가? 누가 이 땅에 ‘막말 테러범’들을 키웠는가? 먼저 이 땅의 최고 통치자와 권력자에게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재명 대표를 “중대 범죄자”와 “피의자”, “잡범” 등으로 매도하면서 증오를 부추겼다. 야당과 노조와 시민단체 등 비판 세력들에 대해서는 “공산전체주의”나 “종북 주사파” 혹은 “이념 카르텔” 등으로 낙인을 찍으면서 적대시하고 있다.

새해 첫날 윤석열 대통령의 일성은 또 이념전쟁 선포였다. 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자기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면서 “부패한 패거리 카르텔과 싸우지 않고는 진정 국민을 위한 개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식과 민주평통 연찬회, 국민의힘 연찬회,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식 등 여러 자리에서 시대착오적인 이념공세를 펼쳤다. 그는 “공산전체주의 맹종·추종 세력에 굴복해선 안된다”거나 “적대적 반국가 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 “제일 중요한 게 이념이다. 철 지난 이념이 아니라 나라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는 그런 철학이 바로 이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 입문 첫날 한동훈 위원장의 일성은 야당을 겨냥한 선전포고였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수락연설에서 “우리는 상식적인 많은 국민들을 대신해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 그 뒤에 숨어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운동권 특권 세력과 싸울 것이다. 호남에서, 영남에서, 충청에서, 강원에서, 제주에서, 경기에서, 서울에서 싸울 것이다. 그리고 용기와 헌신으로 반드시 이길 것”이라 했다.

그는 검찰의 ‘서초동 사투리’로 여당과 반대 세력을 향해 말폭탄을 던져왔다. 그는 법무부 장관 시절 “국회의원이 갑질하자고 앉아있는 자리가 아니다”, “그냥 의원님 혼자 궁금해하시면 될 거 같아요”, “이게 민주당이다, 멍청아” 등 거친 말로 야당의원들을 몰아쳤다. 지난해 9월 단식 중이던 이재명 대표를 향해 “수사받던 피의자가 단식해서, 자해한다고 해서 사법 시스템이 정지되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안 된다”며 “그러면 앞으로 잡범들도 다 이렇게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던 이다.

여의도의 사나운 말들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는 막말의 가장 큰 진원지는 여의도다. 여야 할 것 없이 사납고 상스러운 말들을 마구 쏟아낸다.

먼저 여당의 사례 몇 가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출범’과 관련해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는 ‘대장동 관련 김만배씨 인터뷰’ 보도를 겨냥해 “치밀하게 기획된 공작뉴스”라면서 “국민 주권을 찬탈하는 선거 공작은 자유민주주의 근본을 허물어버리는 국기문란으로써 가장 사악하고 사형에 처해야 할 반국가범죄”라고 말했다. 최근의 사례로는 민경우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이 “지금 가장 최대의 비극은 노인네들이 너무 오래 산다는 것”이라며 “그러니까 빨리빨리 돌아가시라”고 말해 반발을 자초했다.

야당의 입도 만만치 않게 거칠다. 김은경 전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은 “왜 나이든 사람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느냐. 여명(남은 수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자신의 아들 발언을 소개하면서 “민주주의 국가에선 1인1표라 현실적 어려움이 있지만 맞는 말이다.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대1 표결을 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최강욱 전 의원은 김건희 여사를 겨냥해 “동물농장에서도 보면 그렇게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며 비난했다. 양문석 전 통영고성지역위위원장은 경기 안산상록갑 출마를 선언하면서 “ 수박의 뿌리요, 줄기요, 수박 그 자체인 전해철과 싸우러 간다. 민주당에 치명적인 반개혁 세력인 수박의 뿌리를 뽑아 버리겠다. 수박 자체를 깨뜨려 버리겠다”고 썼다.

장관들의 입도 국민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대한민국 국민 5천만이 모두 주권자로서 권력을 행사한다면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과거 “문재인 모가지 따는 건 시간 문제”, “홍범도는 뼛속까지 빨갱이”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더니 장관 취임 이후엔 “독도는 분쟁지역”이라는 장병 정신교육 교재로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백선엽 장군을 친일파라고 지금 거기 위원회에서 규정을 해 놨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는 제가 공부를 해보면 해볼수록 이분은 친일파가 아니에요. 제가 제 직을 걸고 이야기를 할 자신이 있습니다”라고 말해 공분을 샀다.

2024년 새해 첫날, 신년사를 통해 야당을 '패거리 카르텔 집단'이라고 맹비난한 윤석열 대통령. 사진=SBS갈무리
2024년 새해 첫날, 신년사를 통해 야당을 ‘패거리 카르텔 집단’이라고 맹비난한 윤석열 대통령. 사진=SBS갈무리

국민의 심판을 무서워하라

말을 아껴라. 말로 흥한 자는 말로 망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특검을 왜 거부합니까? 죄를 지었으니 거부하는 겁니다”등의 말로 주목을 받으면서 대통령 자리까지 올랐다. 지금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안과 50억 클럽 특검법안을 거부함으로써 자가당착에 빠졌다. 한동훈 위원장은 “누구든 죄가 있으면 법에 따라 수사하는 것이 민주주의이고 법치주의”라는 등의 말로 유명세를 타면서 여당 대표 자리까지 올랐다. 한 위원장은 역시 양 특검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스스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부인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성경 시편은 꾸짖는다.

“거짓을 꾸미는 혀야. 너는 온갖 능멸의 언사를 사랑하는구나. 그러니 하느님께서는 너를 영영 허물어뜨리시며 너를 천막에서 잡아채고 끌어내시어 생명의 땅에서 너를 없애 버리시리라.”

더 이상 거짓과 능멸의 말을 입에 담지 말자. 더 이상 비판 세력과 정적을 노리는 칼을 휘두르지 말자. 멈추지 않은 자들은 4월 총선에서 국민의 냉혹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글쓴이

박상주 칼럼니스트

박상주는 20여년 동안 신문기자로 살았다. 신문사를 그만둔 뒤 ‘지구촌 순례기자’를 자처하고는 아프리카와 중동, 남미, 동남아, 중앙아시아 등 세계 오지를 여행하면서 글을 썼다. 어쩌다가 서울교육청과 국무총리실과 국회의장실에서 공무원 생활도 했다. 지은 책으로 ‘세상 끝에서 삶을 춤추다’, ‘나에게는 아프리카가 있다’, ‘나에게는 중동이 있다’, ‘아름다운 동행’, ‘부의 지도를 바꾼 사람들’, ‘낙연쌤의 파란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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