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시대의 ‘견리망의’… 판을 바꾸자

[박상주의 쓴소리단소리] 대통령에서부터 정부, 여당, 야당 각자도생의 싸움판 되어버린 나라 민주진보세력이 나라의 판 바꿔야

검찰이 뒤늦게 고가의 명품 가방을 선물 받았다는 의혹으로 고발당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사건을 배당해 수사에 나섰다.
검찰이 뒤늦게 고가의 명품 가방을 선물 받았다는 의혹으로 고발당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사건을 배당해 수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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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리사의’를 저버린 집권세력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를 뽑았다. 공자 말씀인 ‘견리사의(見利思義)’를 변용한 것으로 ‘이로움을 보면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이다. ‘견리망의’를 제안한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의 말마따나 나라 전체가 각자도생의 싸움판 꼴이다. 사회정의가 사라진 자리에 추잡한 야바위 판이 벌어지고 있다. ‘견리망의’란 탄식과 우려가 나올 만도 하다. 그 꼴들이 추하다.

# 윤석열 대통령은 ‘조직’만 챙길 뿐 국민은 잊는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과 내각과 권력기관의 요직을 검찰 선후배와 학연으로 채웠다. 지난 1년반 동안 여당 수장을 여섯 번이나 바꿨다. 삼권분립을 무시하는 명백한 당무 개입이다. ‘윤석열 아바타’라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여당 간판으로 세웠다. 검사 대통령에 검사 여당 수장을 둔 명실상부 ‘검찰공화국’이 탄생했다. 검사의, 검사에 의한, 검사를 위한 나라다.

# 김건희 여사는 ‘명품’만 챙길 뿐 대통령 부인의 본분을 잊는다. 김 여사가 최근 한 지인으로부터 300만원짜리 명품백을 받는 모습이 고스란히 영상으로 포착됐다. 지난 7월 리투아니아 방문 때는 명품 쇼핑 논란이 일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이 느닷없이 김 여사 친정 소유의 땅이 있는 강상면으로 바뀌는 일도 있었다. 김 여사의 이름 뒤에는 주가 조작과 불법 후원금 모금과 학력 위조 등 숱한 비리 혐의들이 줄줄이 따라 붙는다. 생선가게에 탐욕스런 고양이를 풀어놓은 꼴이다.

# 장관들은 ‘총선’만 바라볼 뿐 ‘민생’은 잊는다. 윤석열 정부의 장관 19명 중 10명이 총선판에 뛰어든다.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방문규 산업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10명이 내년 총선에서 뛰기 위해 앞서거니뒤서거니 옷을 벗었다. “윤석열 내각은 총선 사관학교”라는 비아냥이 쏟아진다. 방문규 장관의 경우 취임 3개월 만에 그만두었다. 장관 자리를 총선 출마용 경력관리 용도로 이용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윤석열 정부의 안중에 민생은 없다.

# 국민의힘은 ‘윤심’만 바라볼 뿐 ‘민심’은 잊는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권력을 견제해야 하는 입법부의 일원임을 망각한 채 ‘여의도 출장소’를 자임한다. 국민의힘 의원 111명 중 어느 누구도 윤 대통령의 실정이나 김 여사의 일탈에 대해 한 마디 쓴 소리도 하지 못하고 있다. 당 대표와 혁신위원장이 ‘윤심’ 경쟁을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용산의 힘’만 무서워할 뿐 ‘국민의 힘’은 잊는다.

야당도 언론도 제역할 못해

# 더불어민주당은 ‘반사이익’만 기다릴 뿐 ‘혁신’은 잊는다. 168의석을 지닌 거대 야당임에도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데 그칠 뿐 적극적 개혁과 구체적인 민생정책과 새로운 비전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병립형 비례제 선거법으로 회귀하려는 퇴행적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국민 앞에 여러 차례 약속한 연동형 비례제를 버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민주당에 대한 신뢰와 이 대표에 대한 신뢰를 한꺼번에 잃을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 검찰은 ‘정치’만 생각할 뿐 ‘법치’는 잊는다. 정치검사들은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에는 눈을 질끈 감는다. 야당을 비롯한 반대세력은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로 탈탈 턴다. 지난 2년 여 동안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압수수색만 376차례나 벌였다. 6개월 동안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주변을 100여차례 압수수색한 끝에 구속을 시켰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나 명품 백 수수 사건 등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 여권 인사나 검찰 식구들이 연루된 사건 수사도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검찰의 ‘선택적 정의’로 법치는 무력해지기 일쑤다.

# 언론은 ‘애완견’에 만족할 뿐 ‘감시견’ 역할은 잊는다. 우리나라 언론은 대개 보수정권과 재벌에게는 애완견처럼 꼬리를 흔들어 댈 뿐 감시견으로서의 역할은 제대로 하지 못한다. 반면 진보정권이나 시민·노동 세력에는 광견처럼 짖어댄다. 때론 보수권력을 물어뜯기도 한다. 보수권력이 힘을 잃는 시점을 기가 막히게 감지하고는 하이에나처럼 달려든다. 최근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등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윤석열 정권의 레임덕 냄새를 맞은 하이에나 떼들이 어슬렁거리기 시작한 모습이다.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 이대론 안 된다. 판을 바꿔야 한다. 마침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폭정을 중단시키는 새 판을 짤 수 있는 기회다. 민주·진보·중도 연합 세력이 국회 의석 3분의 2 이상을 확보하면 된다. 그러면 윤 대통령이 밥 먹듯 행사하는 거부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필요할 경우 윤 대통령 탄핵은 물론 개헌도 추진할 수 있다.

민주당의 힘 만으로는 국회 의석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기 어렵다. 민주와 진보와 중도 세력이 연합을 해야 한다. 민주당과 정의당, 노동당, 진보당, 녹색당, 용혜인 의원의 기본소득당, 촛불시민들의 국민주권당, 신인규 변호사의 민심동행당 등 윤 대통령의 실정을 성토하는 세력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런 큰 판을 벌이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큰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를 할 때마다 무당층이 유권자의 30% 안팎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국민의힘은 싫지만 민주당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유권자들이다. 내년 총선에서는 이들 무당층 표를 흡수할 수 있는 중소정당들에게 판을 깔아주어야 한다. 민주당은 병립형 회귀의 유혹을 떨쳐버려야 한다. 준연동형으로 가더라도 위성정당 설립의 욕심을 버려야 한다. ‘견리망의’가 아니라 ‘견리사의’를 행하는 이들로 새 판을 짜고 새 나라를 세워야 한다.

# 공자의 제자인 자로가 물었다.
“사람이 되려면 어찌해야 합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이로움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면 목숨을 바치고, 또한 평생의 말을 잊지 않는다면 사람이 되었다고 하기에 충분하다.” (子路問成人 子曰 見利思義 見危授命 久要 不忘平生之言 亦可以爲成人矣).

글쓴이

박상주 칼럼니스트

박상주는 20여년 동안 신문기자로 살았다. 신문사를 그만둔 뒤 ‘지구촌 순례기자’를 자처하고는 아프리카와 중동, 남미, 동남아, 중앙아시아 등 세계 오지를 여행하면서 글을 썼다. 어쩌다가 서울교육청과 국무총리실과 국회의장실에서 공무원 생활도 했다. 지은 책으로 ‘세상 끝에서 삶을 춤추다’, ‘나에게는 아프리카가 있다’, ‘나에게는 중동이 있다’, ‘아름다운 동행’, ‘부의 지도를 바꾼 사람들’, ‘낙연쌤의 파란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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