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혁신위가 성공해야 민주당도 바뀐다
수평적 당정관계와 멀어지는 ‘혁신위’ 정당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공천인데, 이걸 혁신하지 않고선 뭘 혁신하겠다는지. 당정관계 혁신했던 2002년 노무현 처방전 인요한 혁신위 성공해야 민주당도 혁신할 것
빛바래지는 ‘인요한 혁신위’
지난달 26일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 체제가 발족됐다. 국민의힘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수직적 당정관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여당에서 ‘무공천’을 검토했던 상황에서 돌연 보궐선거의 ‘귀책사유’가 있는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공천한 게 이른바 ‘윤심(尹心)’에 의한 것이란 평가가 나오면서다.
윤 대통령 집권 이후 국민의힘은 ‘대통령실 여의도출장소’라는 오명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당무개입 논란’을 통해서 드러난 것처럼, 당대표 선거에서 김기현 후보가 당선되도록 하는데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당연히 김기현 당 지도부는 강서구청장 보선에 대통령의 무리한 공천 개입에도 불구하고 말 한마디 못하며 조정력을 상실했던 것이 사실이다.
국민들은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보궐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지적된 ‘제왕적 대통령제’의 핵심인 수직적 당정관계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지켜보고 있다. 과연 인 혁신위원장과 집권여당은 수직적인 당정관계를 수평적인 당정관계로 혁신하는 일에 성공할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이 같은 질문에 긍정적 답변보다는 부정적 답변을 보낼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언행이 시간이 갈수록 이상하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혁신에 대해 결기가 있었다. 인 혁신위원장은 ‘와이프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어록을 거론하며 “많이 바뀌어야 한다. 국민의힘의 많은 사람이 내려와서 듣고 변하고 희생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그리고 인 위원장은 이틀 뒤인 25일에는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당하고도 허심탄회하게 거침없이 대화할 것이고, 당 대표는 물론이고 기회가 주어지면 대통령과도 거침없이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제가 여기 온 것은 제 얼굴 자체가 좀 다르지 않나. 변화를 상징한다. 변화시킬 것”이라면서 혁신의지를 드러냈었다. 인 위원장이 26일에도 “국민의힘이 먹어야 할 쓴 약을 짓겠다”며 당의 고강도 혁신을 예고했었다.
번복하는 혁신...뭘 하겠다는 건지
하지만 무슨 일인지 지난 30일 인 위원장은 결기가 약해진, 혁신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했다. 인 위원장은 앞선 말들을 뒤집으면서 꼬리를 내리는 듯한 발언들을 쏟아 내면서 우려를 자아냈다. 그는 “대통령과 당대표 공천에 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하면서 “난 온돌방 아랫목에서 큰 사람이다. 월권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런 인 위원장의 태도변화는 주변과 국민들을 당혹하게 만든다. 이런 태도변화는 여당이 ‘용산 출장소’ 소리를 듣는 수직적 관계를 청산하는 게 혁신위의 최대 과제라는 여론과는 거리가 멀다. 이것을 어떻게 봐야할까? 한마디로 혁신위가 수직적인 당정관계의 혁신과제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혁신위의 출발단계부터 한계를 운운하고 ‘월권’을 앞세우는 무기력한 발언은 국민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하다. 대통령과 당지도부의 공천문제에 쓴소리 한마디 못하는 결기없는 혁신위라면 도대체 뭘 혁신할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감이 든다.
인 위원장의 잦은 말 뒤집기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영남권 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를 촉구하며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10월23일)고 했다가 “농담”이라 했고, “괜찮은 스타 의원들이 서울로 오는 게 상식”(10월28일)이라더니 “오보”라고 부인했다. 이준석 전 대표·홍준표 대구시장 사면을 선언했지만 당사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당내 대사면’을 하겠다면 구체적으로 ‘징계받은 당사자의 사과와 반성’이 전제되어야 하는 데 그것이 빠졌다.
특히,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 관철”을 약속하면서도 이를 반대했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을 사면 대상에 포함한 것은 국민들의 상식과 정서에 반한다. 5·18 정신을 훼손한 김 전 최고위원 사면이 무슨 혁신이란 말인가. 여당 혁신위원장의 언행이 이토록 가볍게 오락가락해서 되겠는가. 인 혁신위원장이 꺼낸 ‘영남의원 수도권 험지출마론’은 영남권 중진의원들에게 ‘수도권 사지 출마론’으로 들리고 있다.
당연히 ‘영남의원 수도권 험지출마론’이 ‘영남 중진 물갈이론’을 명분으로 영남의 빈자리를 ‘친윤공천’으로 채우는 이른바 ‘친윤정당 만들기 꼼수전략’이라는 반발을 사고 있다. 영남 중진들의 험지 출마·사면 카드가 대통령 측근들의 공천 활로를 만들어 주기 위한 ‘친윤적 공천전략’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인 위원장은 두루뭉술하게, 좋은 게 좋다는 태도로 ‘통합’을 말하면서도 예민한 문제인 공천개혁의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공천 규정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나 애매한 공천 입장은 혁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혁신하자면 수직적인 당정관계와 결별해야 하고, 결별하자면 싸워야 한다. 싸우지 않고도 혁신을 이룩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너무 순진한 접근이다. 정당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공천 문제인데, 이걸 혁신하지 않으면 무엇을 혁신하겠다는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인 혁신위원장은 이준석 전 대표가 얘기한 “국민은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바꾸라고 지적한 건데 왜 당에다 쓴 약을 먹이냐. 약 있으면 가져다 용산에 먹이라”는 고언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독단적인 당정 운영 견제해야
지금 국민여론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로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재정립’을 꼽고 있다.
지난달 31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한 ‘선거 및 사회현안 107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2.3%는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여당의 혁신을 추진함에 있어 무엇을 가장 중점으로 두어야 한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윤 대통령과의 관계 재정립”이라고 답했다. 이어서 24.1%는 “유승민, 이준석 등 비윤(비윤석열)계와의 통합”을 선택했고, 19.8%는 “영남권 중진들의 험지 출마 등 인적 쇄신”을 꼽았다.
인 혁신위원장은 이런 여론조사결과를 존중하고 거기에 따라 혁신의 우선 과제를 정할 필요가 있다. 여당은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과 공천방식에 대해 한마디도 못하고 눈치만 보다가 완패했다. 이번 인요한 혁신위원회마저 꼼수로 운영하면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 승리를 기대하기 힘들다. 진정 혁신을 하겠다면 수직적인 당정관계를 수평적인 당정관계로 혁신하는 정책대안을 마련하고 국민께 공약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국민의힘 혁신위의 핵심 과제는 대통령·여당 간 수직적 상하관계를 수평적 소통·협력 관계로 돌려놓는 일이다. 이것이 성공할 때 대통령의 독단적·일방적 국정운영 기조가 전환되고 미국식 예비선거제와 같은 경쟁력 있는 상향식 공천제가 시작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떤 비판에도 변명해선 안된다”고 언급했다. 답은 여론조사결과 대로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의힘’에 국한된 문제 아니다
집권여당을 혁신하는 일은 국민 다수의 민심이 아닌 강경보수만 바라보는 여당 체질을 바꾸고, 당과 대통령의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꾸는 일이기에 엄중하다. 혁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치밀한 계획과 전략전술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수직적 당정관계의 혁신과 관련하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처방전을 적극적으로 배울 필요가 있다.
2002년 9월 22일 노무현은 대통령후보 선대위 출범 선언 기자회견에서 “민주당도 혁명적으로 개혁해야 합니다. 우리 당은 새 정치를 위한 실험에 착수해 위대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국민경선제, 당정분리, 상향식 공천제등이 그 증거입니다. 낡은 체질을 과감하게 던져버리고 당원들이 주인이 되는 정당 민주화를 이루어내야 할 것입니다”라고 하면서 당정관계의 혁신을 강조한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수직적인 당정관계를 혁신하기 위해 당정분리, 원내정당화, 미국식 예비선거제 도입, 중앙당 없는 미국식 원내정당체제 도입, 국무총리 중심의 분권형 국정운영, 대통령의 공천권 포기 등을 공약하였다. 물론 노무현은 미국식 예비선거제가 여야 합의로 법제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자신의 공천권을 포기해서 레임덕에 빠지는 낭패를 보기도 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노무현의 처방전에 준하는 정책대안을 제시하여 국민의힘 혁신이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국민의힘의 공천혁신이 성공해야 민주당도 변하고 혁신경쟁에 나설 수 있다. 민주당도 ‘개딸 중심의 이재명 사당화체제’와 친명과 비명간의 ‘계파공천갈등’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혁신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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