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과, 경호처장 경질해야

유권자 뜻 전달하려는 국회의원에 폭력 대통령은 묵인하고 제지하지도 않아 ‘입법부 모욕주기’라면 대통령 자격미달 최소한의 민주주의 위해서라도 문책해야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지난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하며 끌려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지난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하며 끌려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벌어진 강성희 진보당 의원에 대한 대통령실의 행태는 전 국민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여기가 대한민국이 맞냐?’, ‘국회의원을 저리 하는데, 일반 국민은 어찌 대할지 뻔하다’는 식의 댓글이 온라인상에 이어졌다. 거의 생중계되다시피한 당시 상황은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인식 수준과 현 정권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대통령실 행태는 명백한 폭력행사

지역행사 자리에 참석한 대통령에게 지역 유권자의 뜻을 전달하고자 한 강성희 의원의 행동은 국회의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책무를 이행한 것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해 국민 대신 묻고, 국민 대신 말하며, 국민 대신 정부를 감시·견제하고, 국민 대신 국민이 필요로 하는 법을 만들라고 국민이 선출한 사람이다. 따라서 한 명의 개인이 아니라 국민 주권 일부를 위임받은 기관이다.

대의기관으로서의 소임을 충실히 이행한 강 의원을 수백 유권자들이 보는 앞에서 물리력을 행사해 입을 틀어막고 사지를 들어 행사장 밖으로 쫓아낸 것은 명백한 폭력행사였다. 심지어 강 의원이 들려나가기 직전 손바닥으로 누군가를 내려치는 장면까지 영상에 잡혔다. 누가봐도 직접적인 폭력행사인 이 장면의 가해자가 누구인지는 수사를 통해 명백히 밝혀져야 할 일이다.

더 문제는 이 사태의 한가운데 있었던 대통령이 이를 묵인하며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최소한의 품격 따위를 기대하지 않은지는 오래나 공정과 상식, 자유를 그렇게 외쳤던 대통령이라면 적어도 물리력 행사만큼은 제지하는 척이라도 했어야 한다.

이미 국민 사이에는 비슷한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대처를 했던 문재인 전대통령이나 오바마·트럼프 미 대통령 영상이 비교되며, 대통령과 대통령실 처사의 폭력성을 규탄받고 있다. 오죽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적대시하는 북한이나 러시아에서조차 전주 사태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공식석상에서 정적을 퇴장시키는 영상까지 돌았겠나. 한없이 부끄럽고, 한없이 분노가 치솟을 일이다.

입법부 무시, 삼권분립 부정하는 대통령

이번 사태는 ‘바이든, 날리면’ 사태 당시 대통령실에서 “‘이XX’들이 실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지칭한 것이었다”는 해명이 나올 때부터 이미 예비된 일이었다. 국회의원을 ‘이XX’정도로 생각하는 대통령에게 국회의원을 쓰레기 분리수거하듯 들고나가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리라.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민주주의의 기초인 삼권분립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다. 대통령도, 행정 각부도, 입법부인 국회가 만든 법에 입각해 그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라는 인식도 없다. 대통령도 헌법기관이지만 300명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 각각 헌법기관이란 사실을 모르거나 최소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듯하다. 아마도 하위법인 시행령으로 상위법을 무력화시키는 일에 맛이 들려 입법부의 존재 자체가 그의 머릿속에서는 아예 지워졌는지도 모르겠다.

대통령 자신과 현 정부 핵심 실세들 다수가 검찰 출신이란 점을 생각하면 그들이 정말 법을 공부한 사람인가, 그들이 법을 다룰 인증을 받은 사람들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아시는지 모르겠다. 우리 헌법에는 국민이 제일 먼저, 국민 다음에 국회, 그리고 국회 다음에 정부, 정부의 첫 번째 절(節)에서야 대통령이 다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법을 전공하신 분이니 아무리 우리나라가 대통령중심제 체제라 해도 헌법구성상의 이 순서가 무얼 의미하는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헌법은 모든 법들의 기초이며 우리 사회 기본가치와 작동원리를 규정한 법 아닌가.

더구나 행사과정 전체가 공개되는 걸 뻔히 아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을 짐짝 취급한 것은 의도된 공개적 모욕주기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의도한 바는 ‘입법부 모욕주기’였을지 모르지만 결과는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이야말로 민주공화국 대통령으로서는 자격미달임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일 뿐이다.

강성희 의원에 대해 가해졌던 대통령실 행태는 명백한 입법부 능멸이며, 삼권분립에 기초한 민주공화국 국체를 스스로 포기했음을 선언한 것이다. 대통령 사과와 경호처장 경질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최소한의 민주주의가 지켜질 수 있는 것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기조를 바꾸셔야 합니다"라고 외치는 강성희 진보당 의원을 외면한 채 다른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기조를 바꾸셔야 합니다”라고 외치는 강성희 진보당 의원을 외면한 채 다른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뻔뻔하지만 그래서 더 구차한 윤석열 정부

이번 사태가 알려진 후 대통령실의 대처는 참으로 가엽기 그지없을 지경이었다. 수 십개 시점에서 촬영된 수많은 영상들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게 뻔한 상황에서 금방 밝혀질 거짓해명을 공식 입장으로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강성희 의원이 얘기했듯이 ‘바이든-날리면’ 2탄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 듯하다. 설마 바이든-날리면 사태에 대한 MBC 정정보도 판결로 국민이 대통령실 주장이 옳았던 걸로 생각을 바꿨다고 믿는 건가.

뻔뻔한 거짓말이 통한다고 생각한다면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고, 통하지 않을 걸 알면서 그렇게밖에 합리화할 길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강성희 의원이 위해행위를 했다고 발표한 거라면 그것처럼 구차한 일이 또 있겠나.

사실 국민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건 바로 윤석열 정부의 이런 행태다. 왜냐하면 윤석열 대통령을 뽑았든 뽑지 않았든 일단 대통령이 된 후에는 그를 통해 국격이 확인되고 그것이 국민과 국가의 품격을 대리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처신을 볼 때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렸다고 우기는 철부지가 연상된다. 불과 취임 2년도 되지 않았는데 국민 사이에 ‘왜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인가’라는 자조적 이야기가 유행 아닌 유행이 되어버렸다. 떨어지는 전 국민 자괴감 지수는 멈출 줄 모르고, 급기야 집단 우울증이 될 지경이다. 이 또한 명백한 2차 가해 아닌가.

대통령은 잘 하지는 못할지언정 부끄럽게 하지는 않기를 바라는 국민이 많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거짓말로 대통령실과 경호처의 폭력행위를 정당화하며 국민을 기만했던 관계자들을 엄중 문책해야 한다.

글쓴이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민정은 서울의 한 사범대학을 졸업해 25년 가까이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였다. 혁신학교와 혁신교육지구(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통해 혁신교육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명퇴 후 교육시민단체에서 교육정책 관련 연구 및 강의, 집필 등을 통해 교육개혁운동 활동가로 복무하다 21대 국회 열린민주당 비례의원으로 선출되었으나 당 통합과정을 통해 현재 더불어 민주당 소속 국회 교육상임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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