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식 시스템 공천’, 무엇이 문제일까?
갈등 폭발한 민주당 공천 과정 당대표는 의원 비웃고, 시스템은 편파적 현역의원 불이익, 헌법 침해 소지 있어 당장이라도 국민참여경선으로 바꿔야
내홍으로 치닫는 민주당
4·10 총선을 50여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공천파동’으로 심각한 내홍에 들어가면서 ‘이재명식 시스템 공천’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역의원 평가에서 하위 20%로 분류돼 사실상 ‘컷오프’ 명단에 오른 31명 의원이 비명계였다. 현재까지 진행된 공천 심사에서 비명계 의원들이 줄줄이 탈락하고, 당내 경선에 패한 현역 대부분도 친명계는 아니다.
27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고민정 의원이 최고위원직도 사퇴했다. 그가 사퇴한 배경에는 비명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이재명 대표의 ‘사천(私薦)’ 논란이 잦아들지 않는 데다, 서울 중·성동갑에 출마한 친문계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공천이 배제되고 그 자리에 친명계인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한 것이 있었다. 그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친명 주축의 공천이 확실시되고 있어 논란 확산은 불가피하다. 비명계에선 ‘공천 학살’을 넘어, ‘친명횡재’, ‘비명횡사’, ‘이재명 계파공천’, ‘이재명 사당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천파동은 계파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공정한 ‘시스템 공천’을 약속해왔으나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통보한 현역 의원 평가 결과는 객관성을 의심받고 있다. 비명횡사식 공천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 민주당의 총선 승리보다 이 대표를 방탄할 호위무사 숫자를 늘리는 것을 우선시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 대표가 친명세력 위주의 계파공천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총선 이후 이재명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한 ‘이재명 중심의 민주당’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는 게 설득력이 있다. 비명계 의원들 사이에서 ‘공천학살’, ‘사천’이라는 말이 쏟아지고 있지만,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이 대표는 ‘시스템 공천’이란 면피용 명분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정당 민주주의 훼손하는 ‘사천’
공천은 민주주의 꽃인 선거를 위한 첫 단추이자 정당 민주주의의 기본 절차다. 공천이 당 대표의 사심으로 진행되면 좋은 일꾼을 뽑으려는 유권자 선택을 침해하게 된다. 민주적 정당이라면 국민의 정서와 공감하는 상식적인 공천이 무엇인지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게 맞다.
그동안 민주당이 강조해왔던 공적 법규(rule of law)가 추구하는 ‘시스템 공천’이 무너지고, 이재명의 사당화에 줄서기 하는 의원들이 사천(私薦)으로 배지를 단다면 정당민주주의는 물론 의회의 공공성은 위기에 빠질 것이 뻔하다. 왜냐하면 계파공천으로 배지를 다는 국회의원들은 의원자율성이 저하되어 민생과 민의보다는 계파 보스에게 충성하면서 사익추구적인 집단으로 타락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주도하는 비명횡사식 공천논란이 멈추거나 해소되지 않는다면 정치의 공공성이 사라지면서 중도층의 이탈로 총선결과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공천학살과 계파공천으로 ‘이재명식 시스템 공천’의 민낯이 드러난 만큼, 차제에 ‘이재명식 시스템 공천’의 구조적 난맥상을 직시하고 대안과 수습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편파적인 여론조사업체 끼워넣어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20%를 받은 의원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19일 김영주 의원이 하위 20% 통보에 반발하며 탈당했고, 전날에는 박용진·윤영찬 의원이 하위 10% 통보에 ‘비명 죽이기’라고 반발했다. 같은 날 송갑석, 김한정, 박영순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하위 20% 평가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들은 “이재명 사당의 치욕스런 정치보복에 맞서 의연히 싸울 것”이라며 이 대표와 당 공천 관련 책임자들이 “사표를 내고 2선으로 물러나라”고 밝혔다.
박용진 의원이 해당 평가에서 하위 10%에 들어간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참여연대 통계를 보면, 박 의원은 법안 대표 발의가 82건이고, 상임위 출석률은 95%가 넘고, 본회의 출석률은 90%가 넘는다. 이런 사람들을 하위 10%에 넣은 것은 ‘정적제거용’이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지난 23일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에 비명계가 대거 포함된 것에 입장을 밝히던 중 “동료의원 평가에 0점 맞은 분도 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공천 후유증을 최소화해 통합을 이뤄야 할 당대표가 동료의원을 조소하는 태도는 결코 상식적이지 않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여론조사 용역을 전담해온 여론조사업체 리서치DNA의 ‘현역의원 제외 불공정 여론조사’가 비주류 공천탈락 도구로 활용됐다는 의혹은, 공천부정 논란으로 번지면서 화약고로 변하고 있다. 신속한 수습책이 필요하다. 이 문제의 심각성은 지난 21일 2시간가량 진행된 의원총회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
의원총회에서 15명의 의원들이 공천의 불공정성을 토로했다. 홍영표·송갑석·윤영찬·전해철·이인영·오영환 의원 등은 현역 의원 평가와 후보자 적합도 조사 등 공천 과정이 불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비명계 현역 의원의 지역구를 겨냥한 정체불명의 여론조사 출처가 어딘지 등을 규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홍영표 의원은 의원총회가 끝난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를 위한 공천을 해선 안 된다”며 “그래서 지금 정체불명의 여론조사라든지 도저히 국민들도 납득할 수 없는 하위 20% 문제에 대해서 정확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식 시스템 공천’의 문제는 제도의 문제일까? 아니면 제도를 운영하는 주체인 당권파의 문제일까? 이에 대한 답변으로는 둘 다의 문제로 보는 게 적절하다. 제도결함과 관련해 예를 들어보면, 의원들끼리 하는 ‘다면평가방식’도 소수파인 비명계가 낮은 점수를 받고, ‘선거기여도평가’에서 이재명 선거운동에 소극적인 비명계가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공천방식에 사용되는 ‘여론조사방식’(인심번호여론조사)을 위해 여론조사업체를 선정하는 것도 당권파라는 점에서 이것 역시 비명계에게 불리하다.
결론적으로, 현역의원 평가와 여론조사의 방안은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주체들에 의해 공천학살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스템 공천방식’의 항목으로 부적절하다.
‘시스템 공천’ 대신 ‘국민참여경선’ 해야
바람직한 대안적인 ‘시스템 공천’의 방향은 무엇일까? 대안으로 ‘미국식 예비경선제’와 같이 정당이 최소한의 후보자격 심사만 하고 나머지는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하도록 공천권을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개혁공천을 단행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몇 가지 수습책을 제시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민주당 지도부는 여론조사업체 ‘리서치DNA’가 그동안에 당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를 상세하게 조사해서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민주당 선관위는 이번 경선 조사기관에서 이 업체를 제외하기로 했지만 이것은 꼬리 자르기이며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번 공천 파동이 단순한 편파 공천이 아니라 불법 공천으로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 업체의 부정 경선 의혹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으면 이번 총선에서 역풍을 받을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둘째, 당권파의 권력남용 소지가 큰 ‘현역의원 하위 20%에게 30%를 감점하는’ 방안을 폐지할 필요가 있다. 비명계 하위 20%의 컷오프는 지난해 12월에 이재명 대표 중심의 당권파들이 ‘현역의원 하위 20%에게 적용되는 감점비율을 30%로 강화’하는 방안을 강행처리함으로써 초래된 일이다. 이 방안은 현역의원을 역차별하는 불공정과 불평등의 문제를 야기해서 공정과 상식을 상징하는 시스템 공천과 충돌한다는 점에서 즉각 폐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하위 20% 감점’ 방안은 현역의원에 대한 역차별을 넘어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참정권을 침해해 헌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시스템 공천으로 부적절하다. 이 방안은 정당의 지나친 제한과 인위적인 규제로 인해 유권자들이 후보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의원들도 의원경력을 내세워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참정권’을 침해할 소지도 크다.
또한 이 방안은 현역으로 제대한 남성들에게 가점을 준 공무원시험제도가 위헌판정을 받은 것과 대비할 때 그 반대의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불평등하다. 여성, 청년 등 신진 후보에게 가점을 주면서 반대로 현역의원 하위 20%에겐 최대 30%의 감점을 주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처리하라’는 평등의 원칙에서 벗어난다.
그렇다면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식적인 공천방식’은 뭘까? 대안으로 2002년 16대 대선때 그리고 17대 총선때 도입된 ‘국민참여경선제도’가 현재까지 나온 경선방식 중 가장 공정한 방식으로 보인다. ‘이재명식 시스템 공천’을 폐지하고 이것을 ‘민주당 시스템 공천’으로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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